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존엄과 민주주의

샘연구소 2014. 7. 11. 01:15

요즘에 읽은 책 중 비슷한 것 두 권이다.

 

제목: 관계를 치유하는 힘 존엄

원제: Dignity : the essential role it plays in resolving conflict.

도나 힉스 저 박현주 역 검둥소 (2013.10.25)

- 하버드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갈등 해결 전문가인 저자 도나 힉스가 말하는 인간관계 해법을 소개한 책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존엄10대 요소와 존엄을 해치는 열 가지 유혹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존엄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치유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사회복지에서 중시하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과 needs-service 모형에 대한 불만에 해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매슬로우가 만년에 욕구단계이론을 대폭 수정하여 결핍욕구보다 존재의 욕구가 중요하며 존중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강조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종종 '인정'의  욕구를 매우 강조한다. 존중과 인정. 그래.. 그런데 애매했다.

저자는 이것을 '존엄'이라고 표현한다. dignity.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말한다.

인종, 외모, 재능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평화와 행복으로 가는 열쇠라는 것.

그는 인류를 존속시킨 본능인 공격-도피 본능과 함께 돌봄-관계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본능 유전자와 함께 인간다움의 고유한 특성인 양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다니엘 골먼의 '사회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언급된다.

 

사회복지나 상담, 교육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책은 너무 쉽게 쓰여져서 가볍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그 핵심인 '존엄'에 대한 강조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소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도 바로 이 '존중'이었다. respect(존중, 인정, 존경)으로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dignity란 표현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란 표현과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존엄의 10대 요소로 다음의 열 가지를 제시한다.

정체성, 수용, 소속감, 안전, 공감, 인정, 공정함, 호의적 해석, 이해, 자주성, 책임성

 

반대로 존엄을 해치는 열 가지 유혹은 다음과 같다.  

미끼 물기, 체면 세우기, 책임 회피하기, 그릇된 존엄 추구하기, 그릇된 안전 추구하기,

갈등 회피하기, 피해자 자처하기, 타인의 비판적 견해에 저항하기, 죄책감을 벗기 위해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하기, 그릇된 친밀감에 빠져 험담 나누기

 

각각의 내용은 제목만 보면 그냥 뻔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깊은 사색과 통찰, 이론들과 함께 경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설명되어 있어서 같이 생각하며 깨달음과 동의를 맛본다.

 

 

 

제목: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원제: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 The courage to create a politics of the human spirit

저자: Parker J. Palmer   김찬호 번역, 글항아리(2012)

 

 

파커 파머(혹자들은 파커 팔머라고 부른다. 직접 만나서 불러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의 글을 읽고 좋아서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사서 읽었다.

그 중 하나.

 

저자는 비통한 자들(the broken hearted), 즉 마음이 깨어져 부서진 사람들의 그런 사람들을 위한, 그런 사람들에 의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동안 세계 역사를 지배해온 fight or flight reaction이라는 원칙을 너머서 문명화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방법으로

언어, 예술, 종교, 교육, 그리고 문화적 창조물로서 민주주의 그 자체를 제시한다.

삶에서 피할 수 없이 계속 발생하는 갈등 속에서 긴장을 피하지 않고 품으면서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은 싸움과 도주의 원칙이 아닌 '보살피고 친구를 맺는' 관계라는 본능(tend-and-befriend) 에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위의 <존엄>이란 책의 앞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와있다.

아무리 퀘이커이지만 조금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다.

그러나 마음, 가치에 대한 강조는 충분히 유의미하게 읽힌다.

 

 

 

나는 이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 이론, 다양한 욕구들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란 개념에서 떠나려고 한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늘 여겼었다.

'존엄' dignity 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needs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

사춘기에 방황하고 정서와 행동에 문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욕구가 결핍되어서가 아니가

그 욕구의 거절과 결핍으로 그의 인간 존엄성, 자녀로서의 존재에 대한 존엄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핍된 욕구를 채우는 것, 결함이 없는 보다 더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보다도

존재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다시 세워주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어쩜 다음의 글이 가장 잘 표현해주는 듯 하다.

너는 너의 과거의 죄와 부도덕한 습관에서 온 모든 결함이 너를 위한 섭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 결함을 지닌 네 모습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배워야 한단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야 내 마음에 들 수 있을지 판단하는 습관을 극복해야 한단다(....) 네가 나의 마음에 드는 길, 내가 너를 사랑하기 원하는 길은, 너의 모든 결점과 결함을 가지고, 지금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란다. 만약 내가 원한다면, 순식간에 그 단점과 결점을 없애 버릴 수 있단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가 너를 사랑하기 원하는 방식으로, 즉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할 수 없게 되잖니.

노리치의 줄리언 "신의 사랑의 계시" - 박총 지음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97쪽에서 옮겨 씀

 

이른 아침 숲길 산책에서 발견한 '망태버섯'

덜 벌어졌을 땐 등불같기도 하고 더 펼쳐지면 한복치마를 입은 여인같기도 하다.

 

 

낮이 되면 금새 노란 망사모양이 쪼그라들면서 바닥에 스러진다.

(그림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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