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마을교육공동체의 실상 - 경기도 의정부 사례

샘연구소 2016. 5. 9. 21:12

 

서툴러도 괜찮아스스로 찾는 꿈과 끼

 

등록 :2016-05-08 19:54

 

지역 현장 - 경기 마을교육공동체 꿈의학교

 

아이들 주체가 되어 직접 판 짜고

방과후·주말에 마을 프로젝트 진행

교사·학부모·주민들 길잡이로 나서

경기, 올해 꿈의학교 136곳으로 확대

학교현장 무관심 등은 극복 과제로

 

 

우리 동네 언니, 오빠들이 놀아준다. 동생들은 모두 모여라~”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옛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꿈이룸 배움터)에는 의정부지역 마을교육공동체인 꿈이룸학교청소년 30여명이 의정부 어린이날 한마당 행사를 준비하느라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었다.

꿈이룸학교 청소년들은 5일 의정부 중앙초등학교에 부스 30개를 열고 마을 어린이와 어른 300여명을 초청해 뜻깊은 마을 잔치를 열었다. 어린이들은 형, 누나, 어른들과 어울려 공기놀이,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놀이 체험을 하며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이날 축제의 기획, 진행, 홍보는 꿈이룸학교의 프로젝트팀 23개 가운데 공연기획팀과 운동을 좋아하는 놀자뛰자웃자팀’, 안전을 책임지는 유에프오(UFO)팀 등 세 팀 청소년 100여명이 맡았다. 느티나무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 꿈틀자유학교에서 활동하는 지역 청소년 100여명도 힘을 보탰다.

공연기획팀장인 이예진(18)양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의 모습을 생각하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좋아하고 청소년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한 달가량 준비했다. 누가 차려주는 행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참여하는 마을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의정부 지역 청소년 100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탄생한 꿈이룸학교는 2년 연속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밖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인 꿈의학교에 선정됐다. 이 학교는 방과후·주말·방학에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꿈의학교 설립 취지를 가장 잘 살린 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경기도교육청이 공교육 혁신을 위해 추진하는 꿈의학교는 마을(지역공동체)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며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정부 꿈이룸학교에는 지난해 360여명의 청소년이 23개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한 데 이어, 올해도 모집인원 300명을 크게 웃도는 530명이 신청할 만큼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의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 주민 20여명이 나서서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의정부교육지원청도 인력과 공간, 네트워크, 예산을 지원한다.

 

꿈이룸학교가 여느 학교들과 다른 점은 어른들이 차려놓은 판에 들어가는 것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판을 짜고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고 운영 규칙이나 공간 리모델링까지도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꿈이룸학교를 기획한 의정부 천보중학교 김현주(46) 교사는 학생들의 가장 큰 변화로 자신감을 꼽았다.

아이들에게 여기 온 뒤로 뭐가 달라졌는지 물어보면 한결같이 혼자서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성년모임을 만들어 마을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길잡이 보조교사로 나서면서 마을학교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하나(19)씨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부분 서울이나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 대학을 포기하고 마을에 남았다. 마을에서도 어른과 학생이 함께 참여해 배우면서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안대학인 마을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이룸학교 교장인 의정부교육지원청 서우철 장학사는 학생들이 학교 공부 때문에 못 해본 프로젝트를 흥미에 따라 결정하고 즐겁게 어울리면서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꿈의학교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51개 경기꿈의학교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관련 예산을 47억여원으로 늘리고 학교를 136곳으로 확대해 5천명 이상의 청소년이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꿈의학교가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의 부족한 점을 학교 밖 마을에서 보완하자는 취지로 만든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일환인데도 여느 방과후수업과 별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고양 지역에 꿈꾸는 뿌리꿈의학교를 개설한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의정부 꿈이룸학교나 시흥의 장곡마을학교처럼 새로운 청소년문화를 창출하는 모델로 삼을 만한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지 못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특정 아이 몇 명을 지도하는 방과후수업처럼 운영되는 곳도 많다. 학교 재정도 안 좋은데 교육과정 내실화가 더 중요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의 무관심과 냉담한 분위기도 꿈의학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지난해 11월 교사 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꿈의학교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24%에 그쳤으며 부정적 의견은 38.4%였다. 교사들은 경기도교육청 예산 가운데 삭감하거나 폐지해야 할 사업으로 마을교육공동체(37%)와 꿈의학교(36.9%)1, 2순위로 꼽았다.

여러 비판이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꿈의학교가 학교 밖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갖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직업과 연관성이 높은 프로그램에서 성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청소년들이 꿈의학교 수업을 들으며 진로를 찾거나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뜬 사례가 많다. 지난해 포천의 역사와 뮤지컬 꿈의학교에서 뮤지컬을 배워 용인대 뮤지컬실용음악과에 진학한 김은찬(20)씨는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뮤지컬학교 수업을 들은 게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에 올라보니 적성에 맞고 재능도 있는 것 같아 영문과에 가려는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올해 심화형 학교로 지정된 의정부의 경기뮤지컬학교는 고양, 파주, 양주, 포천, 동두천뿐만 아니라 멀리 경기 남부지역의 수원과 용인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전역에서 50명의 학생이 찾아온다.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김지수(수원 산남중 3)양은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무대에 설 기회도 많다고 해 지원했다. 많은 경험을 쌓아 악동뮤지션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인 권순태(36) 케이원예술단 단장은 경기 북부지역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꿈과 끼가 있어도 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429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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