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외국에서도 힘든 학교사회복지사

샘연구소 2012. 3. 12. 11:42

세계적으로 여러나라에서  학교사회사업이 실시되고 있고 학교사회복지사들이 학교와 교육청, 관계기관들에서 일하고 있다. 외국 학교사회복지사들의 근무조건은 어떨까?

최근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못지 않게 배고프고 힘들다.

 

내가 교사시절 교사들끼리 모이면 가르치는 학생에 관한 이야기, 방학 때 여행갈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었었다. 이후 사회복지사가 되고나서 사회복지사들끼리 모이면 학생과 가족의 이야기 외에 교장이나 다른 교사들로부터 설움받은 이야기, 그리고 급여와 휴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대학교나 대학원 시절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전문직으로서의 윤리와 헌신을 맹세했다. 우리들은 자격증으로 부여받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이름인 ‘사회복지사’ 외에 ‘사회복지인’이라는 깊은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힘든 일도 즐겁게, 박한 근무여건도 떨치고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도 함께 일하는 교사들을 볼 때 우리의 급여수준은 참으로 부박하기 짝이 없다. 일을 더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떨어진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교사들의 터에 들어온 외부직종이라서, 교사들이 먼저 자리잡은 프리미엄 때문에 그렇다는 억울함을 떨치기 힘들다. 교사들도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뭉치고 요구하고 싸워서 지금과 같은 휴가제도와 각종 수당, 보험, 호봉제도, 넉넉한 연수혜택과 정년보장 등을 누리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닌 듯 하다. ‘학교사회복지(학교사회사업 school social work)'이란 분야가 비교적 신생학문이고 새로운 ’통섭적‘ 실천분야다보니 아직 제도적으로 자기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1월호 세계의 학교사회사업 소식을 알리는 전자소식지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internationalnetwork-schoolsocialwork.htmlplanet.com) 최근 홍콩과 쿠르디스탄에서 관련있는 기사가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소식지의 내용과 한국의 상황을 얼버무려 쓰면 아래와 같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정수기 주변에 모이면 종종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봉급, 근무조건과 휴가 등이거나 행정적 지원의 부족, 무력감과 직무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학교사회복지사들이 학교에서 의미있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길 때, 또는 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열심히 일해도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할 때, 사회복지사들은 소진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거나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은 과중한 업무량, 해결하거나 변화시키기 힘든 어려운 케이스들, 낮은 봉급과 같은 여건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은 이런 업무나 낮은 보상시스템이 아니다.

 

 

대개 사람들은 처음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대개 이런 여건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일하면서 근무조건을 결정할 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없다면, 임신이나 결혼사실을 알리자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휴가를 안 내주려고 하는 등 불공정한 인사 결정을 당할 때, 또는 직장에서 다른 교직원들과 심하게 차별대우하거나 학대를 겪게 될 때 처음 품었던 열정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소진되며 이것이 쌓이면 직장을 그만 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복지사업에서 일하는 프로젝트 조정자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의 이직은 한 두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꿈을 갖고 어렵게 공부하고 대학(원) 졸업 후에도 2차 세팅에서 일하기 위해 자비를 내가며 별도의 교육과 연수를 받고 드디어 찾은 일터. 그러나 그 꿈은 종종 교육계의 사회복지 실천의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와 교사들 사이에서 겪는 상대적 박탈감, 소통과 협력의 장애물들로 인해 1~2년만에 꺾이곤 한다.

 

 

안 그래도 교육청 직원이나 교사들의 정기 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는데 전담자라고 하는 민간실무자인 프로젝트 조정자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조차 바뀐다면 누가 이 사업의 맥락을 알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며 학생과 가족, 지역기관들이 누구를 알고 신뢰하여 어려움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결국 학교 내 사회복지사의 이직은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서비스의 질을 훼손시키게 된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The Standard>지의 2011년 9월 14일 수요일자에는 “Woes blamed as school social workers quit"이라는 제하의 글이 실렸다.(http://www.thestandard.com.hk)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홍콩시내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3의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일을 그만두었는데 이는 낮은 급여, 지지의 결핍, 승진기회의 부족, 낮은 직무만족도 등이 이유였다는 것이다. 아다시피 학교는 민간 위탁단체를 통해 1년 기한의 단기계약직으로 학교사회복지사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일자리에 대한 안정감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한편 <The Kurdish Globe>(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터키 동부와 이라크 북부 및 이란 북서부지역, 시리아 북부 등에 걸쳐있는 Arbil, Kurdistan, northern Iraq 지역을 독자층으로 하는 최초의 영자 신문으로 매주 화요일에 발행되며 쿠르드족 관련 이슈들을 광범위하게 다룬다.)의 올해 1월 14일자를 보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행정업무 및 기타 전문성과 무관한 잡무를 하느라고 사회적, 개인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돕는다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전문직 연합회(학교사회복지사협회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의 지원을 받아 Education Directorate(그곳 정치형태를 몰라서 추측하건대 아마도 지방 교육위원회, 우리나라의 교육청 교육의회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에 의해 학교사회복지사들이 학생들에게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책임을 명시하는 조례를 제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처럼 전문직 단체는 이러한 일에 힘이 될 수 있다. 스웨덴, 미국과 같이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정책적으로 추진되며 동시에 강력한 전문직 연합회를 가진 나라들에서는 학교사회복지사업과 학교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옹호활동을 더 왕성하게 하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업과 학교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알리고,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인과 교육계 관료들을 설득하고 권리를 찾는 일(로비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직 단체(연합회, 협회)와 함께 하는 것은 교육부(교육과학기술부를 줄여서 이렇게 말하겠다)나 교육청(광역단위 교육청 및 지역단위 교육지원청)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소통하는 효과적인 통로이다. 미국에서는 학교사회복지사협회 혼자가 아니라 학교상담사나 임상심리사, 간호사 등 유관 단체들과 연대를 이루어서 학생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한다는 압박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전문직 협회는 직무표준안을 만들거나(몽골의 경우) 지속적인 보수교육이나 수퍼비전을 제공함으로써(한국의 경우)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보다 높은 직무만족감을 갖게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의 인권의 침해나 억울한 송사 등을 처리하기에는 이러한 연대만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보다 큰 힘을 가진 교사노조나 여성노조, 학교내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여 협력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학교사회복지사들이 교원노조(미국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계약직이다)에 가입해서 봉급 및 근무조건 계약에 도움을 얻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UNISON이라고 해서 약 4만명의 회원을 가진 공공서비스 노조에 가입해서 근무여건 개선 및 로비활동과 같은 지원을 받는다. 노르웨이는 약 23000명의 회원을 가진 Union of Social Educators and Social Workers가 있는데(북유럽에서 social educator(pedagogic)는 미국의 school social worker와 다른 독특한 개념이다. 보육,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을 두루 다루는 개념에 가깝다) 이를 통해 소속된 430명의 학교 내 서비스직(사회복지사, 상담사, 특수교사)이 협회와 같은 지원과 함께 노동조합과 같은 역할을 지원받고 있다.

 

 

집단교섭이 결렬되면 교사나 타 학교 내 비정규직 등 공공노조원들은 파업을 단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1년 11월 30일, 영국에서는 교직원 파업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는데 사회복지사들은 교사들의 파업에 동참했다. 사회복지사들은 파업이나 이런 상황에 대한 행동지침 등에 대한 사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노동부의 근로기준법을 비롯하여 다양한 노동조건 관련 법규와 조례, 규칙, 지방의 학교비정규직 지침 등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는 나이, 성별,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권력의 유무, 종교, 장애와 능력 등과 무관하게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하며, 그러한 인간 존중과 행복추구를 가로막는 사회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 등을 양대가치로 한다. 이러한 존중과 평등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가치기대는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학교사회복지사 자신이 학교 안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불평등한 직무여건에 놓였을 때 더욱 큰 분노와 부적절감을 느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복지는 사회복지의 대상자인 가장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비교되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기초수급권자’된다”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내가 만난 한 중년의 교사는 자기 일생에 두 번의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첫째는 똑똑한 딸이 사회복지 전공한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일이고, 둘째는 그 딸아이가 사회복지사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사회복지사협회, 학교사회복지사협회, 각 지역단위의 지전가들의 연합체나 소수 노동조합(학교내비정규직노조에의 가입이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 유익한가는 성급히 판단하기 힘든 미묘한 문제들이 있다. 여기선 상세히 다루지 않겠다.)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단위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움직임들도 있다.

 

동시에 나는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사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의 가난한 변두리 인생들이 왜 계속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으며 가난하면 덩달아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고 문화적으로도 무식하고 촌스럽게 살 수밖에 없는지 정치경제적 구조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기 힘들다  (0) 2012.03.15
일본의 학교사회복지  (0) 2012.03.12
교육복지증진을 위해 교사가 할 일  (0) 2012.03.04
교육복지의 역사와 현주소  (0) 2012.03.04
진정한 크리스마스  (0) 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