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악동작 교육청 산하 교육복지학교 몇군데를 방문해서 교육복지사업과 사례관리를 중심으로 교사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봉원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송종열 선생님이 초창기부터 5년째 쭉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계시면서 교육복지업무를 담당하고 계시죠. 그동안 담당부장선생님이 매해 바뀌셨다고 하니 많이 힘드셨겠다 싶었어요. 올해 담당 부장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았어요. 바쁘신 와중에 모인 선생님들은 내내 눈빛을 반짝이시면서 제 강의를 경청해주시고 메모도 하시고 끝난 후에 찾아와서 인사도 해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사실 그 학교는 대학 다닐 때 선후배들과 어울려 '수막회'인가? 라고 해서 수요일마다 가서 막걸리 사먹던 시장골목 위쪽에 있더군요. 봉천동. 개발당시 탈 많았던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일찌기 자유롭게(?) 개발된 다세대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앉아 있고 그 안에 마치 달걀노른자처럼 학교가 있습니다. 그 마을 반경 1킬로이내, 시선이 머무는 곳 안에서 유일하게 푸르름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내려다보니 아늑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교생이 900명이 좀 안되는데 계속 주는 추세라고 하는군요. 교장샘은 교감을 하시다가 초빙으로 교장이 되신 분인데 제 강의를 내내 경청해주시고 강의후엔 사진도 함께 찍자고 하시고 교장실로 초대해서 차를 주시고 긴 대화를 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보니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이었어요. 교장샘이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하나하나 깊은 사랑으로 세심하게 관심가져주시고 아이들과 야구도 하시고, 학생회활동 밀어주시고, 교육복지사업과 도서관활성화사업에 적극 지원을 해주시고... 교사를 존중하고 학생들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말씀을 듣다보니 저도 그 학교에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송종열지전가샘, 교장샘, 박경현, 복지관사례관리담당 이한나샘, 부장샘)
하필 오늘은 제가 20년만에 우연히 새로 연락이 이어져서 단짝 친구를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습니다. 일생을 보면 중학교시절은 '블랙홀'과 같습니다. 초등학교, 고교, 대학동창회는 왕성하게 되어도 중학교 동창회는 거의 없습니다. 친구들도 거의 안 만나집니다. 저에게도 중학교 때 친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오늘 가장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한 번에 알아보고 오랜 시간 삶의 궤적을 다시 나란히 맞추고 나서 함께 밤의 길상사를 찾아 조용히 거닐었습니다.
봉원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블랙홀'과 같은 중학교. 공부 못한다고 압박하기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관심가져 도와주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칭찬하며 지내는 학교. 아파도 말 못하고 굶어도 참고 지내던 아이들이 선생님과 지전가, 지역사회 복지관과 공부방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밝게 웃을 수 있게 된 사례들이 피어오릅니다. 그래서 이 학교 아이들은 졸업후에도 학교를 자주 찾아온다고 합니다. 스승의 날에도 휴일같지 않게 학교가 붐볐다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만 둬도 불안한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인데 가난해서, 못생겨서, 공부못해서, 말도 잘 못해서... 자신없고 나서기 두렵고 괜히 화내게 되고 삐딱해지고만 싶은 아이들이 가난하지만, 잘 나지 못했지만, 공부 좀 못해도, 어눌하고 소심하지만 그래도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이 있는 학교, 방과후에도 외롭고 우울한 집에서 혼자 지내기 싫을 때 와글와글 떠들며 지낼 공부방과 복지관이 있는 동네이니 참 좋다 싶었습니다.
세상을 보면 우울하고 신문을 보면 더 우울한데 밑바닥 세상은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남학교사회복지사 (0) | 2011.05.16 |
---|---|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시험 (0) | 2011.05.16 |
해고 노동자 또 숨져 (0) | 2011.05.11 |
여성, 가족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0) | 2011.05.10 |
어린이날 (0) | 2011.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