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여성, 가족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샘연구소 2011. 5. 10. 12:31

사회복지에서 ‘가족’ 또는 ‘가정’의 기능이라고 하면, 돌봄 기능과 휴식과 재충전의 장소로 이야기한다. 어린아이나 환자, 노인을 돌보고 시장경제에서 활동하는 소득원(대개 남자, 아버지)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 가족이나 가정의 기능이라기보다 ‘엄마’의 역할이고 ‘여성’의 기능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다시 1인~2인 가족형태로 변화하고 있고 여성들도 시장경제에 활발히 참여하는데 빈곤가정일수록 이혼률과 맞벌이 비율이 높아서 아이들은 전과 같은 가족(엄마)의 사랑과 돌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가정해체율이나 여성경제활동비율, 고령화추세 등에 견주어 볼 때 우리나라엔 돌봄의 사회화가 아직도 느리고 부족하고 불편하며 서비스의 품질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학생을 서비스의 주 대상으로 하는 학교사회복지에서 가족, 가정은 가장 중요한 1차적 환경체계이며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엄마는 아이에게 가장 핵심적인 ‘유의미한 타자’이다. 그런데 학생 사정기록지에 그려지는 가계도에는 거의 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안 계시거나 새부모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떨 땐 이놈의 가계도를 그리는 것 자체가 화가 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 중 하나 이상이 없는 것이 거의 일상이고 정상인데 이것이 ‘결핍’을 확인하는 도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늘 질문한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이며,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왜 이렇게 가난할수록 이혼이 많은가?

 

사회복지를 전공해도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가족이나 여성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는 별로 없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지만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몇 권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들은 여성이 주체가 되는 관점에서 역사적, 사회적으로 가족을 연구한 것이다. 좀 오래 전에 나온 책들이지만 여성과 가족에 대해 안목을 넓혀주리라 생각한다.

 

1.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 -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 김경미 역

 

  

 

모건의 ‘고대사회’에 대한 고찰을 적은 마르크스의 유고를 토대로 엥겔스가 저술한 책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족과 사유재산제의 출발, 자본주의사회에서 여성과 남성, 가족관계 등에 대해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제시한다.

 

 

2.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울리히 벡 저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 엘리자베트 벡 저

 

 

사랑의 마지막 푯대는 과연 결혼인가? 왜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이혼이 증가하는가? 저자는 이혼이 부부갈등과 같은 심리적, 인간관계적 측면이 아닌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각자 가장 효율적인 노동력으로 기능하려면 가족에 묶일 수 없게 하는 것이 오늘날의 경제이고 시장중심 사회가 그런 개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흠.. 정말 그렇다.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사회학자들로 부부라서 그런지 두 권의 내용이 일맥상통한다.

 

 

3. <가족은 없다> 다이애너 기틴스 저, 안호용, 김흥주, 배선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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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영국의 역사 속에서 가족이란 무엇인지 파고든다. 그녀가 조사한 결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를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상적인 중산층 가적의 모습은 대부분의 민중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제도의 정착과 결혼의 역사의 관계, 남자와 여자 간 권력관계, 그리고 중세 기독교와 근대이후의 산업화와 노동사회, 과학주의, 핵가족화 등이 어떻게 해서 중산층 중심의 가족이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모든 사회의 기본 규범으로 보편화시켰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남편됨’과 ‘아내됨’, ‘부성’과 ‘모성’, 바람직한 ‘가족’에 대한 통념에 대해 하나하나 의문을 제기하고 재정의하게 된다.

 

4. <왜 여성사인가 - 한 역사가의 치열한 삶과 사상을 들여다보며> 게르다 러너 저, 강정하 역

 

 

Gerda Lerner는 유대계 오스트리아인으로서 나치 박해를 피해 1939년에 극적으로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역사 속의 억압과 불평등을 파헤치기 위해 인종차별, 성차별에 맞서 싸운 지식인이다. 다이애너 기틴스의 '가족은 없다'가 영국을 중심으로 서술한 여성차별에 대한 역사책이라면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까지도 기술한 역사책이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기술하다보니 너무 미국 편향적인 측면이 있으나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미국을 그대로 본따는 점이 많아서 오히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3부 '역사 다시보기'에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그동안 남성적인 담대함과 힘이 지도적인 자질(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파시즘이든, 군대나 학교, 국회 어디서나)이었다면 앞으로는 타협, 공감, 설득, 돌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적인 특질들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전복overthrow이 아닌 변혁transformation의 모습을 띈 페미니즘 혁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radical하게 ; 계급과 인종, 성차별 등 모든 것이 너무나 얽혀있기 때문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 다가올 변화의 시기에 남녀 모두가 원하는 지도자의 자질은 ...(중략).... 타인에 대한 예민함(아마도 sensitivity를 번역한 듯), 설득력, 인내, 평화애호, 타협적인 권위, 양육과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는 능력 등을 중시한 것이다.... (p244~245)

 

 

5. ‘토건국가에서 돌봄사회로’ 조한혜정 지음

 

이 글은 책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의 첫 번째 글이다. 앞에서 본 모든 책의 이론이 모아지고 발전되어서 새로운 가족, 학교, 마을 공동체의 형태로 실험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족과 학교가 변화하려면 앞의 모든 책에서 제기한 것과 같은 새로운 역사이해, 자본주의라는 경제구조, 그리고 여성과 가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토건국가식의 마초적 방식이 아닌 여성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된 방식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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