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변질?

샘연구소 2015. 9. 13. 20:03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으로 2003년 시범사업부터 시작한 이래 15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교육에서 이런저런 크고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업도 변했다.

 

초기에는 이름이 나타내듯 '지역' 단위로 묶어서 사업을 시행했다. '지역'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3개 행정동 이상의 학교들이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묶여서 사업을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였나? 그때부터는 개별 학교도 사업대상이 되었다.

 

또 사업대상학생 또는 사업 수혜자격기준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엔 경제적 기준만이 해당되었다. 즉, 극빈층 자녀만이 사업의 대상이었고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경제적으로 기준이 모호해도 담임교사와 학교의 심의위원회에서 합당하다고 여기면, 또는 이런 기회를 통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수혜자격을 얻을 수 있게 또는 사업대상학생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극빈층 가정 자녀 외에도 사실 누구나 자격이 있지만 여전히 중심은 경제적 기준이다.

 

예산도 점점 줄어들었다. 초기에는 정말 '투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어마어마한 예산이 지급되었다. 정말 '돈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찌 쓸 줄을 몰라 잘못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별 차이도 있고 지자체 등으로부터의 대응투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때의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교육복지사들은 숨을 돌렸다. 이제 컴퓨터만 바라보지 않고 종종거리며 복지실과 행정실을 뛰어다니거나 전화통만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비로소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보인다! 느낌이 오고 생각이 생긴다. 사업을 '계획서'대로 반복하지 않고 고민하고 질문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첫째, 초기엔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과 학교간의 1:1 연결이 중심이었다.

즉, 점과점의 연결, '선'과 같은 연결이었다. 연결도 단선적이거나 1회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점들이 많아지고 선들이 서로 엉키면서 이제는 일종의 '면'과 같은 지역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다.

 

둘째, 사업이 잘 되는 학교, 지역일수록 참여대상을 빈곤층 가정 자녀인 학생에 한하지 않는다.

그들이 주 관심 대상이긴 하지만 그들이 행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난하지 않은 아이들, 공부를 못하지 않는 아이들, 정서나 행동에 아무 문제가 안 보이는 아이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중퇴한 아이들, 형제자매, 부모, 이웃주민, 자원봉사자... 모두가 어울릴 때 결국 가난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가운데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셋째, 처음엔 학습과 정서행동 부분의 '치료적'인 프로그램과 사업이 많았다. 즉,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ADHD아이들을 위한 미술치료... 뭐 그런 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치료적 개입이 반복되는 것의 폐해를 경험하고 점점 더 진로탐색, 문화창조 활동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고 돌본다. 그래서 이미 이들은 '자유롭게' '자유'학기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즉, 이런 식으로 많은 학교들이 이 사업을 통해 마을과 함께 이미 '마을-학교교육공동체'를 이룩해놓았다.

그런데 교육청은 이것을 마치 투명인간 보듯 모른 척 하고 새롭게 교육감 정책이라고 공문을 내리고 교사들을 모은다. 그러니 교사와 장학사들은 기존에 교육복지사업에서 만들어놓은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휘리릭 사업계획서를 쓰고 추진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교육복지사업은 극소수 아이들만을 위한 거잖아요. 이건 모든 학생이 대상이에요"

무슨 천만의 만만의 말씀을!

 

이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그 헌 옷을 벗어버릴 때가 임박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나의 관찰결과는 경기도와 서울을 중심으로 내가 현장과 늘 접촉을 가진 몇몇 군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 다른 지역도 각자의 속도대로 이렇게 발전하리라 짐작한다.

 

이런 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내적인 방침과 구조의 변화이다.

그동안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그야말로 재정적 지원에 기반한 프로그램 기회 분배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한 아이, 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오래, 자세히 관찰하고, 서로 친밀한 신뢰관계 위에서 제대로 돌보고 도울 수 있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행정실', 교육청의 '재정국' 소속이었다면

이제는 '학생지원국'(내가 만든 말), 또는 '통합적 학생성장지원팀'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복지사도 행정실 소속의 행정실무사와 같은 역할이 아니라

전문상담사와 같이 교사를 도와 아이들을 돌보고 세워주는 전문적 역할로 재규정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전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박남기 교수의 고찰을 생각해볼만하다. 

http://ngpark60.blog.me/220179873732

 

그는 소외계층 학생 지원을 위한 노무현 정부 때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에 대해 고찰하면서

"교육대책이 단순히 교육관련 대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교육적 대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개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전인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교육관련 대책은 교육대책이 성공하도록 하기 위한 여건조성, 필요조건이라면 교육적 대책은 충분조건이다. 교육적 대책이라는 개념은 교육대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새로운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 대책이라는 개념은 교육대책이 교육관련 대책에 그친다면 동 정책이 교육적 대책으로서의 요건을 동시에 갖추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말했다.

 

구분

교육관련 대책

교육적 대책

초점

여건조성

대상의 관점과 행동 변화

역할

필요조건

충분조건

예시

컴퓨터지원, 학비지원(혹은 융자), 급식비 지원 등 기존의 대부분 소외계층 지원 대책

. 우수교사배치 . 개별 학생 멘토링

. 사회적 멘터링시스템 구축 . 교육대토론회

. 대학입시에서 부모의 직접적 영향 차단 및 부모의 영향 비중 축소할 수 있는 대책

.소외된 계층 자녀의 대학입학과 공공기관에의 취직 보장

강점

. 즉각적인 효과

. 가시적인 효과

. 궁극적인 목적 달성에 기여

. 학교교육만족도 배가, 사회 행복도 배가

예상문제

. 궁극적 목표 달성 보장이 어려움

. 게임중독, 빚더미 등과 같은 정책 부작용 속출

.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육자 확보가 어려움

. 정책성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성과 측정 곤란

 

 

 

나는 이러한 그의 구분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위의 '교육관련대책'적인 성격과 '교육적 대책'적인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는 복잡한 사업이다.

그런데 종래에는 전자인 '관련대책'적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교육적' 성격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함께 융통성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이 사업이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도 '혁신'이 필요하다. 

전국을 보면 아직 교육복지사 혼자서 방과후 교내 프로그램하듯, 지역자원을 단선적으로 연계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런 곳은 이 사업이 본뜻대로 추진시키는데 필요한 조건을 방해하거나 가로막는 장애요소들이 있다. 함께 장애요인을 들춰내고 해결하려는 마음과 행동이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그동안 이 사업의 성과를 교육계의 성과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 교사 아닌 학교 내 비정규직인 교육복지사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정해주어야 한다.

학교-마을 교육공동체, 벌써 있단 말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학생 아니냐고! 복지사는 교사 아니니까? 그 아이들의 교육과 삶을 위해 학교와 마을이 매주, 매달 모여서 회의하고 공부하고 협조하고 지원하는데 왜 그건 교육이 아닌가. 교사가 해야만 교육인가. 

소수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교사 모두의 인식이 달라졌고, 학급과 학교 내 문화가 달라졌고, 부모가 달라지고 마을이 달라졌는데 왜 이게 소수만의 사업이라고 '제껴'져야 하는가.

 

 

 

꽃밭에 반듯이 자리잡고 화려하게 피지 못하고

담벼락에 들러붙어 심겨있지만

아름답게 꽃을 피운 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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