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언어의 정원

샘연구소 2014. 8. 27. 20:23

비많은 여름의 끝자락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떨지.

 

제목: 언어의 정원 The Garden of Words , 2013

상영시간 46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마에다 타케시

 

 

 

구두 만드는 사람(구두쟁이? 구두장인? 뭐든)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오는 아침 학교를 땡땡이치고 공원으로 혼자 나간다. 그에겐 학교공부는 뒷전. 오로지 구두생각뿐이다.

 

비오는 아침 공원에서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늘 맥주와 초콜릿을 먹는다. 어울리지도 않게.

누군지 모르지만 그저 늘 만나는 날씨, 만나는 시간, 만나는 그 자리에서 그냥 함께 있는다.

살짝 긴장, 설렘, 호기심. '좀 이상한 여자이군..'하는 마음도.

그러다가 도시락을 싸가서 같이 나눠먹기도 한다.

마침내 그는 그녀를 위해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한다.

그녀의 발을 바라보는 눈길, 발의 흔들림, 그리고 발 사이즈를 재기 위해 종이위에 발을 얹고 모양을 따라 그리는 장면...

그 긴장과 야릇한 느낌은 섹시함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적절하다.  

그들 사이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는 보이지 않는 무엇으로 연결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잠시 휴직했던 그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고문학(?) 선생님이었다.

유키노가 던진 선문답같은 단가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후에 다카오는 답가로 마음을 전한다.

 

유키노: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텐데

 

다카오:

천둥소리가 조금 들리고 비록 그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나는 여기에 남아있어요.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난 머무를 겁니다.)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면서 이어온 사랑은

장마기간이 끝나면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래도 둘은 고백한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간다.

 

그림이 때론 수채화처럼, 때론 사진처럼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배경음악인 피아노의 단순한 선율이

두 사람이 앉았던 공원 호수에 떨어지던 빗방울처럼

그들의 조용하고도 흔들리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고요한 흔들림.

'언어'의 정원이지만 말이 별로 필요 없었던.

아름다운 영상, 배경음악, 그리고 짧은 단가의 매력이 어우리진

참 좋은 애니영화다.

 

(자세한 내용과 그림들이 포스팅된 블로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in7sky&logNo=110174693585

 

 

 

 

 

 

사족

다카오는 어찌 보면 불쌍한 아이다. 아버지는 애초부터 등장하지도 않고 엄마는 띠동갑 연하남과 눈이 맞아 가출했다.

형은 여친과 동거하고 고등학생인 다카오는 사실 소년가장인 셈이다.

학교공부는 관심도 없다. 허구헌 날 지각이다. 그래도 혼자 요리를 해서 잘 해먹고 산다.

그런데

그런 그를 학교는 퇴학시키지 않는다. 친구들과 특별히 친하지도 않지만 큰 문제도 없다.

그는 구두에 미쳐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걸 한다. 좀 집착증같이 보이기까지 한다.

어쨌든 미쳐야 한다는데... 그것이 그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두공이 되기 위해 알바로 스스로 돈도 번다.

 

이런 학생을 발견한 학교가 '널 돕겠다, 교육복지사업으로 진단해서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학교에 나오라고 가정방문하고, 공부하라고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에 부른다면?

때로 '존엄성 존중'이나 '지지'란 '지원'과 참 다를 수 있겠다 싶은 생각.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거나 더 열심히 살도록 자극하고 격려하거나 하는 것이

그를 위한 지지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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