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책읽는 어린이

샘연구소 2012. 11. 18. 13:18

 

 

 

반포의 고속터미널을 가다가 터미널 근처 지하상가에서 어린이 책방을 발견했다.

이름도 예쁘게 '생각주머니'다.

나도 들어가고 싶게 꾸며져있다.

 

곳곳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엄마들이 아이들 손잡고 많이 지나가는 곳, 머무르는 곳에

이런 어린이 책방, 도서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화장실만큼 많이!

 

북유럽 여행을 하면서 참 부러웠다.

대형마트, 전철역과 같은 공공시설의 1층에 어린이 도서관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거기서 놀면서 엄마를 기다린다.

 

또 독일의 어떤 책방들은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동네 마실가는 놀이터같았다.

가족이 나들이 와서 아이들은 널부러져 그림책을 보고

어른들은 데려온 커다란 착한 개를 보여주고 점원은 개를 쓰다듬으며 반긴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어느 서점은 동네사람들이 책읽고 토론하게 세미나실도 빌려주고

1층은 온통 아이들 책이라서 한가한 시간에는 아이들이 바글바글한다.

한쪽에는 아이스크림 집까지 생겼다.

아예 앉아서 실컷 책읽다 가라고 앉아서 책보는 곳도 꾸몄다.

한쪽엔 중고책 코너도 꾸몄다.

 

그런 서점들은 책을 읽는 곳, 책을 파는 곳이라는 틀을 깼다.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터이고 쉼터이고 정보의 교환장소이고 문화의 향유지이고 마을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자체장들이 선거 후에 짓고 사진찍는 거대한 도서관, 어린이도서관 건물은 왠지 썰렁하다.

시내 중심가의 큰 서점에 차를 타고 가서 복닥대며 구석에 앉아 책구경을 해야하는 그런 서점말고

조그만 다락방, 동네 떡볶이집 처럼 아이들이 멀리까지 걷거나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드나들기 쉽고 편하고 엄마들도 아이를 내보내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조그만 소박한

어린이 도서관, 서점들이 골목마다 많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엄마들이 서로 모여서 돌보기도 하고 헌 책도 나누고

언니 오빠들도 와서 동생들 책 권해주고 같이 놀며 도서관도 가꾸고

그러면서 스스로 자발성, 주체성, 민주성을 실현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운영하기가 좀 힘들고 버거워도 그 '마찰력'이 바로 시들지 않게 하는 주인성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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