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 것이 났다. 내가 늘 궁금해하고 상상하며 마음 아파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아이들의 아픔.
오늘 아침(2011년 8월 19일) 한겨레신문 표지기사 <쌍용차 정리해고 그후 2년> 시리즈 중 일부이다.
깊은 상처에 신음하는 해고자 아이들
견디기 힘든 폭력 목격하고
분노·좌절한 부모 겪으면서
폭력성 드러내거나 가출도
실태조사 98명중 26명 ‘우려’
사회적 심리치유 지원 전무
불행의 악순환 가능성 높아
열두살 하나(가명)가 살면서 가장 슬펐던 때는 ‘아빠가 감옥 간 날’이다. 2년 전 쌍용자동차 조합원이었던 하나 아빠는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 구속됐다. 그렇게 슬픈 날이었는데, 하나는 울지 않았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아빠에게 그저 씽긋 웃어주기만 했다. 변호사를 만나느라 분주하던 엄마에게도 아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최근에야 아빠의 일로 아이가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지 알게 됐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파업 당시 일곱살이던 은수(가명)는 하루종일 유치원에 있었다. 아빠는 공장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는 바빴다. 파업이 끝난 뒤 은수는 종종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우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아빠·엄마가 사라져버리는 악몽을 꾼다.
준우(가명) 엄마는 해고 사태 때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삼보일배를 하다 방패를 든 전경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밀려오는 전경들을 피해 누군가가 네살짜리 준우를 안아 들었다.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들어간 준우는 경찰과 싸우는 놀이를 하고, 엄마·아빠를 걱정하는 말을 자주 한다.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나몰라라 했다.
사실 늘 함께 지내던 가족, 이웃도 막상 '범죄자'란 딱지가 붙으면 갑자기 관계가 서먹해지고 주변이 썰렁해진다. 사실상 사회적 범죄자 취급을 당해온 해고노동자들. 그러니 더더욱 이 가족의 아이들은 뒤에서 수근거릴 망정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마음속 상처를 부둥켜 안고 각자의 방식대로 앓고 또 증상을 표출한다.
쌍용차 해고/무급휴직/희망퇴직 노동자 2천여명에게는 4천여명의 자녀들이 있다. 부모들의 경험과 상처는 곧바로 아이들에게도 전이된다. 아이들은 자기가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이유없이 화가 나기도 하고 공부에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그런 깊은 맥락을 생각하지 못하는 교사들은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거나 행동이 산만해졌다는 이유로 아이를 다그치거나 부모에게 주의를 주었을 것이다.
한 기관에서 실제로 해고노동자 자녀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해보니 98명 중 마음의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26명으로 나타났단다. 이는 또래의 다른 집단아이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란다. 보통의 아이들은 100명중 2~3명 정도만 그런 징후를 보인단다.
(사진 출처: 위 한겨레신문 기사)
이 기사를 읽고 우선 그 가족과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기사 중에는 이런 글귀도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치유활동을 위해 다음달 평택에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열기로 했다. 와락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치유공간이기도 하다. 정혜신 박사는 “아이들 회복력이 어른보다 낫기 때문에 부모가 치유되면 아이들의 상처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생각도 한다. "아이들 회복력이 어른들보다 낫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처가 회복되면 부모들도 힘을 얻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이다.
어린시절의 빈곤, 학대, 전쟁, 성폭력, 왕따 등의 상처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상처가 마치 없는 듯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어른들도 내 주변에 '널려있다'. 그것이 회복력이다. 굳이 전문가의 치료나 치유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회복하고 딛고 서기도 한다. 아이들은 상처받기 쉽고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만큼 회복력도 강하다.
부모들은 깊은 상처, 지금도 진행중인 이 암담한 현실, 거대한 괴물 앞에 무너지고 쓰러져서도 죽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공부하는 모습, 희망을 향한 노력이 부모들을 붙잡고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기를...
관계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2438.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24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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