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재벌, 복지를 부탁해."

샘연구소 2011. 6. 23. 10:33

지난 6월 20일~21일 OECD 창립 50돌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에 온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이 보고서는 "성장만으로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한국의 최우선 과제로 "소득 불평등 개선"을 꼽고 현재의 세제와 복지제도를 통한 재분배제도가 "작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각종 복지지수들은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복지후진국'이자 민주주의의 후진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OECD는 "불평등 및 빈곤문제에 한층 주안점을 두고 사회보장 혜택 수준을 높이라"고 주문했는데, 구체적인 과제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격 완화, 공적 연금 및 장기요양 서비스와 같은 사회보장 정책의 발전, 소득하위 20%의 세부담 완화, 높은 사교육비 문제 해결, 그리고 비정규직 차별대우와 회원국 중 미국, 칠레 다음인 3번째로 높은 대학 등록금, 건강보험 개혁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전반적 형평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참여정부 이래 교과부가 교육복지사업을 8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학력, 지역별 불평등 지수는 계속 악화되고 있고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줄어들지도 않고 궁핍과 소외로 비인간화되는 삶의 모양은 오히려 수십년 전으로 퇴보하는 모양을 보면서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릎에 힘이 빠진다. 사회가 건강하고 보다 공정해지지 않으면 공평도 평등도 이루어질 수 없고 복지도 이루어질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아래와 같은 컬럼을 읽었다. 되도록이면 '펌글'을 자제하고 나 스스로 되새김질한 글만 쓰려고 노력하지만 이 글을 더 줄이거나 덧붙일 것이 없어서 그대로 올린다. 김용익 교수는 아직 직접 뵌 적이 없지만 참여정부시절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의학박사로 글이나 지인들을 통해 들어서 존경하고 있는 분이다.

 

하지만 나도 한 마디 덧붙인다면, "재벌도 재벌이지만, 우리먼저, 우리끼리 당당하게 행동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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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년 6월 21일(화) 31면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3608.html

 

[세상 읽기] 재벌, 복지를 부탁해

(김용익 서울대 교수·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

 

국고는 텅 비고 세도가 곳간에는 금은보화가 넘쳐났다는 이야기가 역사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의 어느 낯선 도시에 내려 저 멀리 빛나는 현대나 엘지(LG)의 광고를 보고 가슴 뿌듯하지 않을 한국인은 없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의 수출은 4664억달러, 무역흑자는 412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 업적의 주역이 재벌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다.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말이 우리에게는 상식이다. 그런 판에 ‘재벌 때문에 나라가 위태롭다’고 말하면 미친 소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복지의 눈으로 보면 이 말이 사실이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대 재벌의 매출액 비중은 58.3%였다.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비중은 최근 급격히 늘어 199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경제력 집중도 문제지만 집중되는 과정도 문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박하게 매긴다. 중소기업의 이윤이 적으니 직원들의 임금도 적어진다. 2009년 10대 재벌의 영업이윤율은 6.99%, 대기업은 5.82%, 중소기업은 4.50%였다. 제조업에서 대기업 종사자가 월 164시간을 일하고 390만원을 받는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월 178시간을 일하고 196만원을 받았다. 자영업의 이윤율은 더 낮다. 중소기업 매출의 85.1%가 하도급 매출인 상황에서 재벌의 행태는 결정적인 파급효과를 끼친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자체 고용을 늘려 임금을 나누어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일수록 일자리를 줄인다.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은 12.3%만을 점유하고 있다. 얼른 보면 생산성이 높아서일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수 인력을 외주용역업체로 돌리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임금은 박하다. 더욱이 대기업 종사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보다 적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60.8%이지만, 대기업은 52.8%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이제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우리는 재벌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재벌빵집에서 빵을 먹고, 재벌다방에서 커피를 마신다. 재벌가게에서는 라면도 팔고, 막걸리도 판다. 이러니 서민들이 팔아먹을 거리가 사라진다. 골목경제에 파고들어 돈을 쓸어가는 재벌을 서민들이 무슨 수로 막나?

 

이래서 낙수효과가 사라졌다. 돈의 흐름이 커다란 보에 막혀서 재벌이라는 저수지에 갇혀 있다. 재벌판 4대강 사업? 하위 20%의 소득점유율은 1990년대 9%대에서 이제 6.3%로 낮아졌다. 그리하여 재벌은 양극화의 기초를 단단히 놓았다. 양극화는 잘난 사람들이 똑똑하고 무지렁이들이 못나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적절히 나누어져야 할 돈이 나누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낙수효과가 줄어들면 복지를 통해 인위적 재분배를 해야 한다. 따로 물길을 내야 하는 것이다. 재분배를 하려면 나라에 돈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재벌의 세금은 더 내려갔다. 법인세는 2009년 25%에서 22%로 내렸고, 내년부터 20%로 더 내리자고 국회가 논의중이다. 나라는 돈이 없고 재벌은 돈이 넘친다. 1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2007년 32조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년 새 57조원이 되었다 한다. 국고는 텅 비고 세도가의 곳간에는 금은보화가 넘쳐났다는 이야기가 역사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돈을 흘려주지 않으면서 국가의 복지도 막으면 어쩌란 말인가? 재벌, 복지를 부탁해. 아무리 미워도 같이 살아야 하잖아? 이제는 중소기업과 보수주의자들조차 재벌의 폐해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재벌 때문에 나라가 위태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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