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어버이날에

샘연구소 2011. 5. 10. 12:57

 

 

어린이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된 우리집은 80, 90세 언저리이신 할머니 할아버지(내 친부모님과 시부모님) 덕분에 어버이날만 남았다. 

 

잘 못 듣고, 이상한 말씀 하시고, 한 말씀 또 하시고, 냄새나고, 끊임없이 트림, 방구하고, 자꾸 입으라고 하고 많이많이 먹으라고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거북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 아빠보다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 같다.

 

어려서 못 듣고, 이상한 말 하고, 똥오줌 싸고, 사고치던 나를 돌보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이제 내가 그렇게 해드려야할 때가 왔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데도 여전히 부모님은 장봐서 음식 해놓고 가져가라고 기다리신다.

 

                           폐차

 

                                                                  - 허영자

 

딸아

네가 아직 아기였을 때

엄마는

공장에서 이제 막 출고된

눈부신 새 차였지

 

 

딸아

네 몸무게 영혼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졌을때

엄마는

가파른 고갯길을 숨차 오르는

낡은 고물차였지

 

 

용서하라 딸아

이제는 폐차

밧데리는 꺼지고

바퀴는 헛돌고

브레이크조차 말을 듣지 않는

녹슨 폐차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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