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학교폭력, 대책은 무엇일까?

샘연구소 2012. 1. 21. 08:35

[경향마당]학급 내 계급구조부터 이해를

학교폭력을 분석한 일부 글을 읽어보면 폭력적 콘텐츠 노출을 그 원인이라 꼽는데 이는 적절한 분석이 아니다. 그 둘의 필연성을 증명하려면 모든 학교폭력 가해자는 예외 없이 게임(또는 폭력적 영화) 중독자여야 하고 동시에 가해자가 아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 혹자는 학교폭력의 이유를 피해 학생에게 돌리기도 하지만 헛소리다. 성격적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왜 그중 특정한 결함만이 일방적인 폭력을 당할 원인이 되는가? 사교성이 떨어진다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에 가깝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의 본질을 볼 필요가 있다. 학교라는 사회 내에서 강자와 약자가 규정되고, 학교폭력은 그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른들의 사회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문제는 몇몇 비정상적으로 악랄한 아이들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축구 포메이션’ ‘학교 자리 배치도’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들 사이에는 계층, 심하게는 계급이 존재한다. 이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각각의 부분적인 특성에 따라 ‘유형화’되며, 그에 따라 ‘배치’ 된다. 이때 각 학생의 내면적 특성이나 본질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학교 내 계급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책에 접근 할 수 없다. ‘반 구성원’들은 ‘친구’ 사이가 아니며, 학교는 배움의 성지나 교우의 공간이 아니라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교 구성원의 대부분은 학교에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겠지만, 차별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이 구조는 엄연한 현실이다.

체벌에 대한 여론 악화와 교권의 추락도 이 구조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체벌을 하지 않아 아이들이 비뚤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체벌이 존재했을 때 학교 내 계층은 교사-학생의 관계였다. 강자인 교사와 약자인 학생 사이의 룰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 중 한 축이 무너지면서 교실 내 권력은 일대 격변을 이루었다. 감춰져 있던 학생-학생 간의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왜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에게 저지른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계급구조에서는 더 낮은 계급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된다. 양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노비를 붙잡아 볼기를 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듯 일진이 ‘빵셔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이다. 노비가 벌을 견디다 못한 끝에 재수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양반은 심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학교 내 계급 구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설사 동의한다고 해도 그것이 학교폭력 해결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난 이것이 ‘학생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가해학생을 엄벌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에 대해 외상 후 심리검사를 하는 모든 것은 물론 필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모두 결함이 있다. 그리고 이 결함을 해결하고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의 시선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생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고재원 | 경기 고양시 화수고 2학년>
ⓒ 경향신문

 

출처: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201182055525&code=990402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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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후 학교 체벌이 비판을 받으면서 교과부가 회초리의 규격과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체벌을 가하는 방법까지 규정해서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교사-학생의 권력적인 계급구조가 풀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대신 학생-학생간 또는 학교밖 조폭-학생간 계급구조가 생겼다는 것이 나의 관찰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또래집단에 대한 소속감, 힘겨루기와 위계질서가 주는 안정감 등을 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뭏든 아이들은 교사에게는 돌아서서 이름을 불러가며 욕을 하고 인사도 잘 안 하면서 선배들에게는 존대말을 하고 깍듯이 절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2004년에는 학생 간 또래폭력으로 심각하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교과부는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초중고교에 학교사회복지사를 파견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교육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또 유명무실했던 전문상담교사 채용의 근거법에 따라 학교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상담교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경찰도 요란하게 청소년 폭력범을 검거하고 중한 벌을 내렸다. 한동안 잠잠했다.

 

그리고 최근. 또다시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럽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사회폭력의 수준, 여전히 편만한 교사의 직간접적 폭력, 학교 내 경쟁적 풍토가 조여옴과 함께 꾸준히 서서히 증가해온 것이다. 다만 이번에 이렇게 큰 이슈가 된 것을 보면서 과연 '분노의 힘이 크구나'하는 것을 실감한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남긴 유서에서 그들이 당한 잔인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보다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보복하고 싶은 마음, 증오심이 더 폭넓게 대중 사이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각 교육청, 경찰들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했다. 그러나 그 대책들은 내가 보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http://www.safe182.go.kr/schoolMain.do

 

 

폭력적인 청소년들 중에는 물론 심각하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이미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경우이다.

그러나 대개는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가정과 학교에서 충분한 보호와 돌봄, 격려, 칭찬, 사랑, 기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또 개중에는 부모나 교사로부터 야단이든 체벌이든 이미 충분히 '맞고' 지내는 아이들도 많다. 이미 피해자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가 한 숨 돌리고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보기를 바란다.

우리의 분노심과 보복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성숙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방법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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