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교육복지의 역사와 현주소

샘연구소 2012. 3. 4. 22:12

교육복지의 역사와 현주소

 

 

교육복지의 등장배경

  요즘 학교에서 낮은 성적, 문제행동 등을 보이는 학생들들 살펴보면 대다수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소외지역, 취약집단 가정의 아이들이다. 어려서부터 문화적 자극과 경험이 부족하고 경쟁적인 학교 풍토에서 가정의 돌봄과 정서적, 교육적으로 섬세한 지원이 없이 지내는 아이들은 결국 학습부진아, 문제아, 중퇴아가 되기 쉬운 위기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는 사회경제적 계층의 재생산에 합법적 기제로 기능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공공적 기능을 회복하는 한편 사회 통합과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을 양성을 위해서 학교를 지원하는 일단의 조치가 필요해졌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안병영 교육부장관 지휘 하에 교과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대대적인 교육복지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대도시의 빈곤층 밀집주거지역 내 학교들을 지역단위로 선정하여 빈곤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투자지역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에 ‘교육복지’라는 화두가 제기되었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라고 부르며 서울의 경우 과거 좋은학교만들기자원학교 사업을 흡수하면서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구조와 현황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하 ‘교육복지사업’)은 2003년 2학기에 처음 서울과 부산에서 시범형태로 출발하여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되다가 인구 25만 이상 도시로, 그리고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도시 내 100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사업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주축을 이루며 2곳의 전문계 고등학교(서울시는 좋은학교만들기좋은학교사업 흡수로 구분이 모호하여 여기에 포함하지 않음.)와 유치원을 포함하여 총 2000개교에 이르는데 지금도 확대되고 있어서 정확한 사업학교수를 못 박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도시의 집값 싼 동네에서 고개만 조금 돌리면 금세 교육복지 사업학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재원은 초기에는 교과부에서 특교예산으로 학교당 약 1억 5천만원 정도의 사업비를 받았으나 이후 3년을 지나면서 교과부 예산을 줄이고 지자체 대응투자를 늘여 왔으며 지금은 특교가 아닌 일반예산사업으로 변경되었고 학교당 사업비가 초기보다 많이 축소되었다. 지역여건과 학교 규모, 사업 연차에 따라서 다르지만 연간 7천만원에서 1억3천만원 정도 사이에서 지원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변화는 2010년 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과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제203호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관리․운영에 관한 규정) 발효로 법에 근거하게 된 것이다.

  사업학교 선정 방식은 초기에는 빈곤지역 내 2~3개 행정동을 묶어 그 속에 4~5개 학교를 포함하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지원하였으나 지금은 그 때 선정된 지역단위를 기초로 하여 단위학교도 선정, 지원하고 있다. 사업학교는 재학생 중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가정 학생수 및 재산세 납부액 등 주요지표와 사업계획서 내용을 심사하여 선정하는데 기초수급권 가정 학생수 약 40명~50명이 하한선이며 이것도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사업학교로 선정되면 사업 예산 내에서 1명의 전담 실무인력을 배치할 수 있으며 그 인력을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또는 ‘교육복지사’라고 부른다. 예산은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보건소 등)과 연계하여 학습․문화결손 보충 및 치유, 상담, 보건․의료서비스, 방과후 교육․보육프로그램 등을 기획하여 시행한다.

 

 

 

 

교육복지실을 초등학교는 대개 온돌이나 매트를 깔아서 좌식으로 꾸미고

중고교는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삼삼오오 모여앉을 수 있게 꾸민다.

 

  학교단위 사업의 추진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기획과 준비 : 교내 운영조직 구성, 사업계획서 작성, 학교교육계획서에 반영, 전담인력 선발, 교육복지실 구성, 집중지원학생 선정(심사위원회)

2) 사업 추진

- 사업계획서에 의거한 각종 프로그램 및 활동 추진, 예산 집행, 기록, 보고

- 지역사회 협력기관 조사 및 협약, 지역 실무자와의 정기적 회의 및 협력

- 담임교사-학부모-지역사회교육전문가-지역사회 기관 실무자간 긴밀한 소통과 협조

- 수시 위기학생 발굴과 지원(의료, 상담, 가정방문 등)

- 기타 관계자 연수, 회의 등

=> 특정 학생들에게 의도적, 계획적, 체계적으로 개별/집단 학습지도, 정서심리적 문제해결과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개별상담, 집단상담, 다양한 문화체험과 동아리활동, 캠프, 그리고 의료지원 등 보건복지 서비스, 기타 가정방문과 가족상담, 진로지도 등을 제공한다.

3) 평가와 환류

단위사업 평가 및 연간사업 전체 평가, 보고서 작성과 환류

 

  학교 단위에서의 사업 내용은 학습(학력증진과 학습지원), 문화(다양한 문화․체험 및 특기적성 활동), 심리․정서(특별한 문제 또는 욕구충족을 통한 정신 건강 도모), 복지(건강한 신체 발달 지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사업), 지역 협의회 운영(정보공유, 학생 지원 협력과 개입 조정 등), 그리고 영․유아 지원 및 자치구 및 지역사회, 학교간 연계사업(복지관, 공부방, 문화․청소년 회관, 구보건소 등을 이용한 지역 기반형 사업 지속 추진) 등 다양하다.

 

교육복지사업의 성과와 문제점

  이제 교육복지사업을 시행해오면서 사업이 잘 추진된 학교와 지역에서는 많은 긍정적 변화들을 보고 있다. 아이들을 보면 가난하고 학교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학업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되고 기초학력이 신장되었으며 문제행동도 줄고 수업과 방과후 다양한 프로그램에 열심히 즐겁게 참여하면서 학교가 밝아지고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과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많이 웃고 자부심이 크다. 학부모들도 만족도가 높다. 또한 교사 혼자 끙끙대고 고생하던 일을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인력이 기능함으로써 새로운 측면에서 아이들을 평가하고 필요한 것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종단연구를 계속 하고 있는데 사업학교 아이들의 심성이나 사회성,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참여도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학교의 담장을 넘어서 아이들이 있는 곳 어디나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교육적인 환경이 되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게 되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체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여러 해 추진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과 애로사항들도 경험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은 교사의 업무가 늘어난 것이다. 또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생이 되면 점점 더 가난한 아이들만 따로 떼어내서 하는 프로그램에 냉소적인 거부감을 보이면서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기가 힘들다. 가정통신문도 몰래 주어야 하고 지원대상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참여를 권하는 수고를 해도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빈곤학생들만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또한 2003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지금은 교과부 내에 다양한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이 별도로 추진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나 타부서에서 빈곤층 학생에게 쓰라는 사업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와서 사업의 맥락을 흩트리고 담당자에게는 업무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막상 기대했던 ‘학력격차 해소’ 측면에서는 큰 변화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일단 가난하게 태어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대대손손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기 힘든 여건에서는 아무리 교육복지사업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상담을 해도 교육격차를 끌어올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것은 사회를 더 평등하게 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혁신을 통해서면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교육복지사업의 의미와 비전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가정의 빈곤이란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평등하게 교육의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교육복지의 의미라면 지금까지의 교육복지사업을 통해서 어떻게 학교가 그런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품고 함께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을지를 조금이나마 경험했다고 본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난, 가정결손,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삶의 환경 조건 속에서 총체적, 전인적으로 이해하는 것, 교실이 모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삶의 터가 되도록 하는 것, 가정에서 못 받은 사랑과 관심, 다양한 문화체험과 심리정서적 치유를 지역사회와 함께 손잡고 누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교육과 사회가 더 평등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육복지사업은 새롭게 변화해야할 시점에 와있다. 현재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가장 큰 결함은 바로 사회적 낙인이 되는 ‘가난’이 입증된 아이들만을 가려서 지원한다는 ‘선별적 복지’ 프로그램의 한계에 닿아있다. 부모의 소득에 따른 빈곤 정도 평가과정을 ‘교사’가 ‘학교’에서 해야 하는 것도 교육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된 교육관련 복지 논쟁이 정치적 논쟁을 넘어 사회가 합의하는 수준에서 의미에서 교육현장에 안착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거사들을 치러야할 2012년이 교육복지의 앞날에 어떤 해로 기억될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박경현 씀. 2012년 2월

(이 원고는 월간 <좋은교사> 2012년 3월호에 ‘사회쟁점교육위원회’ 이름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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