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한돌의 홀로아리랑 노래를 듣다가 우연히 30여년 전 대학입학하고 처음 들어간 '크리스챤아카데미' 모임의 '빛바람'중창단의 영상을 발견했다. 와우!!!!! 이 반가움, 기쁨!
어느 영상에는 그 당시 늘 기타를 들고 우리 토론소모임을 함께 해준 조동호 형이 '흰두교도(머리가 희게 센 어른)'이 되신 모습으로 나타나있었다. '빛바람'은 여전히 조동호 형이 편곡한 노래들을 부르고 있었다. 아!
당시 우리 전체 청년사회(대학사회였나? ^^;;)는 지금 한신대총장인 채수일 목사님이 이끌어주셨고 아리랑풀이를 운영하는 이종헌 목사님이 또 그 뒤에 계셨다. 물론 한완상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진보지식인들이 경동교회 강원용 목사님이란 거목의 품에서 '중간집단'이 깨우치고 변혁의 선두가 되어 민주사회를 이루기 위해 대화모임을 비롯해 여성, 농촌, 노동, 교회, 청년사회를 이끌어주고 계셨다. 강원용 목사님이 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신 후 많이 약해지셨지만 우리 젊은이들과 엠티를 가도 밤새 끄덕않는 노익장이셨고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셨기에 우리들은 그를 비롯한 어른들과 선배들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하고 깨우치고 성장했다.
그런데 당시 '빛바람'이란 중창단은 나에게 또다른 충격이었다. 물론 노래도 너무 잘 했고 모습들도 다들 멋쟁이에 선남선녀였다. 와우! 그런데 남녀가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사귀는 모습, 여자들도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지를 않나, 그 자유의 힘 앞에서 촌뜨기같은 나는 너무나 기가 죽고 얼떨떨하여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나는 19년 동안 정말 가난한 집에서 착한 범생이로 자라났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꽤 '있어보였다'. 그러나 그런 어울림과 분위기속에서 나는 지식과 생각, 행동, 나를 가두고 있던 모든 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영상을 보니 지금 빛바람은 그 당시 세련되고 뻗치는 자유로움의 '빛이 바래고'(원래 중창단 이름의 빛바람이란 빛을 바라본다는 뜻일 테지만..) 평범해보이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되어 있다. 성대도 나이가 들어 노래소리도 찬송가처럼 들린다. ^^ 편안하다.
빛바람의 노래들 중에서 하나를 올린다. <상록수>.
노무현을 좋아했던 이유는 직책이나 직위가 요구하는 형식, 연기를 거부하면서라도 우리 보통사람들처럼 울고, 웃고, 화내고, 근심하고, 때론 실수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사람,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노인의 '패기'와 '기상'을 우리 젊은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서도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