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나를 확 바꾸는 계기를 맞기도 한다.
'turning point'이다.
나에게도 몇 번의 turning point 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참여한 크리스찬아카데미 교육과 그 이후의 활동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는 보수적인 크리스찬 가정에서 아주 순종적으로 자라난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대학교 입학허가를 받아놓고 교회 대학부 지도교수였던 이혜성교수님(당시 이화여대 심리학과)의 추천으로 크리스찬아카데미 청년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와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완상, 이홍구, 장상환 등 교수님들의 강의는 그동안 학교 선생님들과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온몸과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독특한 집단활동인 sensitivity training, group dynamics 시간이 있었다. 처음으로 나의 몸과 모든 감각을 다시 발견하고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더욱 깊고 풍요롭게 타인과 교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침묵 명상도 있었다. 그리고 노래집이 있어서 모임 때마다 자주 노래를 불렀다. 조00이란 끝내주는 기타리스트(정말 좋은 선배였다...)와 매력적인 노래패가 있어서 우리는 정말 음악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치를 누렸다. 든든한 리더이자 안내자이고 지지자인 큰 형과 같은 '간사님'이 있었다. 지금은 한신대 총장님이신 채수일 목사님이다. 각 소집단에 선배들이 멘토로 배치되었다.
우리는 스터디, 축제와 놀이, 야학, 봉사활동, 필드트립, 캠프,,.... 등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자라났다. 그때마다 술도 늘었다. ㅎㅎ
나는 그제야 아이에서 청년이 된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 안목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뉴스와 교과서의 행간을 읽을 줄도 알게 되었다.
또 나 자신과 이웃을 기쁨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여유있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신앙도 더욱 성숙해진 것 같다.
이제 거의 잊고 지냈는데 엊그제 신문기사를 보니 추억이 새롭다.
나름대로 한계도 있었겠지만 중간집단교육과 대화모임은 1980년대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나는 직접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본부 간사님들이 사회적으로 존경스런 큰 지도자들이었던 걸 아니 더욱 감사하고 뿌듯하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27119.html
중간집단.
리더와는 다른 어떤 의미인 중간집단..
균형잡힌 지식, 깨어있는 의식, 행동, 섬김의 리더십, 영성, 진실, 평등, 자유.. 뭐 그런 것들과 닿아있을 사람들.
사회를 똑바로 보고 깨어있는 영성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당시 농촌사회, 노동사회, 여성사회 분과에서도 행동하는 시민들,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왔다.
3월 개학철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출발하는대학생 새내기들에게 참 지성인, 시민으로의 터닝포인트의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