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녀나 스님이 될 수 없다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무채색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어
느 날 고층빌딩 위에서 지상 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차들은 거의 다가 흰색, 은색, 검정색이었다. 히야....
보기만 해도 갑갑하고 하늘에서 물감을 흩뿌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당시 내 차는 자주색과 벽돌색의 중간쯤 되는 빨강 계통이었다.
나는 왜 유난히 튀는 빨간 색 차를 골랐을까?
그냥 그 색이 좋아서다. 노란색이나 초록색이나 검정색보다.
고르고 나니 늘 볼 때마다 기분 좋고 주차장에서 찾기 쉬워서 좋았다.
마침 오늘 이런 뉴스가 나왔다.
"한국은 무채색 자동차의 나라다. 판매되는 자동차 10대중 9대는 은색이나 검정, 흰색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전세계에서 한국이 무채색 자동차를 선호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7일 보도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 주종국 | 입력 2011.07.08 00:04
http://media.daum.net/economic/autos/view.html?cateid=1074&newsid=20110708000410604&p=yonhap)
사실 지금 내 차는 얻어타는 차라서 은색이다.
영 불만이다. 개성이 없고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 차를 받고나서 자동차회사에 가서 연분홍이나 베이지 같은 색이라도 덧씌울 수 있냐고 물으니 아직 그런 색이 안 나왔단다. 그냥 이 모델은 검정, 회색, 은색 뿐이란다. 그리고 무채색 차를 선호하는 것은 유교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 유사하다고 한다.
1980년대에 처음 컬러텔레비전이 나오고 교복자율화 조치와 만나면서 세상이 휙휙 돌아갔다. 어른들은 어지럽다고 했다. 교사들은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신이 났다.
2011년. 여전히 학교는 네모난 건물, 네모난 창문, 네모난 운동장, 네모난 책상, 네모난 칠판, 네모 네모... 투성이이다. 유치원이 아닌 다음에야 학교 건물들도 다 그만그만. 자율화해봤자 교복들은 비슷비슷, 온갖 규정으로 색깔과 모양들을 규격화하여 그래야 ‘모범생’이라고 한다.
어른들은 젊은이들보다 대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교사들은 더 그렇다. 아이들의 발랄한 감성과 표현욕은 색과 모양, 소리, 동작 모든 것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으로 조금씩 눈이 떠가고 있지만 유채색의 시대에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 안에서 내가 무채색의 주차장, 무채색의 차도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갑갑함과 짜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색'을 허하면 정말 교육이 망가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