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빈곤의 실상

샘연구소 2016. 5. 9. 21:18

 

가난과 동행하는 삶현실은 TV보다 아팠네

 

등록 :2016-05-08 19:08수정 :2016-05-08 20:40

 

KBS 다큐 동행이 비춘 빈곤

 

아이들은 몇 살쯤 되면 차이를 알게 될까. 키가 얼마만큼 크면 자신 앞에 선 가난의 벽을 올려다보는 걸까.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8살 이삭이는 짝꿍이 그리는 이층집을 보며 천진하게 말한다. “우와~ 우리 집은 쪽방집인데. 피디 삼촌, 집 안에 계단이 있을 수 있어요?”(2016430일 방송 내 보물 이삭이편 중에서)

2012년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빈곤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당시 응답자(전국 만 19살 이상 성인 남녀 1501)72.8%극빈가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사회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악화되거나 정체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이런 복잡하고 머리 아픈 현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바보상자라는 숙명 때문일까. 티브이는 현실을 가장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예쁘게 보여주는 쪽을 주로 선택하고 만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걸어온 9

제작진 가난의 대물림 심각해져

 

친구네 이층집이 신기한 쪽방촌 8

부모 잃고 학교 대신 알바하는 자매

 

시청자 후원으로 자활 희망 얻지만

탈빈곤 위한 지속가능한 복지 절실

아이들 꿈이 없는 게 가장 가슴아파

 

 

<동행>(한국방송1 토 오후 615)은 다르다. 2007118<현장르포 동행>으로 시작해 잠시 <소나기>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201513<동행>으로 돌아오면서, 가난한 이웃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왔다. ‘현장 르포라는 이름을 떼고 나선 절대빈곤층보다 차상위계층, 좀 더 자활 가능성이 있는 출연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 하나로 희망을 꿈꾸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자동응답전화(ARS) 등을 통한 후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출연자들을 만나는 현장 피디들은 가난의 대물림, 꿈을 잃은 아이들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들과 지난 9년간의 동행, 한국 사회 빈곤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동행> 한 편이 나오기까지 현재 <동행>은 외주제작사 타임프로덕션과 미디어파크 소속 피디 6명이 돌아가며 만든다. 섭외에 2, 촬영에 2, 편집에 2주 총 6주가 걸려 한 편이 완성된다.

“‘당신은 나의 운명이라는 노래도 있잖아요. 명숙이랑 나랑은 운명인가 봐요.” 일용직을 전전하면서도 다운증후군 여동생을 20년간 돌보고 있는 문수씨. 동생과 함께 먹을 고등어를 사들고 집에 가는 길. 엉뚱하게도 그는 통닭 삶아 먹자고 말한다. ‘고등어라는 말을 모르는 동생을 위한 남매만의 언어.(2016213일 방송 짱구오빠.) 이런 사연은 어떻게 찾은 걸까. 타임프로덕션 김필성 피디는 지역장애인단체에서 제보해준 경우라고 설명했다. 앞선 이삭이의 사연은 영등포 쪽방촌 사정을 잘 아는 공기업 직원이 익명으로 제보했다. 제보 외에도 제작진이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기관에 정기적으로 전화를 돌려 사례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섭외 대상자들의 출연 결심은 쉽지 않은 편. 특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 눈치를 많이 본다. 당장 도움이 필요해도 행여나 아이가 받을 상처부터 생각하는 게 부모의 마음. 이럴 땐 피디들이 직접 나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 아빠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동행> 촬영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다. 촬영본의 10분의 1만 방송에 나간다. 미디어파크 김성룡 피디는 19일 방송된 강민, 아빠의 손이 되다편을 찍기 위해 해남 땅끝에서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서넙도로 들어갔다. 루게릭병에 걸린 아빠의 뱃일을 돕는 지적장애 2열일곱 살 강민이를 만나러 간 길. 너무 멀어 작가조차 따라오지 않았다. 숙박시설이 없어 열흘간 함께 먹고 자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통닭 4인분을 시켜놓고 트리도 같이 만들었단다. 추억이 많은데다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 가장 기억에 남는 가족이라고.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피디 삼촌을 따른다. 무조건 자기편이 돼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존재 자체를 반가워한다. 방송이 끝나도 대부분 서로 연락을 이어간다. “나한테 선물을 안 주는 걸 보면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것 같다던 말이 신경이 쓰였던 걸까. ‘내 보물 이삭이편을 찍은 박범찬 피디는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3일 다시 쪽방촌을 찾아 이삭이에게 터닝메카드를 선물로 주고 왔다.

 

 

가난의 대물림 심각해져” 9년간 <동행> 제작에 몸담은 김필성 피디는 가난의 대물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2012년 말~2013년 말 <현장르포 동행> 사례 21건을 정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년 보고서에서도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모습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퇴거 위험, 임시거처 생활 등 주거불안을 겪었다. 어머니 가출 뒤 아버지마저 숨지자 자매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어머니, 몸이 불편한 아버지 밑에서 장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직했다. 사업 실패, 과중한 의료비, 가정 해체라는 사건뒤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대신 노동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김 피디는 시청자들이 동행을 보면서 대단한 판타지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개천에서 용 나는이야기를 동행에서만큼은 보길 원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털어놓는다. 올해 1월 클라리넷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한샘이의 사연이 방송을 타긴 했지만 <동행> 출연자 중에서 극히 드문 사례다.

김 피디가 제일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 “커서 뭐 하고 싶어라고 물어봐도 선뜻 대답을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동행은 전체 사회로 보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탈빈곤을 위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삼인사각의 희망릴레이 현실이 어두울수록 <동행> 같은 프로그램이 빛을 발한다. 특히 시청자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동행>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질 수 없었을 터. 제작진과 출연자, 시청자가 함께 발을 묶고 희망을 향해 달리는 삼인사각의 희망릴레이인 셈이다. <동행> 후원은 자동응답전화, 계좌입금, 온라인 해피빈기부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후원금은 작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일괄지급 대신 매달 생계비 지원이 원칙이다. 이사 등 예외적 경우에만 필요한 금액만큼 집행하고, 병원비와 관련된 부분은 별도 후원을 받아 해결하는 편이다.

서울대에 입학한 한샘이는 시청자 후원금과 기업 장학금을 받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봉사까지 하고 있다. 김성룡 피디가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가정으로 꼽은 내게 기대요, 아빠(2016220일 방송)의 은솔이네는 어떨까. 아빠의 갑작스런 실명과 우울증으로 조각났던 가족들의 마음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시 뭉치게 됐다. 아빠는 안마수련원 교육과정에 입소해 자활의 길을 걷고, 특성화고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는 맏딸 은솔이는 김영모 제과명인을 만나 지속적인 교육을 약속받았다.

이삭이가 뛰어노는 쪽방촌은 어른에게도 외롭고 위험한 이다. 벌써부터 아이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노숙인 삼촌들의 모습을 따라한다. ‘피디 삼촌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삭이는 천진하기만 하다. 이 아이와 함께 발 맞춰 걷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742871.html

 

 

서툴러도 괜찮아스스로 찾는 꿈과 끼

 

등록 :2016-05-08 19:54

 

지역 현장 - 경기 마을교육공동체 꿈의학교

 

아이들 주체가 되어 직접 판 짜고

방과후·주말에 마을 프로젝트 진행

교사·학부모·주민들 길잡이로 나서

경기, 올해 꿈의학교 136곳으로 확대

학교현장 무관심 등은 극복 과제로

 

 

우리 동네 언니, 오빠들이 놀아준다. 동생들은 모두 모여라~”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옛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꿈이룸 배움터)에는 의정부지역 마을교육공동체인 꿈이룸학교청소년 30여명이 의정부 어린이날 한마당 행사를 준비하느라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었다.

꿈이룸학교 청소년들은 5일 의정부 중앙초등학교에 부스 30개를 열고 마을 어린이와 어른 300여명을 초청해 뜻깊은 마을 잔치를 열었다. 어린이들은 형, 누나, 어른들과 어울려 공기놀이,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놀이 체험을 하며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이날 축제의 기획, 진행, 홍보는 꿈이룸학교의 프로젝트팀 23개 가운데 공연기획팀과 운동을 좋아하는 놀자뛰자웃자팀’, 안전을 책임지는 유에프오(UFO)팀 등 세 팀 청소년 100여명이 맡았다. 느티나무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 꿈틀자유학교에서 활동하는 지역 청소년 100여명도 힘을 보탰다.

공연기획팀장인 이예진(18)양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의 모습을 생각하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좋아하고 청소년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한 달가량 준비했다. 누가 차려주는 행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참여하는 마을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의정부 지역 청소년 100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탄생한 꿈이룸학교는 2년 연속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밖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인 꿈의학교에 선정됐다. 이 학교는 방과후·주말·방학에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꿈의학교 설립 취지를 가장 잘 살린 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경기도교육청이 공교육 혁신을 위해 추진하는 꿈의학교는 마을(지역공동체)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며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정부 꿈이룸학교에는 지난해 360여명의 청소년이 23개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한 데 이어, 올해도 모집인원 300명을 크게 웃도는 530명이 신청할 만큼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의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 주민 20여명이 나서서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의정부교육지원청도 인력과 공간, 네트워크, 예산을 지원한다.

 

꿈이룸학교가 여느 학교들과 다른 점은 어른들이 차려놓은 판에 들어가는 것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판을 짜고 주인공이 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고 운영 규칙이나 공간 리모델링까지도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꿈이룸학교를 기획한 의정부 천보중학교 김현주(46) 교사는 학생들의 가장 큰 변화로 자신감을 꼽았다.

아이들에게 여기 온 뒤로 뭐가 달라졌는지 물어보면 한결같이 혼자서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성년모임을 만들어 마을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길잡이 보조교사로 나서면서 마을학교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하나(19)씨는 대학에 가기 위해 대부분 서울이나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 대학을 포기하고 마을에 남았다. 마을에서도 어른과 학생이 함께 참여해 배우면서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안대학인 마을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꿈이룸학교 교장인 의정부교육지원청 서우철 장학사는 학생들이 학교 공부 때문에 못 해본 프로젝트를 흥미에 따라 결정하고 즐겁게 어울리면서도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꿈의학교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51개 경기꿈의학교를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관련 예산을 47억여원으로 늘리고 학교를 136곳으로 확대해 5천명 이상의 청소년이 이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꿈의학교가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육의 부족한 점을 학교 밖 마을에서 보완하자는 취지로 만든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일환인데도 여느 방과후수업과 별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고양 지역에 꿈꾸는 뿌리꿈의학교를 개설한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의정부 꿈이룸학교나 시흥의 장곡마을학교처럼 새로운 청소년문화를 창출하는 모델로 삼을 만한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지 못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특정 아이 몇 명을 지도하는 방과후수업처럼 운영되는 곳도 많다. 학교 재정도 안 좋은데 교육과정 내실화가 더 중요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의 무관심과 냉담한 분위기도 꿈의학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지난해 11월 교사 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꿈의학교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24%에 그쳤으며 부정적 의견은 38.4%였다. 교사들은 경기도교육청 예산 가운데 삭감하거나 폐지해야 할 사업으로 마을교육공동체(37%)와 꿈의학교(36.9%)1, 2순위로 꼽았다.

여러 비판이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꿈의학교가 학교 밖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갖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직업과 연관성이 높은 프로그램에서 성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청소년들이 꿈의학교 수업을 들으며 진로를 찾거나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뜬 사례가 많다. 지난해 포천의 역사와 뮤지컬 꿈의학교에서 뮤지컬을 배워 용인대 뮤지컬실용음악과에 진학한 김은찬(20)씨는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뮤지컬학교 수업을 들은 게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에 올라보니 적성에 맞고 재능도 있는 것 같아 영문과에 가려는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올해 심화형 학교로 지정된 의정부의 경기뮤지컬학교는 고양, 파주, 양주, 포천, 동두천뿐만 아니라 멀리 경기 남부지역의 수원과 용인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전역에서 50명의 학생이 찾아온다.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김지수(수원 산남중 3)양은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무대에 설 기회도 많다고 해 지원했다. 많은 경험을 쌓아 악동뮤지션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인 권순태(36) 케이원예술단 단장은 경기 북부지역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꿈과 끼가 있어도 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429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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