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추석

샘연구소 2014. 9. 10. 13:46

추석을 지냈습니다.

 

누구는 긴 휴가라고 합니다.

일용직에게는 쉬지 못하는 연휴기간이기도 하고

벌이가 없어 굶어야 하는 연휴이기도 하네요.

억울함과 슬픔, 외로움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 힘들고

어깨펴기 힘든 이들에게는 질문이 두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있어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가을입니까

 

추석 다음날엔 달이 더 밝은 것 같았습니다.

손금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달.

산 속 달빛에 비친 그림자엔 나도 나무도 키가 가지런해 보였습니다.

디카가 있었더라면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스마트폰은 그 감동을 전하기엔 많이 모자라네요.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이해인 <달빛기도> 중 일부)

...

 

 

 

 

한가위 날이 온다

가을이 되었으니
한가위 날이 멀지 않았소.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

그렇게도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순하디 순하던 어머니
요절한 조카 영준이!
지금 천국에서
기도하시겠지요.


(천상병·시인, 1930-1993)

 

 

 

 

산에서 지내는 날이 길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외롭고 힘든 아이들에게도 이런 자연 속의 넉넉한 시간, 달콤한 땀, 벅찬 발견의 기쁨들과

고요히 숨죽이는 가운데 들리는 온갖 새소리와 벌레소리들을 즐기게 해주고 싶습니다.

상담, 치료, 무슨무슨 향상 프로그램들 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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