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3년~5년 사이에 일자리를 옮긴다.
비단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좀처럼 들어가기 힘든 대기업 조차도 1~2년 안에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처럼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찾기 힘든 것일까?
전과 달리 여러가지 상황이 빨리 변하니까 회사나 부서가 자주 생기고 없어지기도 하고
이동폭이 넓어지고 이동시간이 단축되면서 공간에 대한 붙박이개념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주변에서 5년 이상씩 일해 온 지역사회교육전문가, 프로젝트조정자들이 그만둔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많다.
다들 초창기부터 생고생 다해서 터전을 잡았고 정말 잘 하는 이들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냥 쉬고 싶어서. 맘 놓고 여행이라도 하면서 재충전 하고 싶어서.
숨 고르고 나를 찬찬히 돌아보고 싶어서.
그런 말을 들으면,
그래,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지. 정말 수고했어요. 이제 자신을 좀 돌봐요.
좀 쉬었다가 가도 되지. 토닥토닥...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이유는 생각하게 된다.
담당 장학사, 교장이란 인품이 도대체 합리적으로 지시받고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교사랑 차별받는 이 구조에서 언제까지나 비굴하게 일하기 싫어서.
일은 전문가처럼 하라고 시키고 사업조정할 때에는 알바생 쓰듯 하니까.
비전이 없어서.
어느 학교의 교육복지사업계획서를 보니 지역사회교육전문가를 포함한 추진조직의 역할이 제시되어 있다.
이런 식이다.
담당 부장 :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총괄 기획, 추진
담당 교사 :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추진 협조
전문상담교사 : 학생 및 학부모 상담, 진로지도
지역사회교육전문가 :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관련 행정업무
그리고 여기서 지전가가 하는 '실질적 행정업무'의 내용은
교육복지실 운영, 교육복지 관련 공문처리 및 관리, 사업 관련 보고서 및 평가서 작성, 지역사회 연계활동 등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빠져있거나 미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전가에게 가장 중요하고 전문적인 핵심 기능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1) 대상학생 조사 및 선정
: 학생 자료 수집, 학생 면담, 가정방문, 학부모 면담, 교사 면담, 동사무소 방문 및 담당 복지공무원 면담, 기타 자료 수집 등
2) 학생지원 계획 수립 및 추진-'사례관리': 학생 욕구 파악, 학생의 발달사 및 사회력 조사(assessment:'사정'이라고도 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위험요소, 장애요소 및 가용자원 조사, 변화목표 설정, 당사자 및 관여자들과의 협력 및 계획 추진, 모니터링과 피드백, 평가와 기록, 보고 및 반영
3) 학교 내외 교육공동체 구축
: 교사연수와 교내홍보, 학교내 회의 기획 및 추진, 기록, 외부자원 발굴과 섭외, 지역사회 자원개발과 네트워킹을 위한 출장, 회의, 각종 통신연락, 홍보활동, 지역답사와 주민면담, 주민교육과 학부모활동 추진, 학생의 지역사회 조사 및 봉사활동
4) 공동체적 학교분위기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
: 빈곤학생만을 골라내는 선별적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교생 대상의 이벤트와 캠페인, 전교생 대상 복지실 개방과 운영을 통한 경계허물기 활동, 학부모-학생-교사간 소통과 공감을 위한 매개자 역할
이런 걸 하려면
지전가는 정말로 확실한 지식과 방법론, 기술, 태도와 가치,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동료조직과 수퍼바이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소진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소명감
등이 필요하다.
어느 지전가가 자체평가보고서에 쓴 글이 내 마음을 울린다.
막상 사업을 받고 나자 교사들은 자기 업무가 늘어날까봐 서로 일을 거들떠보려고도 안하고
지역사회 자원도 너무 없고, 학부모들은 통화조차 힘들고...
그런 와중에서도 복지실이 날로 더 밝고 따스해지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지지였다고.
그런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상급도 없이 밤퇴근을 밥먹듯이 하며 일과 사람과 실랑이를 해왔던 사람들이
학교와 교육청을 떠나야할 때는 얼마나 힘들까.
참 면목이 없다. ...
그런 이들에게 나는 소명감을, 전문성을 외치고 다녔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님,
프로젝트조정자님,
학교사회복지사님,
한 해 동안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떠나시는 님,
당신이 가장 소중합니다.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