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매화
산수유
목련
봄.
꽃들의 잔치입니다.
은은하지만 눈부신 매화나무 향기를 맡아보셨나요? 개나리의 노란색에 반해서 병아리같은 노란 스웨터를 사보셨나요? 마른 땅 위로 파릇하게 솟아오르는 새순을 보며 내 몸 안에서도 수액이 다시 활기차게 움직이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요란한 꽃들의 잔치 이면에는 아직도 검은 줄기 그대로인 나무들이 있습니다.
혹시 죽은 거 아닐까? ... 걱정이 되어 가지끝을 분질러서 속에 파란 물길이 살아있는 확인해보기도 합니다. 어떤 것은 죽은 것 같아서 뽑아보니 밑에서 하얀 싹이 뾰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얼른 다시 심고 흙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4월. 잔인한 달입니다. 환절기 우울증도 있는 데다가 아이들은 3월에 새 학교, 새 학급, 새 선생님과 만나면서 쌓이던 스트레스가 중간고사를 지나면서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자살 소식도 많이 들립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자살율은 청소년사망원인 1위를 차지합니다. 2008년 청소년의 사망원인은 ‘자살’이 가장 많았는데 15-24세의 자살 인구는 10만 명당 13.5명에 달해, 2위인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4.3명이나 많았습니다. 아울러 청소년의 8.9%는 지난 1년 동안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으며 이유로는 ‘성적문제(35.1%)’와 ‘외로움(16.6%)’가 많았습니다(통계청). 3년 전 청소년정책연구원장의 한 연설에서는 청소년의 우울감과 자살생각이 빈곤층일수록 높다고 하였습니다
또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71383.html) 과도한 사교육이 우울증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우울이나 과잉행동, 공격성, 문제행동 등은 서로 강화하는 영향을 주어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의 끝으로 몰아갑니다. 학교마치고 여러 군데 학원을 전전하느라고 정작 부모나 가족, 친구와 함께 하면서 감정을 교환할 기회가 박탈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아이들에게는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필요한데요...
(2011. 4. 4. 인터넷 한겨레)
올해 봄에는 꽃잎처럼 스러지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신문에서 자살 기사를 안 보았으면 합니다. 신문에 안 나더라도 전국에서 이리저리 전해오는 아이들의 자살 소식이 안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꽃이 안 피더라도 .싹이 아직 안 나더라도, 부모와 교사들은 믿고 좀더 기다려주기를 바랍니다.
일본의 '기적의 사과' 농부인 기무라 아키노리씨처럼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믿음과 인내, 진정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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