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정병근
너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할수록
더 많이 나는 나를 사랑했으며
나를 원 없이 사랑한 후에
또다시 너라는 이름의 사랑을 찾아
바람과 허기의 쑥대밭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너무 많은 나를 사랑하고 사랑했으므로
이제 너를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지만,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천형을 받았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있다
사랑은 결국 나르시시즘이라던 어느 심리학자.
알랭드보통의 <불안>에서였던가? 비슷한 생각을 읽은 듯.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사랑도 가지가지.
나를 사랑함이 너를 사랑함이다.
너를 사랑함이 나를 사랑함이다.
내가 너이고 너가 나이다. 세상이다.
사랑해.
내 안의 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