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집 없는 청소년

샘연구소 2015. 7. 13. 11:24

 

17살 소녀를 다시 거리로 내몰 순 없잖아요

 

등록 :2015-07-12 14:52수정 :2015-07-12 21:03

 

[지역 현장]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청소년 쉼터

 

 

 

 

지난 8일 광주시 청소년(여자) 단기 쉼터에서 만난 혜정이는 왜 내가 태어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혜정이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 세 번째로 쉼터에 입소해 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광주시 청소년(여자) 단기 쉼터에서 만난 혜정이는 왜 내가 태어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혜정이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 세 번째로 쉼터에 입소해 보호를 받고 있다.

운동화 몇 켤레 사이로 굽 높은 성인용 구두가 보였다. 지난 8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북구 유동 광주YWCA 건물 5층에 있는 광주시 청소년(여자) 단기 쉼터를 찾았다. 가출했거나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 갈 곳 없는 소녀들을 단기간 보호하는 곳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렸다. 5~6명의 또래 소녀들이 한방에 모여 음악을 틀어 놓은 채 수다를 떨다가 까르르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잠깐 보자.” 쉼터 신경희(53) 소장의 소개로 공부방에서 해정(17)양과 이야기를 나눴다.

거긴 자유가 없어서 나왔어요.”

해정양은 지난해 10월 광주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뛰쳐나왔다고 했다. 단체생활의 규칙을 지키지 못해 벌칙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시설 아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이 싫었다고 했다. 엄마·아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해정양은 세살 때부터 시설에서 생활했다. “친구들과 달리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의지할 데가 없잖아요. 가끔 내가 왜 태어났는지 궁금해요.” 해정양은 시설에서 나온 뒤 전문계 고교 1학년을 끝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요즘 신 소장의 도움으로 카페에서 오후 4시부터 밤 930분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뷰티(헤어디자이너) 쪽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청소년 매년 1만명 이상 거리로

복지시설 적응못해 뛰쳐나오기도

단기 쉼터 최대 3개월 머물수 있어

 

복지시설에 포함개정안 국회 계류

청소년 쉼터 재활 재원 더 절실한데

지난해부터는 보조금 되레 삭감

 

정부·지자체 복지지원서 배제 차별

전문가 사회복지시설에 포함돼야만

각종 복지 혜택·자활훈련 등 가능

 

 

여성가족부는 20144월 기준으로 6568명에 이르는 초··고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를 올해까지 2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곳에선 검정고시 준비나 학교 복귀 적응, 상급 학교 진학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체험 활동과 문화·예술체험 프로젝트도 병행한다.

지난 5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송진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 사무관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정작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을 길이 막막했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면서 학교장 등이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 등한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 학교 밖 지원센터로 신상을 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정양처럼 거리로 나온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정부나 자치단체의 관심은 다른 분야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가출 청소년 통계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거리의 청소년에 대한 대책은 미약하다. 김지연(4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경찰청의 가출인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가출 청소년은 200913210명에서 201116678, 201311279명으로 해마다 1만명을 넘고 있다.(표 참조)

 

 

 

 

김 연구위원은 경찰청 통계엔 가출로 신고된 청소년 가출자만 집계됐을 뿐이고, 신고 자체가 안 된 가출 청소년은 통계에서 아예 누락됐다.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신고 건수의 10배 또는 2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4살 이상 18살 미만은 가출 청소년으로 분류된다.

청소년 쉼터는 머무는 기간에 따라 일시, 단기(하루~3개월, 1회 연장 가능), ·장기(6개월~2) 등으로 구분된다.(표 참조) 여성가족부는 단기 쉼터의 경우 200981곳에서 지난해 109곳으로 늘렸고, 올해 119곳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와 자치단체가 절반씩 분담하는 형태로 청소년 쉼터 운영비를 지원하지만, 수탁 기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월 말 청소년복지지원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면 청소년 쉼터 직원 수도 법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 5명이 근무하는 대전 청소년(남자) 단기 쉼터 김원세(41) 소장은 단기 쉼터에 15명을 수용하면 소장을 포함해 8명을 직원으로 둬야 한다. 그런데 3000만원가량 늘어난 1년치 예산에 맞춰 3명을 더 고용하려면 월 급여 130만원 안팎의 계약직을 뽑아야 한다. 숙달된 전문가를 뽑기 힘들다고 말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청소년 쉼터에선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기 힘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른 청소년 쉼터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사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6명은 지난해 12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관련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청소년 쉼터는 사회복지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시설장이 가출 청소년의 보호자 구실을 못한다. 신경희 광주 청소년 쉼터 소장은 보호 중인 아이가 사고가 나 수술을 급하게 받으려면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정이처럼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에겐 정신과 심리치료가 필요한데도 쉽지 않아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 상담료만 4만원 선이니까요. 더욱이 병원 상담을 하기 위해 부모 동의를 받으려고 하면 그동안 아이를 방치하던 부모가 반대해요.”

청소년 쉼터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장수급시설에선 생계비와 의료비, 납부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장 청소년 전문가들은 보조금 사업비 안에서만 지원하기 때문에 교육비나 의료비, 용돈, 교통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만 18살이 넘어 아동시설을 나올 땐 자립정착금이 지원되지만, ·장기 쉼터를 떠나는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복지 혜택이 없다.

청소년 쉼터는 후원을 받기도 힘들다. 전문가들은 아동·장애인·노인복지법 등에 근거한 사회복지시설은 후원금 세제 혜택이 높은데 청소년 쉼터에 기부된 후원금의 세제 혜택은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청소년 쉼터 예산은 5년 동안 동결됐다 지난해부터는 단기 쉼터를 기준으로 되레 2400만원의 보조금이 삭감됐다.

 

 

 

지난 8일 오후 광주시 청소년(남자) 임시 쉼터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들이 연극 프로그램 수업에 참여해 신문을 오리고 있다.

 

가출을 비행으로 보는 편견 때문에 가출 청소년시설 아동에 견줘 정책적 차별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셈이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쉼터는 사회복지사업법 적용을 받는 사회복지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입소 보호 대상 청소년 처우가 열악하고, 자치단체에서도 가출 청소년 쉼터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가출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려면 법과 제도를 바꾸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대해 분노가 많은 가출 청소년들을 제때 돌보지 못하면 결국 소년원과 미혼모 시설 등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출 청소년들을 잘 보살피면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관실 쪽은 청소년 쉼터가 사회복지시설에 포함돼야만 공공요금 할인 혜택이나 입소 보호자들에 대한 상담, 작업치료, 자활훈련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절실한 사안이다. 하지만 복지예산 부분의 우선순위에서 가출 청소년 예산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단기적으로 안 되겠지만, 관련 부처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해 이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998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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