책과 영화

넷플 영화보며 공부하기 1-LGBTQ

샘연구소 2020. 11. 11. 09:46

코로나19로 집콕기간이 길었다. 지금은 좀 숨을 쉬고 나가다니지만 상반기 초기에는 긴장감 때문에, 여름에는 더워서 마스크하고 산책하기도 불편하고 비가 많이 와서 더 집에 있게 되었다. 그리 덥지 않은 여름이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랫동안 집에 있다보니 처음엔 책도 많이 읽고 번역도 하고 좋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늪에 빠져들듯이 몸과 마음이 쳐졌다. 그래서 점점 더 무력하게 '스크린' 앞에 앉는 시간이 길어졌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서너시간이 훌쩍 갔다. 텔레비전에서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열심히 챙겨보고 유튜브로 다시 보고 해설방송까지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영화들은 어지간히 보아서 넷플릭스에서도 새롭게 볼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코로나시대 슬기로운 집콕생활의 제1 은인이랄까! 

 

아무래도 내가 관심분야가 아동청소년, 학생, 교육, 학생복지 분야이다보니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그 부분이 돋보이고 예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무엇을 봐도 그 부분에서 배움과 깨달음으로 해석되어 내 기억창고에 저장된다.  

 

그 가운데 소위 성적인 배제와 차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 시리즈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나도 아직 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중이지만 더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불안과 두려움이 해소되니 혐오나 배제,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영화들은 거의 모든 영화 드라마가 LGBTQ 코드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그 중 내가 보고 재미있었던 것을 세 개 꼽으라면 그레이스 앤 프랭키, 모던 패밀리, 포즈 이다. 

다들 시리즈물이라 길다. 하지만 한번에 한두편씩만 끊어서 봐도 괜찮은 드라마들이었다. 꼭 LGBTQ 와 연관짓지 않아도 눈이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 드라마이거나 볼거리가 되는 화면이 화려한 드라마들이었다. 특히 그레이스앤프랭키는 등장인물들도 유명하고 상도 많이 받은 작품이다. 

 

1. 그레이스 앤 프랭키

70대 정도의 두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그 중 한 명은 소위 몸매운동의 창시자인 제인폰다(극중 '그레이스')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몸매와 관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무릎 관절이 나빠져서 푹 꺼지는 소파에 앉으면 일어나지를 못한다. 그래도 허영스런 자존심처럼 높은 굽 구두를 신고 있다. 아무튼! 그녀의 단짝 친구인 프랭키는 히피 할머니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영혼이다. 둘은 남편끼리 법률사무소 동료였는데 그 두 남자가 늙으막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선포하고 동거에 들어가버린다. 소위 게이였던 것이다. 투닥투닥... 그레이스와 프랭키도 전혀 어울리기 힘든 개성파인데 다투고 싸우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며 함께 사는 '동거인'이 된다.

여기에 두 여자의 자녀들도 등장한다. 입양된 아들들,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거부하는 딸, 알콜중독으로 오랜 치료기간을 지낸 아들, 보기만해도 뭐 저런 사람이 다있나 싶을 온갖 알러지를 다 가진 까칠녀, 푼수같은 젊은 엄마... 등과 그들의 친구, 친척, 연인들이 등장하면서 세상의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준다. 

내가 60이 넘고 보니 그레이스와 프랭키에게 정말 많이 공감되었다. ㅋㅋ 여기저기 아픈데 말하기 힘든 구차한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로맨스와 꿈 그런 것들을 그녀들을 통해 보는 재미랄까.

드라마를 쭉 보면서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람에 대한 편견이 점점 해소되고 모든 사람이 각자 나름대로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고, 자기를 지키면서도 변화시켜보려 노력하고, 사랑과 우정, 꿈을 가진 나와 그리 다를 것도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2. 모던패밀리 

40대 중반 쯤의 부부와 3자녀 가족이 주인공이다. 이 가족의 엄마역할을 하는 클레어 던피의 아버지 가족, 그리고 클레어의 남동생 가족이 영화의 주인공인 대가족이다.

클레어는 이태리나 스페인계의 남편 던피와 연애결혼했다. 정말 산만함과 푼수 극치인데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큰 딸은 공부는 제로에 멋내기와 연애에 관심, 둘째딸은 과학영재, 막내 아들은 귀염둥이이지만 아빠와 둘이 푼수 커플 행동을 자주한다. 클레어의 아빠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딸 나이 또래의 남미 이주민인 미용사와 뒤늦게 재혼해서 손주와 동갑인 그녀의 아들과 같이 살며 또 아들을 얻는다. 클레어의 남동생은 게이이다. 남자와 결혼해서 베트남에서 딸을 입양하여 기른다. 

이들의 드라마는 정말 코미디라서 보면서 자주 깔깔 웃게 된다. 그레이스 앤 프랭키가 '푹~!' 하고 웃는다면 모던 패밀리는 '끄아하' 하고 웃을 때가 종종 있다. 나중엔 푼수끼가 너무 계속 되어서 짜증이 날 정도이다. 

그런데 이들의 장점은 솔직함, 그리고 지난 일에 대해 따지고 싸우지 않는 것이다. 잘못해서 사고를 치고 오해와 작은 거짓말이 얽혀서 큰 일로 터져도 어쨌든 그래도 서로 가족으로 용서하고 그 상태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다시 손을 잡는 모습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 그리고 클레어의 남동생 미첼이 사는 모습을 보며 게이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더구나 게이커플이 아시아계 딸을 입양해서 기르는 과정도 본다. 클레어의 3 자녀가 청소년기를 지내는 모습도 제각각인데 어린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그대로 보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3. 포즈

생소한, 미국 흑인의 언더그라운드 게이커뮤니티 소재 이야기다. 

자라면서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 되고 부모에게도 학대당하고 버려진 청소년들이 모이는 뉴욕의 변두리. 그래도 혼자 살 수는 없다. 그들은 서로 연결되고 맞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패밀리'를 이루고 산다. 소위 '하우스'라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하면 '가출팸'쯤 된다고 할까. 게이들은 사회에서 두 번, 세 번 배제되고 학대당하며 또 그들끼리 학대하고 제 상처를 후비며 살아간다. 배경은 1987년 뉴욕이다. 그들은 주제를 정해서 때마다 경쟁적인 코스프레 패션쇼를 해서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는 이벤트를 이어간다. 이들은 기발한 패션에 열정을 쏟아 준비하고 춤을 추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려고 애쓴다. 눈요기가 쏠쏠하다. 

나는 그 '하우스'라는 패밀리 형태의 구조에서 발견한 것이 있었다. 그 하우스에는 '마더'가 있다. 소위 '짱'이다. 그(그녀)는 외롭고 상처받은 청소년 게이를 품고 보호하며 재능을 발견해서 발현하도록 밀어준다. 피를 나눈 가족만 가족인가. 나는 포즈에서 엄마, 아빠, 또는 교사, 학교사회복지사에 해당하는 캐릭터 요소들을 발견하고 배웠다. 

 

포즈는 보는 이에 따라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 곁에는 수많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성적 지향성이 사회의 주류가 정한 성적 분류에 맞지 않음으로 인해 사회에 속해 있으면서도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현실은 부조리하다. 우리는 그들이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처럼 산다. 

청소년 LGBTQ들도 힘든 방황과 혼란, 고통 속에서 산다. 그들끼리의 공동체와 도움을 받을 곳은 있다. 

 

나의 눈을 뜨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냥 오락으로 끝나지 않고 인간다운 성숙함으로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