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상실수업

샘연구소 2014. 5. 27. 23:22

정혜신씨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어서 이를 치유하고 회복하게 할 때가 아니다.

대부분은 여전히 '외상중'이다. 정부와 관련자들의 무책임한 언행은 우리의 가슴을 짓밞고 있다. 의혹과 질문은 산더미같은데 호소할 곳도 없고 묻는 사람을 오히려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호도하고 있으니 일파만파로 유가족과 관련자를 비롯해서 바라보는 사람들까지도 외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다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꺼내 읽었다.

이번엔 '상실수업'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상실수업>  

원제: on Grief and Grieving: Finding the Meaning of Life through the Five Stages of Loss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역자: 김소향

출판사: 인빅투스

 

 

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책을 시작하며-작별의 문 앞에서

 

1. 신은 감당할 만큼만 고통을 준다

자신이 쓴 글에 심취되어 밤을 지새울 수 없다면 그 글은 결코 다른 누군가의 밤을 지새우게 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글이 진정 우리를 울게 못한다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다.

 

2.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주라

분노가 솟구치면 소리 내어 분노하라. 판단하지 말고, 의미조차 찾으려 하지 않고, 오직 분노 그대로를 느껴라. 어차피 삶은 불공평하다. 죽음 역시도 불공평하다. 그러니 이토록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상실 앞에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랴.

 

3. 눈물의 샘이 마를 때까지 울라

하지만 이것을 알라. 정작 피해야만 하는 일은, 쏟아내어야 할 눈물이 충분히 빠져나오기 전에 울음을 억지로 멈춰버리는 것이다. 30분 동안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치지 말라. 눈물이 전부 빠져나오게 두라. 그러면 스스로 멈출 것이다.

 

4. 떠나간 이가 해왔던 것, 그것을 하라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당신이 남겨졌다는 것에 의미를 잃었는가? 당신이 왜 굳이 남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가? 신과 우주만이 그 정답을 얘기해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다. 당신들은 모두 살기 위해남겨졌다는 사실이다.

 

5. 사랑을 위해 사랑할 권리를 내려놓으라

착하고 바르게 살면 그 대가로 고통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사랑을 알아간다는 것은 사랑할 권리를 조용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러니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6. 몸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라

이제 됐다. 그만 하면 됐다. 이제 당신에겐 오로지 당신 자신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가서 자신과 접촉하고, 스스로 어떤 감정 상태에 빠져 있는지 눈여겨볼 일이다. 몸의 속도를 늦추고, 오직 몸이 해달라는 대로 다 들어주라.

 

7. 슬픔에 '종결'은 없다는 것을 알라

수시로 그와 관련된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그간 네가 힘들여 꼭꼭 눌러두었던 슬픔은 여지없이 또 분출될 거야. 그러나 기억해. 어떤 경험을 하든지 그 안에는 늘상 슬픔이 웅크린 채 숨어 있지. 애석하게도, 죽음에는 쉬어가는 기념일이 단 하루도 생길 수 없거든.

 

8. 상실의 밑바닥까지 발을 디뎌보라 (이 장에 아이들의 상실의 사례와 지혜, 조언들이 특히 많이 나온다)

슬픔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오직 표현할 때만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떠나간 이에게 편지를 쓰라. 당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지내고 있으며, 얼마나 독하게 잘 참아내고 있는지를, 그리고 단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 없다는 고백을 쏟아 보라.

 

9. 신의 이해를 구하지 마라

집에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아이들이 그 심부름을 하러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가 건강검진을 평소에 잘 받았더라면? 그러나 다시 한 번 묻자. ‘푸른 잎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을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0. '상실'은 가장 큰 인생 수업

당신이 살아가면서 무언가 잃어갈 것들에 대해 정녕 두려운가? 하지만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 결국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상실이란 모두 끝났다의 의미가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의 증거가 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_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상실 299

데이비드 케슬러 _ 상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다 309

옮긴이의 말 _ 삶이라는 학교에서 배우는 상실 수업 318

 

 

 

그녀는 일찌기 <인생수업>으로 유명해졌다.

이 책은 상실 이후의 삶에 대하여 조명하고 있다. 그녀 자신이 중풍으로 병상에서 죽어가면서 써내려간 책이라고 한다.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상실의 연속이다.

신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일수록 빼앗아가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나도 나 자신의 것, 밖으로부터 얻는 것과 연결된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유능감을 잃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때, 관계와 따스한 소통을 잃을 때

나는 참 슬프고 외로웠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아니, 그를 잃고나서야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한없이 아프고 미안했다. 많이 울어도 눈물은 잘 마르지 않는다.

건드리면 온 몸에 주렁주렁 달린 눈물 주머니들이 하나하나 터질 것만 같다. 그래서 울다가 참기도 한다.

너무 힘들 때는 위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괴롭게 할 뿐이다.

충분히 울고 진이 빠져야, 좀 정신이 들어야 그때가서 PTSD에 대한 치유나 위로, 상담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때까진 그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줄 사람, 말없이 한끼 밥상을 차려줄 사람, 잠들 때 이불깃을 덮어줄 사람, 나도 모르는 동안에 청소나 빨래를 해줄 사람이 필요할 뿐이었다.

 

상실들은 잘 견디고 극복하면 나를 더욱 겸손하고 너그럽게 해준다.

한참을 울고 미안해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나면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괜찮아. 니가 있어서 난 행복했어. 고마워. 

날 위해 슬퍼하지 마. 난 이제 고통도 외로움도 없어서 너무 좋아.

니가 세상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기도할게. 그저 내가 조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 

 

그럼 비로소 나는 그 상실(사별)과 화해하게 된다. 상실을 생각하며 오히려 마음이 따스해지고 웃음이 떠오를 수 있다.

 

세월호를 비롯하여 많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그리고 상실을 다루는 사회복지사, 상담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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