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이상한 책

샘연구소 2014. 9. 10. 18:43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

 

댄 핸콕스 (지은이) | 윤길순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4-03-31

원제 The Village against the World (2013)

 

 

영국의 저널리스트가 2012년에 방문하여 직접 르뽀형식으로 보고 이야기한 것을 썼다. 

마리날레다는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소도시이다.

(지도)

https://www.google.co.kr/maps/place/41569+Marinaleda,+Sevilla,+%EC%8A%A4%ED%8E%98%EC%9D%B8/@40.1128129,-9.4635645,6z/data=!4m2!3m1!1s0xd6d4e19176ec2ab:0x96d9cdc06037fce3

 

스페인은 면적이 우리나라(남한)의 5배가 넘는데 인구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니 빈 땅이 아주 많다고 보면 된다.

유럽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나라인데 수도인 마드리드는 중앙부에 가깝게 있다.

스페인의 1/5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가 이리 다른데 지방특색이 얼마나 강할지 짐작할 만하다.

 

안달루시아는 남부로 지브롤터해협을 통하면 금세 아프리카 북부로 이어지는 위치 때문에

유럽과 아프리카, 아랍의 문화가 섞이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온화한 기후 때문에 농업이 잘 발달되어 있다.

한편 이런 농업지대에 귀족이 소유한 넓은 토지와 거기서 일하는 시급 알바생 같은 가난한 농업노동자들이 함께 살아왔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자본주의다, 민주주의다고 해도 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가난해지기만 했다.

 

이 지방의 작은 소도시 마리날레다는 산체스 고르디요라는 지도자를 비롯해서 모든 시민들이 협력하여 독특한 공유경제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인구가 2700명밖에 안 되니 도시라고 하기에도 참 그렇다.

또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남부지방 특유의 아나키스트적 분위기 등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아뭏든 2008년 전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살려는 몸부림이 성공한 작은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결과를 나누고 함께 싸우고 놀았다. 경쟁보다 공유, 연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도 춘단다. ㅎㅎ

 

이 모든 것은 투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들은 투쟁이라고 하지만 나는 '표현'이고 '참여'라고 봐도 좋겠다 싶다.

투쟁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직업이 아니다.

살아있다면, 살고 싶다면, 표현하고 참여해야 한다.

힘든 일이다. 우리 뇌는 게으르고 싶어하니까...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다시 생각났다.

 

그들은 투쟁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일하고 먹고 쉬고 수다를 나누고 축제에서 놀고 운동을 즐긴다.

'빵과 장미'이다.

또 스스로 완벽하다고 하지도 않는다. 역사와 현실, 투쟁에 참여했던 어른들과 와이파이에 친숙한 젊은이들 사이에는 간극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빵과 장미!!!

좋잖아!

 

 

출판사가 제공한 책 소개가 좋아서 링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866652

 

사실 얇은 책인데도 책은 좀 지루했다. 미국 소식이나 빠삭하지 스페인 역사도 자연과 문화도 좀 생소한 편이고..

그런데 맨 끝의 강수돌 교수의 해제 '경쟁의 가치보다 연대의 가치로 사는 공동체'가 아주 잘 정리해주었다. 감사!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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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1월에 정신없이 어수선한 시장 집무실에 앉아서 산체스 고르디요에게 시의 문장에 있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집들과 비둘기 그림과 문구에 관해 물었다. 거기에는평화를 추구하는 유토피아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가 미래에 원하는 것을 지금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내일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오늘 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가능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본보기가 됩니다. 정치를 하는 다른 방법, 경제를 하는 다른 방법, 함께 사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본보기 말입니다.” (44~45)

 

마리날레다 협동조합은 인간의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해 되도록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농작물을 골랐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올리브 나무와 올리브유 가공 공장에 더해 다양한 종류의 피망과 아티초크, 누에콩, 깍지강낭콩, 브로콜리를 심었다. 이는 가공해 통조림을 만들고 단지에 담을 수 있는 농작물이어서 마을에 가공 공장을 만들어 2차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늘렸다. “우리의 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산체스 고르디요는 설명했다.

이러한 철학은 후기 자본주의에서효율을 강조하는 것과 완전히 대비된다. 효율이라는 말은 신자유주의 사전에서 거의 신성한 지위로 격상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주가라는 제단에 인간의 존엄성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125)

 

많은 사람이 공산주의자가 되어요. 그러나 일하고 싶어서, 또는 집을 갖고 싶어서 그러지 공산주의자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그들이 집에서 카를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아니에요.” (147)

 

마리날레다는 완전한 공산주의도 완전한 유토피아도 아니다. 그러나 푸에블로에서 한 발짝만 나가도, 오늘날의 스페인에 한 발짝만 들여놓아도 연일 난타당하는 빈곤하고 원자화된 사회, 가난한 사람들이 죽든 살든 전혀 관심 없는, 그동안 한 번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정치 계급과 경제 제도가 죽음과 파괴의 구렁텅이로 끌어당기는 사회를 보게 될 것이다. 산체스 고르디요가 이룬 것은 토지와 주택, 생계 수단과 문화만이 아니다. 그것들도 물론 놀라운 업적이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이상하고 가슴 뭉클한 경험이고, 오웰이 말한 대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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