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거의 70%는 학습지, 과외, 학원 등의 사교육을 한다. 얼마 전 통계에 의하면 초등학생은 거의 90%이고 고등학생은 60%정도인 것 같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변을 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을 다닌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도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지만, 그 이후의 학습시간도 전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가 아닐가 싶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하루 2시간이 넘는 사교육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에는 사교육을 하면 성적이 오르지만 이미 중학생 정도 되면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고등학생이 되면 더 힘이 약해진다. 결국 수능점수는 사교육보다도 혼자서 얼마나 공부했는가가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가난한 아이들도 바우처나 교육복지 프로그램으로 방과후학습을 많이 한다. 이것 역시 공짜 사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 아이들, '공부 못 하니까, 공부 시킨다'라는 매우 단세포적인 대안이 얼마나 비교육적이고 비과학적인가를 교육자들이 좀 각성했으면 좋겠다.
이 기사를 보고 생각한다.
1. 하루 2시간이지만 매일 학원 다니는 아이, 하루 3시간이지만 주2회만 하는 아이의 차이.
이 연구조사는 아마 학생들이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로, 주 학습시간을 다시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서 답했을 것이다. 정확도도 떨어질 테지만 그래도 성적을 올린다면 내 추측에는 하루 2시간 미만을 매일 다른 사람에게서 지도받는 아이와 주중 1~3회 이내에서 집중적으로 지도받고 나머지 날들은 놀거나 혼자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더 공부를 잘 할 것 같다.
그러니 부모나 방과후 학습을 기획하는 학교 입장에서 이런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2. 부모들이 과연 성적 올리려고 사교육 하는가?
아니다. 초등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과후에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기되 그냥 놀리기보다는 공부를 시켜야할 것 같아서 보내는 것이다. 주변의 부모들을 보면 그렇다.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1) 방과후에 다양한 스포츠, 문화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도록 하자. 실제로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감성고 함께 지적 능력을 고양시킨다. 또 자존감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도 높여준다. 또 프로그램 말고 스스로 자기들끼리 하는 동아리활동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국영수와 주지교과 위주의 학습능력 평가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주변에서 외국 대학을 가려는 아이들은 방과후에 지들끼리 축구동아리 만들어서 운동하고, 여행동아리 만들어서 외국 가고 봉사활동하고 그런다. 그게 입학 심사 조건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부를 잘 하려면 운동이나 교우관계, 다양한 체험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공부를 하는 목적 자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청소년위원회에서 청소년사업을 활성화하려고 활동인증제도 시도했지만 결국 시들시들 없어져버렸다. 입시경쟁식 교육풍토와 그 속에서 교사들의 조바심, 부모들의 불안과 욕심에 밀린 것이다.
2) 아이들이 늦게 돌아오는 부모가 없어도 안전하게 숙제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공차고 놀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_-;;
헌데, 한편으론 우리나라 부모들이 맞벌이로 아이들을 방임한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교육복지 학교가 대거 확대되고 사교육이 창궐한 면에서 보면 아이들을 지나치게 틀 안에 가둬놓는 것도 같다.
능력에 맞고 다양하고도 교육적인 학교 숙제(프로젝트식 과제가 참 좋다)를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또는 친구들과 모여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빈곤지역일수록 청소년 또래 폭력사건이나 성폭력문제가 발생하느니 만큼 주민경찰, 사회적 일자리 경찰, 지역 아동센터와 청소년 문화센터 등이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입시위주의 학교풍토 탓이라고 투덜거리는 것은 아주 쉽다. 그러나 대안은 어렵고, 실천은 더더욱이 어렵다. 생각도 행동도 함께 나누면 힘이 된다.
--------------------- 다음은 신문기사이다.
중고생 하루 2시간 넘는 사교육 효과 없다
KDI 분석결과…혼자 공부한 시간이 고3 수능점수 좌우
우리나라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교육을 시키지만, 실제 사교육 효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수능 점수도 사교육보다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에 좌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은 28일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라는 보고서에서 200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세 그룹의 사교육 시간 증가에 따른 성적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초등학교 6학년은 하위권 학생이 하루 2~3시간의 사교육을 받으면 중위권에서 전혀 사교육을 하지 않은 학생과 비슷해지며, 중위권은 1시간 정도의 사교육으로 상위권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과 성적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학교 3학년의 경우, 하위권(중위권) 학생이 하루 1~2시간의 사교육으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중위권(상위권) 학생에 근접한 성적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하루 2시간을 넘어서는 사교육은 추가적인 성적 향상 효과가 미미했다. 고등학교 1학년도 하루 1시간 미만의 사교육이 갖는 성적 향상 효과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으나, 2시간 이상의 사교육은 성적 향상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한국교육종단 연구자료를 이용해 중학생의 과목별 사교육비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수학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는 중 2학년 때부터, 국어는 중 3학년 때부터 사교육에 따른 점수 변화폭이 미약해지는 것을 보여줬다. 김 연구위원은 “사교육 시간 증가에 따라 성적은 비례적으로 상승하기보다 향상 폭이 줄어드는 체감 현상을 나타내므로 과도한 사교육은 효과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누적된 학력격차를 사교육으로 만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신문 3월 29일자 11면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702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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