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나는 할머니와 산다

샘연구소 2014. 6. 7. 15:49

 

 

 

제목 : 나는 할머니와 산다 

저자 : 최민경

출판사 : 현문미디어(2009)

 

 

 

나는 할머니와 사는 조손가정 아이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건 뭐~~!

할머니가 재개발로 집근처에 생긴 웅덩이에 빠져서 돌아가신 뒤 엄마가 굿을 하는데 그거 구경하다가 할머니 귀신이 씌인 것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이나리! ㅎㅎ

 

주인공인 '은재'는 꺾다리 중3 여학생이다.

고맘때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가족과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여자아이들끼리의 '패거리'짓기과 따돌림도 나오는데 한참 인기를 끌었던 소설 '우아한 거짓말'하고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웃긴다. 재밌다!!!

슬프고 으시시하고 공상적이다가도 으흐흐... 하고 웃게 되는 것이다.

 

은재와 남동생 영재 둘다 입양아이다. 입양아로서의 소녀의 마음,사춘기 친구들, 부모와의 관계, 17살에 자기를 나았다는 생모와의 만남, 소위 미혼모였던 할머니와 외국으로 입양된 고모를 찾게 된 일, 할머니 돌아가신 후 돈만 챙겨 떠나는 삼촌 등이 나온다. 가족이란 것, 애도라는 것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상실과 배신으로 생긴 눈물주머니는 꼭꼭 감춰두었었는데 어느새 어디선가 나타나서 팽팽하게 부풀어있다가 건드리면 터진다. 실컷 울었어도 어느 새 눈물이 차오른 눈물주머니는 다시 터지기도 한다.

 

어떤 못은 너무 오래 박혀 있어서 살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그냥 내버려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굳이 건드려서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제 아무리 아픈 못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게 마련이니까.’ 226

 

은재 친구들도 참 재밌다. 은혜(아버지는 교통사고로 교도소 갔다가 나옴, 엄마는 하반신불수, 뜨개질), 한세영(유도부 하다가 3학년에 그만둠. 세영엄마는 세 번째 엄마라고들 함. 소위 일진으로 똘마니들을 끌고 다니며 폭력 행사), 박소희( 공부 잘 하는 아이지만 도둑질한 주범.), 은재 짝꿍(닭똥집같은 입을 가진, 집요한 궁금증의 소유자이자 말 퍼트리기 잘 하는 존재감 없는 어디나 있는 여학생), 그리고 그밖에 여학생들이 등장한다. 아하, 정읍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마주친 중1이나 2인 진짜 화장하고 폭력쓰는 무서운 여학생들도 나오는구나. ㅎㅎ

 

은재 아버지. 한심한 실직자, 남의 엉터리 자서전 써주기로 일거리를 찾지만 배알꼴리는 글을 못쓴다고 집어던지고 환경미화원이 되는 아버지의 모습도 재미있다. 한심한데도 밉지 않다. 남편과 두 입양한 아들딸 사이에서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도 참 아름답다. 그저 고개 돌리면 내 이웃일 그 아줌마는 잘 나지도 못 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 같기도 하고 동생같기도 하고 내가 만난 학부모일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만났을 교사였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담임인 총각선생을 좋아하고, 그이가 처녀인 작문선생과 연애하다 결혼까지 하게 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감정도 재미있다.

나도 중3때는 담임선생님을 되게 좋아했었다. 별명이 '꺼벙이'였던 돗수높은 안경 끼신 국어 선생님. 약간 4차원이셨는데 그 분 추천으로 읽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비롯한 책들이 많았다. 지금 어디 계신지...

중2때인가 중3때인가 수학선생님이 다른 친구를 편애하시자 삐져서 그때부터 필기도 않고 공부 딴전 피운 덕에 두고두고 통계와 확률은 내 맹점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데... ㅋㅋ

 

은재야, 영재야,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은재 엄마, 은재 아빠, 옆집 산다면 모셔서 수박이라도 같이 나누고 싶네요.

 

 

 

<Daum 다음 책>에 실린 소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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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영혼이 열여섯 소녀의 몸에 들어가다!

 

2009년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의 성장소설나는 할머니와 산다. 입양아인 열여섯 살 소녀가 머릿속에 들어온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면서, 자신과 화해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생생하게 묘사한 열여섯 소녀의 사고방식, 말투, 행동 등을 통해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열여섯 살 소녀는 은재는 입양아이다. 특징 없는 외모에,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성적은 늘 바닥인 은재의 마음 깊은 곳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어느 캄캄한 밤, 은재는 한 달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귀신을 보게 된다. 귀신을 본 것만도 기절초풍할 일인데, 그 할머니 귀신이 다짜고짜 은재의 몸속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은재는 절대로 안 될 일이라며 펄쩍 뛰지만, 할머니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는데. 죽은 할머니가 소녀의 머릿속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은재가 할머니인지, 할머니가 은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신기한 일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엄마의 잔소리, 아버지의 실직, 동네의 재개발, 입양아의 슬픔, 학교 폭력 등의 에피소드가 얽힌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2751636#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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