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개입과 변화

샘연구소 2011. 8. 14. 23:45

교육이나 사회사업 실천은 인간이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그렇기 때문에 외부 환경의 변화나 타인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학교사회사업가의) 의도, 계획, 개입 => (학생과 체계의) 변화

 

그래서 우리는 상담을 하고 교육을 하고 집단프로그램을 하고 캠프도 한다. 교육자나 사회사업가들은 계속해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지식을 공부하고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기술을 배우느라 대학 졸업후에도 계속해서 돈을 내고 배우고 연습한다.

 

그런데 정말 사람은 '의도적인 개입'에 의해서 '변화'가 가능할까?

 

나의 딜레마이다.

의도, 개입, 변화... 모두가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흔들린다.

 

사실 우리는 작은 관심과 짧은 상담만으로도 아이들의 낯색이 변하고 표정이 밝아지고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행복하다. 기쁘고 뿌듯하다. 아이도 좋고 교사나 친구, 가족도 모두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을 한다. 아무리 직무조건이 거지같고 주변에서 우리를 '개밥의 도토리' 취급해도 우리는 이 맛 때문에 사랑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기꺼이 지킨다. 아니, 이 일을 즐긴다.

 

그러나 종종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접한다. 그래서 종종 좌절한다. 어떤 이들은 '저항'이 크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교육제도 따위의 환경이 너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개입을 해도 대상자가 변할 수 없다고도 한다. 내 마음이 가지 않아서 변화시킬 수가 없다고도 한다. 나 역시 의도적인 개입의 결과로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좌절했고 어떤 때는 몇 달 동안 깊은 의기소침과 우울에 빠지기도 했다.

 

어쩌면 그 변화가 효과가 늦게야 나타나는 약처럼 너무 늦게 나타나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친 다양한 개입이 축적되어서야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나의 개입은 그 중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방울의 물이 양동이의 물을 넘치게 한다던가? 내가 그 마지막 물방울일 때에만 변화를 볼 수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믿음과 인내가 필요하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을 생각한다.

어떤 아이들은 문제가 해결되거나 감소되었고 잘 적응했고 잘 졸업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정말 '나의 개입 때문에' 잘 된 것일까? 내가 아니었다면 그 아이들은 '잘못' 되었을까? 그 아이들은 정말로 영원히 '잘 된' 것일까? 몇몇은 내가 만난 후, 심지어 좋은 변화를 보였어도, 그로부터 몇 달 후, 또는 몇 년 후, 또는 진급 후 강제전학되기도 하고 자퇴하거나 강퇴되거나, 소년원에 가거나 심지어 자살했다. 그것을 굳이 가족이나 사회탓으로 돌린다 해도 내가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나로 인해 좋은 쪽으로 변화했던 아이들조차 나의 '전문성' 이 아이들을 변화시킨 것일까? 그냥 곁에 있었기 때문에, 실망해도 다시 격려하고 기대해주었기 때문에일까? 그런 것을 굳이 전문가의 자질이라고 하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 아닐까? 솔직히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존재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과 비교될수 없는 강력한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변화를 목표로 한다. the show(intervention) must go on!  to make difference. 전과 후가 달라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고 책무다.

 

변화라는 희망을 가진다는 것, 믿음을 가지고 인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회구조에서 짓밟히고 내몰린 가정과 교육제도에 갇힌 아이들을 볼 때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OTL금지다. 

동시에 겸손해야 한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교육복지사업이 추진되었지만 교육과 사회는 더욱더 황폐해지고 양극화되었다. 교육복지사업은, 학교사회복지사는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그 물방울이 언젠가 바위를 뚫고 양동이의 물을 넘치게 한다.

이 딜레마!

 

모든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 격려와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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