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박노해 사진전

샘연구소 2014. 2. 26. 17:58

박노해 사진전에 다녀왔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3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도 적지도 않았다. 스님, 수녀님, 노인, 젊은이, 커플, 아줌마, ... 다양했다.

이 사진들은 특별히 아나로그 식으로 인화했다고 한다.

직접 보면 일반 사진과 달리 특별한 질감과 온기가 느껴진다. 그것이 사진 자체가 갖는 고요함과 깊이에 더해져서 사진이 아니라 잠시 공간/시간 이동을 해서 그곳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숨을 죽이고 훔쳐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고맙게도 사진촬영을 막지 않아서 몇 장 찍어왔다.

 

 

나무를 심는 노인. 땅의 기운이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경건한 예배로 보인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었나.... (심긴 심었다. 꽤... ^^;;) 

 

염소치는 이. 어린 애기를 지고 간다.

교육에서도 힘들게 뒤따라가는 애들을 느리다고 몰아칠 게 아니라, 때로는 이렇게 품어주고 안고 업고 가야한다.

 

몇 장 안 되는 컬러사진들에 공통된 색상은 연두색이었다. 초원.

나도 몽골에 갔을 때 저렇게 동물들의 똥밭에 누워봤다. 좋았다. ㅎㅎ (유리에 맞은 편 액자들이 비쳐보인다..)

 

일 나가는 남편.  집은 초라해도 양편으로 채소밭이 그득하다.

아내는 아이를 안고 배웅한다. "여보, 오늘도 수고하세요. 일찍 들어와요~!) 남편은 마른 다리에 맨발이지만 입가엔 미소가 여유롭다.

 

제목이 위로하는 말이었던가?  

동물의 위로를 받아보았는가? ... 말띠해. 말이 위로한다. 격려한다. 힘을 내... 다시 가보자... 라고.

 

밭 가는 이.

우리나라도 나 어릴 땐 저렇게 밭을 갈았기에 생소하지 않다. 그런데 저 넓이는... 허걱!!!!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재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하느냐'는데 저건 뭐...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아기를 안고 바람과 햇살을 쪼이는 젊은 엄마.

아름답다. 생명. 바람. 초원.

없음이 아니라 있음, 살아있음.

 

 

아버지는 없고 엄마와 아들이 저녁을 준비한다.

고요한 평화. 욕심 없음. 요란하지 않은 깊은 사랑. 소박한 평화.

 

박노해의 사진들이 다 그랬다.

좀 민만해서 사진을 몇 장 못 찍었는데 다른 사진들도 참 좋았다. 팜플렛에 없는 사진 중심으로 찍다보니..

몇 장은 엽서를 사왔다.  사진집 책도 팔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박노해의 사생활과 감옥에서 나온 이후 행적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그가 좋다. 그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그의 시집은 지금도 내가 아끼는 즐겨보는(화장실에 꽂아두고... ^^;;) 글이다.

 

 

 

이전의 것들은 물론

감옥에서 나와서 나온

<사람만이 희망이다>도 좋았는데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도 좋았다.

 

 

 

 

 

 

사진전 홈페이지

http://www.anotherway.kr/

사진전 제목이 '다른 길'이다.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

(팜플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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