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인천으로 향하는 끝자락, 신월동의 어느 학교에 다녀왔다.
교사연수를 마치고 한 시간 반 동안 내내 자리를 지키며 경청해주신 교장 선생님이 직접 감동과 감사의 소감을 전하러 오셨다. 그러면서 속깊은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5년째 근무하시는데, 주민들이 좀 살만해지면 지역을 떠나고 더 어려운 사람들이 지역에 들어와 아이들 형편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 빈곤문제가 아니라 탈북자 가정, 결혼이민여성 가정, 외국인노동자 가정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문제도 복잡, 다양해지고 변화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지역 변화 속에서 교육복지사업으로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교장선생님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
1. 일부 아이들의 한글해독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이 매우 취약해서 교육도 어렵고 학교적응이 안 된다.
2. 몇몇 아이들은 문제가 깊고 고착화되어서 변화가 안 되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교사의 진을 뺀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역시 고민이 많았다.
교사들이 이런 문제의 해결을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면서 정작 당신들은 많은 업무로 아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인 지전가는 올해를 끝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베지 않은 논의 벼. 익어서 고개를 숙였다.
마음이 아프다.
사실 교육복지사업은 치료적 의도보다 예방적 의도가 강하다.
직접 개입보다도 학교와 지역이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 네트워크 구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의 변화가 안 된다면 이 모든 노력과 투자가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아무리 지역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모여서 회의를 한다해도 아이 하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서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늘어나는 탈북자, 결혼이민자 가정.
한국말에 어눌한 아이들. 우리로선 당연한 일상생활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어색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미국에 갔을 때이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인데 약 15~17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데 보조교사가 3명이었다.
한 명은 특수교사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 옆에 붙어서 아이를 돕고 있다.
또 한 명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학부모 자원봉사자이다. 영어가 서툰 히스패닉 학생을 위해 일한다.
또 한 명은 아마도 실습생이거나 단순보조 교사인 듯 했다.
선생님의 수업에 아이들은 딴 짓 할 수도 없고, 좀 모르거나 힘들면 보조교사들이 바로 옆에서 거드니 남아서 보충수업으로 따로 진을 빼지 않아도 된다.
우리도 이렇게 수업 중 보조교사를 쓰면 어떨까?
처음엔 교사들이 반대할 것이다. 주의가 산만해질까봐, 교사의 능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지역에는
1.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미만으로 줄여나간다.
2. 영유아 개입을 활발히 해야 한다. (드림스타트 등 복지부, 지자체 개입 활성화. 입학하면 이미 늦다.)
3. 초등 저학년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추진한다. (시카고 지역에서 엄마의 일터에 대리노동자 임금을 지급하면서까지 흑인 母子 동행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성과를 본 보고를 보았다.)
4. 수업중에 보조교사를 활용한다.
등을 중점적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장선생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님,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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