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기도
- 도종환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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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런 시를 읊조릴 수 있는 것조차
교사들만의 특권임을 알았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철저히 손님이었고 소외되었다.
내가 사랑한 아이,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을
사회복지사가 아닌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날려보내며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도 나는 꿈꾼다.
도종환 '선생님'의 마음과 똑같은 꿈을.
교사들이 마치 영역침범이라도 당한 듯
"뭐야?"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