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장학금

샘연구소 2011. 10. 3. 16:58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다. 교육열은 높은 취학률과 교육비 지출규모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전체 교육비규모가 큰데 속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지출하는 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고 가계 즉 부모가 직접 지출하는 교육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높다.

 

의무교육은 무상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의무교육과정인 중학교도 학교운영비라는 명목의 학비는 무상이 아니다. 교복비, 통학비, 각종 수업재료비와 참고서비, 수학여행비, 체험학습비 등도 부담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교육비 부담이 증가한다. 대학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신혼여행 가서 서로에게 등록금 채무를 고백하는 슬픈 풍속도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제는 팔 소도 집도 없고 근근이 살아가는 부모들은 속이 탄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일찌감치 눈치채고 학업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나마 초중등교육과정에서의 보편적 교육복지 논의가 활발해지고 급식비 전면무상화가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어서 반갑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 학비는 살인적이고 고등학교에서의 사교육비도 무시할 수 없다. 막상 장학금을 알아보지만 역시 언발에 오줌누기, 벼룩의 간 정도이다. 그래도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눈물나는 신청서를 써내서 장학금을 타야 한다. 

 

성동구에는 17개의 동마다 주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운영하는 풀뿌리 장학재단이 있다고 한다. 흔히 교육복지를 말할 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노력이 아닌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재활용품 상설매장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마련하는 금호1가동 ‘보물단지’ 

출처: 시정일보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495

 

여러 군데 장학재단들이 있지만 일일이 지원자들의 집을 찾아가 면담을 하고 실사를 할 수 없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심사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서류만으론 제대로 알지 못해서, 면접 때 효과적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심사위원의 오판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데 떨어뜨리는 아이가 있을까봐 미안했다.

 

그런데 동네의 학생이라면 서로서로 이웃에서 도울 수 있으니 좋겠다. 무엇보다 학생은 자존심 상해가며 구구절절 감동적인 지원신청서를 써야하는 압박감을 좀 덜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소극적이라 신청하지 못한 아이도 발견해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민들이 동네 아이들을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내가 궁할 때 요청하기도 쉬울 것이고 그래서 받는 이의 낙인감이나 주는 이의 시혜적 관점이 덜 할 것이다. 결국 마을이 '교육공동체'를 이루는데 큰 기틀이 될 것이다. 

 

성동구 관내 동 지역 중 제일 처음 장학회를 만든 용답동에서는 청소년육성위원회가 앞장 서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이 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작년에 스위스의 유명 학교에 4년 장학생으로 수석입학하기도 했단다. 그 학생은 작은 금액이라도 누군가 마을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힘들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서 자란 축구선수 홍명보 감독도 광희중학교 재학시절 성동구청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단다. 그래서 장학재단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축구 꿈나무들을 돕기로 했다고 한다.

 

흔히 교육복지를 프로그램사업이나 좀더 확대된 상담사업으로 편협하게 생각한다.

진짜 교육복지는 학교와 마을이 '친복지적'으로 변하여 '교육공동체'를 이루는 가운데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상담이나 프로그램, 각종 서비스들은 그 부분일 뿐이다. 교사와 부모, 어른들이 변하지 않는 교육복지는 허깨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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