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평가 시즌이다.
몇몇 시도의 평가지침을 보았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다음의 항목들을 모두 또는 일부 가지고 있다.
- 이 사업의 목적과 의미를 전 교직원이 공유하도록 노력했나
- 교장이 확실히 이해하고 지원했나
- 학생들, 학부모들, 그리고 지역의 여건과 욕구를 잘 파악해서 반영했나
- 전년도 평가나 컨설팅 의견을 반영했나
- 학교교육과정 계획 및 관련사업들(방과후, 돌봄, 학습부진아...)과 합해서 크게 보고 합리적으로 운영했나
- 전 교직원에게 사업의 의미를 알리고 모두 동참하도록 연수, 회의 등을 열심히 했나
-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수시로 파악하고 지원하도록 내부 교직원과 지전가가 회의를 정기적으로 가졌나
-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교육적 체험들을 잘 엮어서 제시했고 성실히 운영했나
- 지역사회가 아이들 보호와 교육에 기여하도록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했나
- 재정은 합목적적으로 잘 사용했나
- 그래서 아이들,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들이 이 사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나
- 아이들이 실제로 좋은 쪽으로 변했나?
학교가 이런 자체평가보고서를 작성하면 지역교육청이 모아서 한번 검토를 하고 다시 광역교육청이 모아서 평가를 하고 그것이 아마 교육개발원이나 교과부로 올라가 전체로 모아질 것이다.
이 작업을 학교에서는 거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지전가)가 한다.
그래서 평가 결과가 잘 나오면 지전가가 마음을 쓸어내리고, 잘 안 되면 학교는 지전가가 무능하다고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사업 평가지침을 보면
이 내용은 연초에 교장을 비롯한 관리자와 담당부장, 전교사들이 알아두어야만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게 되어있다.
교사들이 바쁘다고 회의를 거부해서 맨날 쿨메신저로 일방향 소통만 하고,
지역회의 나가려고 해도 교장이 못 나가게 하고
교육과정 연계하려 해도 교사들이 맡아주지 않고
돈을 쓰려고 해도 결재라인 중 누군가가 자꾸 깎아내리고 소심증, 불안증 때문에 활동을 못 하게 하고
그런 다음에
어떻게 지전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평가보고서를 쓰라고 할 수 있는가 싶다.
그런 와중에 어떤 관리자는 자체평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일부 숫자를 수정하라고까지 하는 모양이다.
그런 숫자놀이야 학교에서 윗선에 보고할 때 종종 하던 일이니까...
좀 깊이 생각하고 제대로 해야하는데 그저 실적만 올려서 보고된 것도 본다.
서울의 경우는 평가지표가 과정, 구조들을 과감히 생략하고 아이들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제 꽤 되었으니 기초는 잡았다고 치고 결과, 성과만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 3년, 5년도 아니고 7년, 10년 되면서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초학력미달학생이 되는 경우 자체가 줄기도 하고
경제지표가 워낙 나빠지다보니 사업으로 아이들의 정서심리적 척도상 점수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
모든 교사, 모든 학급과 수업에서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럴 수록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학년초에 모든 교사들이 평가지표를 알아야만 하겠구나 싶다.
어쨌거나,
평가를 잘 받으려면
연초에 관리자와 모든 교사들에게 평가지침을 알려주어야 한다.
지역교육청의 피씨는 이를 미리 머릿속에 가지고 연초에 간담회, 연수 등을 지원해야 한다.
결국 평가지침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진정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목적을 이루고 구조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평가지침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초창기 평가지침에는 (지금도 있는 곳이 있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수와 폭력, 징계건수를 지표로 넣었다.
교복우 사업을 하면 아이들 성적이 오르고, 징계건수가 줄 것이라는 전제로 평가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끽 해야 전교생 1천명 넘는 학교에서 연간 징계건수 1, 2회를 가지고 어찌 교복우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인지 참...
아무리 가난한 아이들 중에 공부 못 하고 사고치는 아이들이 일반가정 아이들보다 많다고 해도
안 그런 애들도 많은데, 이것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싸잡아 부진아, 문제아 집단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목표가 평가틀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평가가 목표를 이끌어내고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