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겨레 신문 월요판 <함께하는교육> 표지에 "'은둔형 외톨이' 박군, 세상에 나오다"라고 큼지막한 기사가 실렸다.
사진출처: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60099.html
지역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에듀케어' 프로그램 덕분에 은둔형 외톨이이자 잘 씻지도 못할 정도로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던 아이가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고 공부도 잘 하게 되었다는 기사이다.
1980년대, 대학시절 많은 친구들이 달동네에 가서 가가호호 방문하여 아이들을 불러모아서 공부방을 하거나 청계천 언저리에서 교회다락방 같은 곳을 빌려가며10대의 여공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또 하나의 '사교육'.
2000년대 들어 정부가 복지지원의 대상으로 양성화하면서 지역아동센터'란 이름으로 급속하게 증가한 듯 하다.
아니, 정부 지원 때문이 아니라, 양극화와 도시 빈곤층의 증가, 노동시간의 불안정성과 양적 증가로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겨야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학원 보낼 돈이 없으면 지역아동센터를 보내는 것이다. 그 사이에 학교의 방과후학교가 끼여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처음엔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 주는 역할이 많았다. 숙제를 돌봐주기도 하고 저녁을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제법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공부를 시킨다.'여기저기 기업과 '자원봉사센터', 교육복지사업, 등등에서 지원을 해서 교사를 보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게 해준다. 아이들도 이제는 전보다 더 재미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참 어렵다.
우선은 경영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죽지 않을만큼만' 지원하는 정부의 복지지원 시스템의 문제이다.
위의 기사처럼 큰 효과를 내는 지역아동센터도 사실은 참 영세하고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에듀케어’의 최전선에 있는 센터의 전문인력들은 봉사 수준의 급여를 받거나 급여 자체를 못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시설이 설치된 지 2년이 지나야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년이 안 된 곳은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급식비 외에 인건비, 관리비, 임대료 등은 개인 돈이나 후원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 센터의 경우, 설치된 지 2년이 안 됐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한다. 김 센터장은 2년 동안 사비를 털어 센터를 운영했다. 한 해 들어간 돈만 약 1900만원. 2년이 지나 정부보조금을 받아도 보조금 가운데 20%는 프로그램비로 내야 한다. 김 센터장은 “보조금 400여만원이 나와도 임대로 80여만원과 관리비, 그리고 프로그램비 20%를 뺀 돈으로 사회복지사와 센터장이 월급을 나눠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11월 12일자 )
이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지원하는 정부측에서는 전국단위로 보면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서 일괄적으로 후하게 지원할 수 없다고 변명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또 하나는 발생과 존재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교육이나 학원같은 사교육에 비해서 제공되는 서비스나 인력의 품질과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보수 등 근무조건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프로그램과 인력, 외부 체험기회들이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주는' 마음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아이들도 '받는' 사람 입장으로 점점 굳어진다. 비자발성. 자존감의 침해.
이런 가운데도 아동센터는 가난한 동네에서 너무나 중요한 마을기관이다.
어느 지역아동센터는 센터장 선생님의 철학이 정말 꿋꿋하다.
비록 가난하고 물리적 여건은 초라해도 아이들은 밝고 당당하고 예의바르다. 없는 가운데 소중하고 배려하는 것을 몸에 지니게 배우고 있다.
아이들은 비굴하지도 거칠지도 않다. 선생님은 온유하고 겸손하면서도 씩씩하고 담대하다. 멋지다! 닮았다!
달동네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 또는 아빠 대신
외롭고 춥고 눅눅하고 좁은 내 집 대신 동네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모여 지내는
저녁시간의 '공동가정' 지역아동센터가
진정한 '집' 같은 곳이면 좋겠다.
학원같은 곳 말고.
선생님들도 좀더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이모, 삼촌 같았으면 좋겠다.
선생님 같은 거 말고.
매해마다 기업, 정부 후원에 기대고 눈치보지 않고
자연스럽고 느긋하게 살 수 있음 정말 정말 좋겠다.
오늘
지역아동센터에서 복닥거리며 땀흘리고 한숨쉬고 그러면서 웃고 꿈꾸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