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존엄성, dignity)에 경의를 표하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 중에는 그것이 순식간에 상호적이 된다는 점도 있다.
(순전히 피해자의 결정에 달려있는) 용서를 하는 것과 달리, 존엄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치유과정에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을 다 끌어들인다.
용서의 접근법과 존엄의 접근법은 매우 다르다.
존엄의 접근법에서는 양측 다 그 관계가 어긋나게 된 데 책임이 있다는, 설사 비중이 똑같지 않을지라도 양측 다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여긴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경계가 분명할 때는 용서의 과정이 어울린다.
하지만 수많은 갈등에서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시키는 경계는 그다지 분명하지 않다.
(중략) 존엄을 존중하는 것은 용서가 적절치 않다고 느껴질 때 우리에게 선택지를 줌으로써 용서와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는다.
(중략)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지닌 온전한 인간성과 연결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타인에게 고통을 준 것을 뉘우치거나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치유가 목표라면 그들은 그러한 고통스러운 감정에 다시 연결되어야 하고 그것들을 자기 이미지로 통합해 내야 한다.
만약 화해가 목표라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상대의 상실을 느낌으로써 서로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도나 힉스 <존엄> 255-25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