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방조제를 건너 바다를 볼 겸 대부도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정문규 갤러리를 가게 되었다.
1층에 아르페지오네라는 카페가 있는데 높은 천장과 약간 묵직한 분위기에 거대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슈베르트의 음악이 대학시절 '학림다방'을 드나들 때의 감상을 되살려주었다. 벽에는 화백의 최근 꽃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단순하고 강렬한 큰 그림들이었다. 우연히 정문규 화백과 사모님, 그리고 아드님을 모두 뵙게 되었는데 특히 사모님이 너무 맑고 고우시고 아드님이 직접 내주시는 커피도 깊고 풍부한 맛이 갤러리 카페의 분위기와 그윽하게 어우러졌다.
커피를 마시고 갤러리를 돌아보았다. 화백의 그림들은 3 시기로 나뉘는데 가장 초기 작품은 김환기가 연상되는 추상화들이고 2기는 누드연작이었다. 암투병시기를 지나 최근은 꽃과 나무를 주로 그리시고 있다. 모두가 각각 개성있고 참 좋았다. 특히 누드시리즈는 화집으로 볼 때는 솔직히 좀 민망했는데 설명을 듣고 직접 그림을 보니 화가의 성실한 노동과 진지한 작업이 느껴졌다.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여인의 누드들을 보노라니 원초적인 생명의 고갱이, 그 덩어리들을 마주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입고 꾸민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건물은 대부도 초입부터 명승지나 고적지를 알려주는 갈색 표지판에 나와있어서 찾기가 어렵지 않다. 원래 해수탕이었던 건물이 경매에 나온 것을 천장이 높아서 갤러리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 건물이 참 주인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화백은 건강 때문에 안산으로 이사하셨다가 대부도의 바지락 칼국수 맛에 반해서 여기에 사시게 되었다고 한다. 2층의 작업실에 가면 넓은 유리창 밖으로 숲이 보이고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들어온다.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이 방에서 작업을 하시는 근면하고 성실한 분이시란다.
아니나 다를까 음악을 무척 좋아하신다는데 아드님이 어려서 학교에 가느라 집으로부터 몇 백미터 밖까지 나가서도 음악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다음에 가면 어떤 음악을 듣게 될지 기대된다. 온몸의 세포 구석까지 전율시키는 그런 스피커의 음악은 아무데서나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5월부터 원로 화가들의 전시회를 연다고 하니 그 때 다시 가봐야겠다.
대부도나 제부도에 가실 분들에게 정문규 갤러리 탐방을 권한다.
http://blog.gg.go.kr/imsan2?targetBlog=13832
http://fireadam.cafe24.com/ (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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