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충청도

샘연구소 2012. 9. 15. 00:06

충청도라고 하면 '느리다, 양반고집이 있다'는 등의 말을 많이 한다.

정치적으로는 은근 보수적이면서도 속내를 안 보이면서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아버지, 돌 굴러와유~', '개 혀?, '그럼 어저께 오지 그랬슈?'라는 농담들이 재미난 동네.

나는 바로 밑의 동생이 아버지 근무지 땜에 청주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내가 두서너살 무렵을 충청도 사람으로 지낸 셈이다.

하기야 이렇게 갖다 붙이자면 안 걸릴 곳이 없겠지만 아무튼 나도 한 자락 걸치는 친근감이 있다는 말이다. ^^

 

충남교육청 산하 교육복지사들을 만나 대천에서 연수를 했고, 충북교육청에서 개최한 관계자 연수에도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그러고 나니 이러저러해서 요즘 충청도에 여러번 다녀오게 된다. 

청주, 충주, 공주, 논산, ...

 

얼마 전엔 충주에서 일하는 피씨, 지전가 여러분들과 청주에서 일하는 몇 분, 그리고 지금은 현장을 떠난 '과거의 학교사회복지사' 몇 분이 모였다. 충북대 근처 유스투게더가 운영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 '춤추는 북카페'에서 만났다. 커피향기가 그윽한...

이 날도 충주의 지전가(교육복지사라고 하던가?)들은 이미 모여서 쌓이고 맺힌 속의 이야기들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두 시간을 달려온 이들과 늦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밤이 늦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교생 1천명이 넘고 집중지원대상자가 250명이 되어도 교사들은 사업을 나몰라라 하고 지전가 혼자서 애쓰는 학교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학교들이 유난히 관리자가 자주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가난한 아이들이 많은 특별한 학교라 그냥 잠시 더 좋은(?)  또는 좀더 편한 자리로의 승진이나 화려한 퇴직을 위해 잠시'거쳐가는' 학교로 되어있는 모양이다 생각했다.

어떤 학교는 사회복지사가 학교에 3년 있는 동안 관리자가 5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헐...

이런 상황이니 관리자들은 사업에 관심도 없고, 그러니 교사들도 학교분위기도 제대로 될 수가 없지 않나 싶었다. 안타까웠다.

 

이들 중 여럿이 과거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때부터 일해온 사회복지사들이다.

열정이 대단하다. 그 힘든 상황에서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게 무엇일까?

말로는 소진되었다. 정말 못 하겠다... 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밟혀서 다시 되돌아가는 이들.

 

이들이 말했다.

예전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 시절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재미있긴... 예끼 여보슈!!! 

교과부 담당자들도 싫어하고, 교육청도 나몰라라, 예산도 적고, 교과부와 복지부가 핑퐁하는 사이

죽어라고 발로 뛰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다들 같이 죽을 똥 말 똥 애썼는데...

그래.. 바로 그거다.

시켜서 하고, 에산 많아서 행정하느라 시간 보낸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일을 만들고, 서로 돕고, 예산 적으니 직접 아이들 만날 시간 많아서 직접 상담하고 프로그램 하고... 그렇게 보냈던 것이다.

 

 

이분들이 출장비나 강의료를 대신해서 마음 고마운 선물을 주셨다.

충주사과로 만든 비타민과 국수다. 고맙다...

예전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 할 때처럼 계속 신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샘터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 횡성  (0) 2012.09.19
그리노라  (0) 2012.09.16
몽골여행  (0) 2012.08.20
휴식  (0) 2012.08.06
아이들의 생각, 아이들의 말글   (0)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