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시 한 수

샘연구소 2011. 10. 29. 09:05

 

          스승의 기도

 

                                             - 도종환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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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런 시를 읊조릴 수 있는 것조차

교사들만의 특권임을 알았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철저히 손님이었고 소외되었다.

 

내가 사랑한 아이,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을

사회복지사가 아닌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날려보내며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도 나는 꿈꾼다.

도종환 '선생님'의 마음과 똑같은 꿈을.

 

교사들이 마치 영역침범이라도 당한 듯

"뭐야?"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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