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학력 증진

샘연구소 2013. 3. 4. 23:45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영역 중에 '학습' 영역이 있다.

교육복지사업으로 지원하는 아이들 중에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묶어서 이 사업비를 활용해서 공부를 더 시키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과연 성적이 오르나? 잠깐은 오르지만 마치 다이어트에서의 요요현상처럼 금세 '나머지공부' 형식의 학습프로그램에 지치거나 성과가 부진해진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왜 학업이 부진한지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가정환경과 또래관계 등 사회심리적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이들을 끼워넣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담임이나 학과교사는 모른 채 지역사회교육전문가(교육복지사)에게 떠넘기고 지전가가 아이들을 모집해서 나머지공부방 처럼 운영하기도 한다. 이건 절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습부진을 해겨라는 방법은 담임과 교과교사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남겨서 외부인에게 따라오기 공부를 시키게 한다거나, 공부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으로 승부하기 식으로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교사가 고민하고 수업방식을 바꾸고 아이와 깊이있게 만나야 한다.

그리고 지전가와 상담사, 보건교사 등이 아이를 전인적으로 파악해서 생,심리,사회적 여건을 교육적으로 개선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보았다.

 

1.  나머지 공부반 형식으로 할 경우.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모아서 하는 '기초학습반'이다.

말로는 수준별학습이지만 사실 부진아들을 모아서 하는 학습은 교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대개 잘 안 된다.

내가 학생이라도 그런 공부모임이 늘 즐겁고 가고싶지는 않을 것 같다.

 

1) 자원봉사자가 지도할 경우. 

대개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와서 집단 또는 1:1로 가르친다.

처음엔 아이들이 신선해서 즐거워한다. 그런데 1년, 2년... 그러다보면 흥미를 잃게 되고 대학생을 비교평가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런 자원봉사자 대학생을 구하기가 어려운 곳도 많다.

대학생 자원봉사자에게 사전교육과 중간 모니터링, 수퍼비전을 좀 지원해주면 좋다.

공부만 하기보다 중간에 문화체험이나 봉사활동,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2) 교사가 직접 관여할 경우.

교사가 1:다 형식으로 지도하는 보충학습반 형식.

외부인 강사가 하기도 하지만 내부(담임과 학급 학생으로 매칭) 교사가 직접 관리하기도 한다.

이 때 교사가 아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충분히 나누면서 하면 좋다.

교사들은 처음엔 업무가 늘어난다는 생각에서 거부하지만 일단 해보면 아이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학습태도나 능력이 좋아지니 보람을 느낀다. 이때 교사들에게 아이들과 외식을 하거나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

 

 

2. 학습 동기화 프로그램

교과목 부서에서 사업비를 가져가서 커리큘럼과 관련된 문화체험이나 실험교실을 진행하는 방식도 학습영역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학업지원이라고 해서 맨날 해도해도 안 되는(평생을...) 영수만 가지고 씨름하기보다 조금만 하면 아이들도 흥미를 느끼고 수업시간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특히 학습부진의 큰 이유가 어려서부터 누적된 '어휘'의 창고 때문이라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체험을 하더라도 아이들과 충분히 듣고, 말하고, 쓰고, 읽을 기회를 조직화하고, 지도자와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학습능력을 키우는 영양제, 동기화, 기초를 만드는데 괜찮을 것 같은 프로그램들을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 견학이나 공연관람(이 때 사전에 신청자를 받아 추림으로써 자발성을 주기, 사전교육으로 학습과 관련해서 연결하고 흥미를 돋우며 자기 역할을 준비하게 하기, 견학과 관람시 예절과 공중도덕 실천하도록 서로서로 규칙정하기, 돌아와서 자기평가, 친구평가하면서 함께 평가회의하고 소감 나누기의 순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 방학중 과학실험교실, 음악감상교실(역사와 음악, 음악가의 삶과 음악...), 영화관람교실(영화로 체험하는 외국문화), 지도로 찾아가는 세계문화탐방(EBS다큐나 세계탐방 프로그램 감상도)

- 또래멘토링(친구사이에서 또는 몇 학년 차이나는 선후배간에 짝을 지어서 공부를 돕게 하는 방식)

- 학습내용과 관련된 프로젝트식 프로그램(조사연구해서 발표하기)

 

 

3. 학습 전략 지원

- 진로지도와 엮어서 하는 방법(상담교사와 협력)

- 잘 하는 학생을 더 잘 하게 지원하기(비지원대상학생과 섞어서 학교안 독서실 운영)

- 지역아동센터가 없는 지역의 초등학생에게 어머니자원봉사자를 훈련하여 그들이 학생의 집을 방문해서 숙제지도를 하거나 미리 준비물을 챙기게 도와주는 방식도 가능.(시군구청의 여성청소년/가족계와 협력)

- 도서관 프로그램의 다양화(사서교사와 협력)

 

 

4. 가장 중요한 것

 

1) 교사의 관심과 수업/학급운영 방식 개선 필요

아이들을 '부진아'가 아니라 늦게 배우는 아이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이들을 '배움 찬찬이'라고 부르며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좋은교사> 3월호에도 학습부진아 지도가 특집기사로 다루어져 있다. 내생각과 동일하다. 바로 교사가 대상학생과 깊이, 공부가 아닌 다른 것까지 편하게 대화하면서 학습을 격려하고 지도할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교사자신이 수업을 더 개선하고 인내하며 아이를 기다려줘야 하기도 하다.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으니까. 티코보러 그랜저 따라가라고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_-;;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들은

첫째, 단기적인 점수 올리기 보다는 학생 학습체질에 맞는 원방(原方) 또는 클리닉이 필요하다.

둘째, 학습결손의 누적을 사전에 감소, 예방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인 초등학교 1~2학년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학습부진아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꺼내기 위해 지도계획 수립에서부터 학습자의 자발적 참여가 반영될 필요가 절실하다.

넷째,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학습보조교사-가정의 효율적인 역할분담, 소통구조가 필요하다. 등이다.

 

특히  <좋은교사운동>은 수업코칭연구소를 통해 교사들이 연구하고 또 서로 돕고 있다.  

교육복지사업을 하는 학교의 지전가라면 교사연수에서 이곳의 김태현 선생님이나 김중훈 선생님 같은 분을 강사로 모셔보면 좋을 것이다.

 

 <좋은교사> 홈페이지 www.goodteacher.org 수업코칭연구소 화면에서 갈무리

 

 

 

2) 전인적 지원

그러나 공부만 잘 지도한다고 되지 않는다. 또 교사가 아이와 대화를 해보니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건강문제나 가정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상담사나 지전가와 협의를 해야 한다.

상담가나 지전가는 bio-psycho-social assessment를 통해서 아이의 학습 장애요인을 확인하고 아이나 가족, 담임과 면담하여 보다 교육적인 환경과 건강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또, 아이와 상담을 해서 이런 정보를 알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혹시 이 때 지전가가 아이를 '통합적 서비스관리(사례관리)'를 하게 되어 외부에서 의료서비스(예를 들어 ADHD와 소아우울증 약물치료), 상담서비스(치료적 상담/개인 및 집단, 또는 부모까지)를 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부모, 담임교사와 소통해서 함께 아이를 관찰하고 지지해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외부 기관에 의뢰하더라도 지전가가 학교와 가정, 외부 기관사이의 연계자가 되어서 계속 아이와 소통하면서 아이가 만족하는지, 개선되고 있는지, 불편함은 없는지 알아보고 학생 본인의 의지와 책임성, 자발성이 계속 보장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위에 제시된 학습영역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라도 지도자나 학습멘토, 담임교사와 계속 소통하면서 아이들에게 실제로 흥미와 배움의 효과가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

 

3) 강점관점

못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잘 하게 하기 위해 공부 더하게 하기도 좋지만

때로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하게, 더 많이 하게, 더 즐겁게 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어떤 학교는 성적이 부진한 교육복지지원대상학생들을 무조건 운동부에 들도록 하는 곳도 있다. 그럼 일제고사에서도 예외 학생이 되기도 한다. ... 공부가 안 되니 너는 운동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논리일 것인데 아이가 싫다면 그것은 잘못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학습부진학생에게 북유럽식의 '특수교육'을 한다고 모든 수업에서 빼내서 별도로 보조교사나 자원봉사자가 기초학력을 지도하게 하는 방식도 문제는 있다.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섞여서 어울릴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고 아이를 학교 속의 '외계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학업을 따라가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공부가 좀 쳐지더라도 친구, 교사와 평범하게 어울리며 섞여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인생공부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잘 못 하지만 요리를 잘 하는 친구, 노래를 잘 하는 아이, 운동을 잘 하는 아이, 남을 잘 배려하고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 모두가 재능이다.

배움찬찬이들에게서 그런 재능을 발견해주는 어른들과 또래의 열린 눈,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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