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체험
발을 삔 것이 영 낫질 않는다. 4월 21일에 삐었으니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아프고 불편하다. 오늘 다시 병원에 가보니 대학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서 혹시 인대가 끊어진 곳이 없는지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한다. 수술? 무섭다... 일단 약을 먹기로 했다.
발에 무리를 안 주려고 반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나마도 나 편한대로 풀었다 감았다 하고 목발도 챙피하고 거추장스러워서 잘 안 짚었다. 그런데도 반대편인 오른발 발바닥에 기포가 생겼다 터지고 목발을 짚고 다닌 왼손바닥에 조그만 티눈이 생겼다.
전철에서 엘리베이터는 반대편 끝에만 있고, 사람들은 쏟아져 나와 나를 밀치고 마구 지나가고 눈앞에 까마득한 계단을 마주쳤을 때 눈물이 울컥 솟아오른다. 무거운 유리문을 목발을 짚고 어깨로 겨우 열고 나갈 때나 앞사람이 훌쩍 밀고 나가버려 다시 내 앞에 훌렁 되돌아올 때에도 한숨이 훅 올라온다.
막상 사용해보니 장애인 화장실들은 참 불편하다. 나보다 더 심한, 또는 다른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문조차 못 여는, 물내림 밸브에 몸을 구부리기 조차 힘든 그런 화장실들이 많다.
주로 다니는 곳이 초/중학교이다보니 더 힘들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조금 시설이 되어 있는데 중학교들은 더 배려시설이 없다. 그것도 산동네 학교일 땐 더 계단이 많다.
서울에서의 삶이 노인이나 장애인 또는 아프고 행동이 느린 이들에게 정말 위험하고 서럽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 수발체험
시아버님이 1921년에 태어나셨으니 우리 나이로 치면 아흔한살이시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워낙 연로하신데다가 심장수술로 장년기의 건강하고 힘찬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기운이 아주 없으시거나 연일 잠만 주무시거나 치매가 심해지시거나 한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3일 동안 시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작년인가? 시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에도 내 말을 제일 잘 들으신다고 해서 내가 아버님과 병실에서 이틀인가를 잠을 자면서 함께 지낸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내가 아버님을 모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어머님을 잃고 충격을 받으셨는지, 아니면 치매기가 심해지는 시기였는지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였다. 나 말고도 친척 할머니가 거의 곁에 계셨지만 그도 안 되어서 결국 남편이 계속 있어야 했고 마지막엔 내가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래 전 우리 윗집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거의 3년 동안 뜯기고 할큄을 당하면서도 온갖 수발을 하며 모신 이웃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힘드시겠어요"라거나 주워들은 상식으로 이렇다더라... 거나, 이렇게 해보라거나...는 말을 하는 것은 전혀 도움도 위로도 안 되었을 것 같다. 부끄럽다.
우기 가족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각자 감정과 대안이 다르다. 치매어르신 때문에 형제자매와 가족간에 의가 상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많은 여성들이 일을 가진 요즘 딸, 며느리, 아내가 수발을 전담하는 것도 힘들고, 집에서 일일이 사람을 사서 쓰는 것도 여간 비싸고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요양시설이 많이 생겼고 노인에 대한 혜택도 많지만 아직 요양시설이 우리 정서에 그리 편하게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병이나 장애로 불편한 분들에게 죄송함을 느낀다.
지금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며느리들, 딸들, 가족분들에게 역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 정도 겪어보고도 이만큼 느끼고 배운다.
그러니 나의 '일부'와 나의 '잠깐' 체험에 비해 더 많은 부분이거나 '전부'와 '일생'을 통해 겪고 있는 분들의 삶을 내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미련한 나는 겪으면서 이렇게 배워나간다. 겸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