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일본의 학교사회복지

샘연구소 2012. 3. 12. 15:52

지난 3월 6일(화) 일본에서 방문한 학교사회사업 지도자와 실무자들이 일본의 학교사회복지를 소개하고 한국 학교사회복지사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카도타 교수와 오쿠무라씨, 메구미씨 등이 그날 발표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박경현이 정리한 것이다.

 

 

발표자:

1) Kadota Koji (門田光司) - 그는 Fukuoka 현립대학교 교수로 원래 장애아동과 관련한 교육학을 전공하였으나 사회복지를 알고 나서 학교와 사회복지를 결합한 학교사회사업 실천이 장애아동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쿠오카에서 학교사회복지사 양성, 지도, 현장 개척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학교사회복지(또는 교육복지) 사업이 출발하던 무렵인 2008년에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이던 박경현을 초청하여 일본학교사회복지학회에서 일본 전국에서 모인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경험을 발표할 기회를 주었고 함께 방문한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임원들에게 후쿠오카 내 학교사회복지 및 교육관련 현장들을 둘러보게 해주었다. 그는 일본에서 학교사회복지 교재와 매뉴얼을 저술하였으며 2010년에 한 차례 한국의 학교사회복지 현장을 다녀갔고 올해에는 문부성 기금에 의한 비교연구를 위해 다시 다른 연구자 및 학교사회복지 실무자들과 함께 한국을 다녀갔다. 현재 학교사회복지학회장 혹은 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 같은 책임을 맡고 있다.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실무자협회와 교수들의 학회(사실 우리나라의 학회는 상설 실무기관이 아니므로 수평으로 놓고 협회와 비교하기 뭐하다)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일본은 아직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제도가 없기 때문에 '학교사회복지사' 협회라는 것은 없고 교수와 실무자 등 관심있는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협회 또는 연구회와 같은 단체가 있고 전공교수들로 이루어진 모임도 있다고 알고 있다.

2) Okumura Kenichi

후쿠오카에서 처음 학교사회사업이 실시할 때부터 실무자로 일했다. 내가 2008년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 실무자였는데 봉고차를 운전하며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었었다. 지금은 후쿠오카현립대학에서 조교수로 수퍼바이저로서 실무자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만나며 지원하고 있다. 예리하고도 활기넘치는, 그리고 리더십있는 실무자 이자 현장 맥락감 뛰어난 연구자 스타일이다.

3) Megumi Kamachi

현재 학교사회복지사로 활동중인데 지역교육위원회(일본은 지역 군청이나 시청에 교육위원회가 소속되어 있으며 따로 교육청으로 분리되어있지 않다)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2개의 초등학교와 1개의 중학교를 관리하고 있다. 주 4일은 이들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교사 및 기관들과 사례회의, 교사면담, 학생면담, 기관방문 및 가정방문 등으로 보내고 하루는 지역 내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연수를 받거나 수퍼비전으로 모인다. 짬짬이 서비스 연계 및 조정, 서비스 기록 등을 한다.

 

 

<일본 학교사회복지 현황>

 

1. 사회문제로서의 학교 내 학생 문제와 대응으로서의 학교사회사업 

 

일본에서 아동 및 학생문제는 교사를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초기부터 교사폭력, 학생들 사이의 폭력, 학교 안에서의 물품파손 등 학교 내의 소란과 교내폭력이 증가해왔다. 또, 1985년부터는 등교거부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등교거부’란 연간 30일 이상 학교를 결석하는 상태를 말한다.

등교거부의 원인으로는 ①왕따, 따돌림, 교우관계 갈등 등으로 인한 정서적 문제, ②학업태만, ③비행, ④아동학대 등 가정문제, ⑤교사에 대한 불신감 등을 들 수 있다.

 

(참고)

2010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등교거부 학생수는 총 11만 4,971건이었다. 1997년 이래로 등교거부 학생수는 계속 10만건을 넘고 있다. 이는 일본 전국의 초/중학교 학급당 약 1명꼴인 셈이다.

 

 

이에, 2008년 문부과학성(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에 해당함)은 15억엔의 예산을 지원하여 전국 144개 지역에 학교사회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에 약 1,000명의 학교사회복지사(school social worker)가 채용되었다. 이 때 학교사회복지사는 국가자격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학교사회사업 업무를 맡은 담당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 중에는 교사, 상담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이었다.

 

 

문부성 시행 학교사회사업 담당 학교사회복지사의 직무는 다음과 같았다.

①학생들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 가정환경의 개선에 주력한다.

②학교와 가정 사이의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협동, 조정을 한다.

③교내에서 학생 지원팀을 구축하고 팀원으로 참여하며 그 운영을 지원한다.

④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에 관하여 상담, 지원을 한다.

⑤필요에 따라 적절한 수퍼바이저를 지정하여 지도 감독을 받는다.

 

 

학교사회사업을 가장 오랫동안 시행해 온 미국의 학교사회복지사의 직무는 주로 개별 상담과 집단상담이다. 한편, 일본에서의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 가정, 관계 기관의 연계 조정 역할이 주된 업무로 인식되고 있다.

 

 

2009년에 문부과학성은 학교사회사업에 대한 전액지원 방침을 수정하여 1/3만 지원하고 나머지 2/3은 지자체에서 부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 따라 학교사회사업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곳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2. 학교사회사업가 채용 현황 및 배경 자격

 

2010년 문부과학성 조사에 의하면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의 수는 614명이었다. 한편 문부과학성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시나 촌(군/구에 해당)에서 독자적인 지자체 예산으로 학교사회복지사를 채용한 곳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학교사회사업학회에서 별도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총 642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부과학성 조사 결과, 학교사회복지사들의 고용주체(직장)은 시촌교육위원회(시군구 교육지원청)에 246명(36.4%), 도도부현교육위원회(우리나라의 광역시도 교육청)에 188명(27.9%), 중학교에 119명(17.6%), 초등학교에 95명(14.1%) 그리고 등교거부지원센터, 고등학교 및 기타 교육기관(27명 4%)의 순이었다*.

(참고)

* 복수응답(일본의 학교사회복지사는 지역의 시촌교육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으나 주3일 이상 방문 근무지인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를 포함하여 지역사회 내의 학교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돌보는 형태가 많다,)

 

 

학교사회복지사의 자격으로는 사회복지사가 230명(37.5%)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정신보건복지사(118명, 19.2%), 그 외 사회복지 관련 자격자가 75명(12.2%)여서 이들을 합하면 총 363명, 약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관련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 외 자격으로는 교사자격자가 232명(37.8%), 심리관련 자격자가 97명(15.8%)였다.

 

 

3. 학교사회사업가의 개입 내용

 

학교사회복지사가 주로 관여하는 일의 내용으로는 등교거부와 가정환경**(빈곤, 가정 내 아동방임과 학대, 가정폭력, 이혼 등), 발달 장애 등에 관한 문제가 각각 27.1%, 25.5%, 12.9%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아동학대 문제, 정신건강 및 보건 관련 문제, 비행 및 불량행위, 교우관계 문제, 교사와의 관계 문제***, 폭력, 따돌림 등의 문제에 개입하고 있었다.

 

** (참고)

일본에서 아동방임 및 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0년 아동상담소에 신고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총 55,152건으로 종래 신고건수를 갱신하는 높은 수치다.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래 약 20년 동안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50배 이상 증가했다. 피학대아동의 연령별로 보면 취학전이 43.9%, 초등학생이 36.4%, 중학생이 13.2%이다. 아동학대를 학교에서 발견하여 신고하거나 개입하는 경우는 매우 낮다고 한다.

*** (참고)

일본에서도 학부모들은 교사를 어렵고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학교에 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사는 아동의 부모에 대해 잘 모르고, 부모는 교사와 아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설문조사결과 약 50%가 ‘관계가 전혀 없다’ 또는 ‘나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40%정도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숨어있다.

 

 

한편 일본의 남쪽 끝에 있는 큐슈 섬의 후쿠오카 현 내에는 60개의 시정촌이 있는데, 2008년에 13개의 시촌교육위원회에 각 1명씩 학교사회복지사가 배치되었다. 카도타 교수가 이들 13명의 학교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정리하였다.

 

1) 2008년~2009년 2년간 개입 건수 : 총 999건

2) 분야별 개입 건수

문제

개입 비율

등교거부

28.6%

가정방문(방임, 이혼, 가정폭력, 빈곤, 정신질환 등)

23.9%

학교 내 교우관계 문제

11.8%

비행

9.0%

정신보건 문제

7.1%

발달장애

7.3%

교사에 대한 불신

3.5%

아동학대

2.5%

집단폭력, 따돌림

1.7%

 

 

13명의 학교사회복지사들이 2년 동안 가정방문한 횟수는 1061회로 1인당 연간 평균 약 40회, 월 4회 이상 가정방문을 했다. 관계 기관으로의 방문은 총 623회로 1인당 연간 평균 약 24회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교내 팀 사례회의는 총 712회, 관계기관 담당자와의 사례회의는 282회였다. 1인당 연간 횟수로 환산해보면 한 사람의 학교사회복지사가 1년 동안 약 30회의 교내 사례회의, 약 10회의 관계기관과의 팀 사례회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

일본의 문화적 특성상 학교는 한국 못지않게 폐쇄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사회사업 실시 이후 학교가 타 기관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한 사례가 63% 증가하였으며 학교사회복지사도 혼자서 직접 개입한 것이 32%라면 타 기관을 통하거나 교사, 학부모를 통해 간접 개입한 것이 61%로 연계, 협력, 조정이 학교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직무로 나타나고 있다.

 

 

3) 학교사회사업 실천의 성과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교장과 학교사회복지사가 함께 답한 것을 정리한 것을 보면 이렇다.

비율(%)

문제분야

해결

개선

개입 중

변화없음

아동학대

25.4

63.9

10.7

0

집단폭력, 따돌림

52.8

26.4

14.6

6.2

교사-학생간 갈등

48.7

21.7

29.6

0

친구 관계 문제

35.9

28.8

35.3

0

발달장애 지원

30.0

32.5

27.5

0

정신보건 문제

22.6

30.8

44.8

1.8

가족 문제

21.5

31.3

41.5

5.7

등교거부

21.2

29.8

40.2

8.8

비행

8.1

38.9

48.1

4.9

폭력

10.0

36.7

53.3

0

평균

27.62

34.08

34.56

2.74

 

 

위 결과를 보면 아동학대, 따돌림에 대한 해결 비율이 가장 높다. 교사-학생 간 갈등이나 학생간 갈등 문제, 발달장애 지원 등은 해결이나 개선 비율도 높지만 지금도 계속 개입 중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정신보건 문제, 가족문제, 등교거부 등은 해결비율이 좀 낮아지며 계속 개입 중이고 비행이나 폭력 등은 해결비율은 낮지만 개선중이며 계속 개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족문제, 등교거부 문제와 함께 비행이나 집단따돌림 등의 문제는 변화없음, 즉 미해결 건수도 제법 있어 보인다.

 

위 질문의 응답 처리 방식이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묻지 못했다. 문제 당 개입 건수를 100%로 보고 그 안에서 해결 정도를 나눈 것인데 만약 폭력에 대한 개입 건수가 총 10건이고, 친구관계 개입건수가 총 100건이었다면 해결 비율을 단순히 백분율 숫자로 비교하여 어느 것이 해결이 쉽다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이나 난이도에 따라서 해결비율을 신중히 해석해야 할 것이다.

 

 

4. 일본 학교사회사업의 과제(카도타 교수)

 

첫째, 학교사회복지사 양성 체제의 정비

둘째, 학교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슈퍼비전 개발

 

 

그가 제시한 일본 학교사회사업의 과제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양국이 겪고 있는 문제 중 유사한 부분이 있고, 또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두 나라간 교육이나 사회문화, 제도적 유사성이 크므로 함께 교류하면서 지혜와 경험을 모은다면 양국의 학교사회복지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생들의 복지증진과 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 일본 학교사회복지 교수(연구자) 및 초창기 학교사회복지사였던 수퍼바이저(조교수), 현장 실무자인 학교사회복지사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배운 점이 있다.

 

하나는 조사연구와 발표가 참 이해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교수는 전국적 역사와 현황을, 수퍼바이저는 후쿠오카 중심으로 그리고 실무자는 자기의 하루와 일터를 중심으로 발표했으며 연구조사 결과도 복잡한 통계를 이용하지 않고 표적 문제를 단순화하여 그 문제들이 무엇이고 얼마나 개입했으며 결과가 어떤지를 아주 간단명료하게 제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삼척동자라도 이 사업의 유용성을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의 교육복지사업이 복잡하고 서비스도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연구결과들이 엄청나게 질문도 많고 복잡하고 통계방법도 이해하기 힘든데 상황이나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 필요성을 주장하는데도 무력한 것을 보면서 이들에게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는 발표를 듣는 내내 왜 이들이 아동방임 등 가정문제에 저리 주력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는 현재 청소년들이 드러내는 여러 가지 문제와 욕구의 뿌리이자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바로 학습이나 교육, 심리상담이 아닌 이러한 중요한 환경체계에 대한 고려와 개입, 조정을 통해 원조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의 학교사회복지사들은 프로그램을 돌리느라고, 아니면 여기저기 전화하고, 받고, 행정기록하느라고 가정방문이나 가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곤 한다. 우리도 가정에 대한 이해와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표중인 이가 Okumura 씨, 그 옆은 Kadota 교수, 그리고 Megumi 씨이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송3사 파업  (0) 2012.03.18
살기 힘들다  (0) 2012.03.15
외국에서도 힘든 학교사회복지사  (0) 2012.03.12
교육복지증진을 위해 교사가 할 일  (0) 2012.03.04
교육복지의 역사와 현주소  (0)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