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자녀 죽이는 괴물 부모들

샘연구소 2018. 1. 5. 20:28

얼마 전부터 친/양부 또는 모 또는 부모의 끔찍한 아동학대, 성폭력 기사가 가끔씩 신문에 나타난다.

그런 기사를 볼 때 나는 이 부모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담임교사와 친구들은 무얼 보고 생각했을까... , 이웃은 어땠을까... 아이는 어떤 몸과 마음 상태로 지냈을까... 같은 것들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학교사회복지사나 교육복지사들이 있는 학교에서 혹여나 그런 아이들이 "별 일 아니겠지.. 수업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니까... 워낙 작년부터 그랬으니까... 부모와 가정 일을 어떻게 학교가, 교사가 개입하나..."와 같은 생각으로 외면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과 우려도 같이 일어난다.


그런데 교사나 교육관계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부모 소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교육을 더 잘 되도록 연구하고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부모 교육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긴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대체 자식 낳아놓고 제대로 기르지도 못하고 괴롭힐 거면 왜 낳느냐고! 하면서 부모를 비난하기도 했다.

학교나 마을에서 부모 대상 교육을 해도 꼭 와주길 바라는 부모들은 오히려 참여를 거의 안 한다.

그래서 학교로 면담에 초대하거나 가정방문을 가려고 전화를 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복지사들이 포기하기도 한단다.

런가 하면 아이의 변화를 통해 부모와 가족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도 어느 구석진 반지하방, 어두운 골목 안 한 칸 방에서 배고파도 참고 아파도 참고 외롭고 무서워도 참으며 견디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참된 교사, 학교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들은 더 부지런하고 더 용감하고 더 인내해야 한다.


---------------------------------------------------------------------------------

[장흥배, 을의 경제학] 자녀 죽이는 부모 괴물은 어디서 왔나


한겨레신문 1월 5일자

등록 :2018-01-04 17:44수정 :2018-01-05 09:34

 

광주 세 아이 화재 참사 사건에서는 경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부모의 기초수급자 신청이 거절되고, 아이들이 간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굶주리고 지냈다는 것이 확인됐다. 아동학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확대되고 강화되는 절대적·상대적 빈곤과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장흥배(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1980년대 초반의 중학교 시절, 태국의 한 여성이 주로 관광객을 상대하는 도시의 성매매 업소에 미성년 딸을 팔러 가는 내용을 실은 기사를 읽은 충격이 여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장애 자녀에게 비정한 폭력을 가하고 시체를 유기한 한 부모의 이야기가 세상을 들썩인 2018년 새해에 그 기억이 소환됐다. 몇년 전부터 이런 수위의 아동학대가 매해 한두 번씩 언론을 달궜다. 언론은 매번 몸서리쳐지는 그 끔찍함에서 뉴스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 충격을 대하는 주된 방식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모 언론사는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라는 제목 아래 전문가의 멘트를 빌려 국가 차원의 부모 교육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색채가 비슷한 다수의 뉴스에서 부모됨, 모성을 변치 않는 본성으로, 또 당연히 변치 말아야 할 정상성으로 두는 우리 사회 절대다수의 합의 내지 공감이 확인된다. 유대감과 협력이 가장 중요한 종으로서 인간은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든 종을 통틀어 가장 긴 유아기에 가장 애틋한 돌봄을 받는다. 부모들에게는 족히 수만년에 걸쳐 진화한 유별난 자녀 사랑의 본성이 있다.

 

그러나 어른들이 진화적 본성을 상실한 역사적 시간과 공간이 분명히 있었다. 산업혁명 시기 앤드루 유어는 올챙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햇빛이 어린이의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의학적 진단을 세상에 내놓았다. 공장에 갇혀 일하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햇빛 부족으로 구루병을 앓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공장 시스템의 옹호자였던 그는 창문 없는 공장의 작업장에 가스등을 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비슷한 시기 서인도제도의 한 노예 소유주는 영국 브래드퍼드에 소재한 공장의 공장주들에게 자신이 노예 소유주임을 수치스럽게 여긴다고 운을 뗀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인도제도에서는 9살짜리 어린이에게 하루 12시간 반이나 일을 시킬 만큼 잔인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것이 보통의 관행이군요.” 영국의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1845년에 내놓은 <두 개의 국민>에는 수직기 직조공 토머스 히스가 등장한다. 그는 자녀 두 명의 죽음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확신하듯 답변한다. “나는 그 애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짐에서 벗어났고, 그 불쌍하고 귀여운 아이들은 이 죽음 같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니까요.”

 

한때 아동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폭력이었던 산업자본주의의 역사는 부모가 어떤 조건에서 진화적 본성을 잃고 영락하는지에 대한 교훈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문제를 대하는 한국 사회는 이 교훈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했고, 보건복지부는 전면 조사, 신고시스템 구축 등의 익숙한 행정을 강화해왔다.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한 사형과 중벌을 꾸준히 외쳐온 한 시민단체도 있다. 양적, 질적으로 심화되는 아동학대는 가해 부모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감시, 처벌 위주의 그간 대책들이, 없는 것보단 낫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까지 발행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는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 쉽게 괴물로 둔갑하는지에 대한 통계적 진실을 담고 있다.   


2015년 아동학대 건수의 15.9%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 의해, 68.2%가 비수급 대상자에 의해 발생했다. 수급 여부가 파악이 안 된 15.8%를 중립으로 놓고, 전체 인구 대비 수급권자에 의한 아동학대 발생 비율은 비수급권자의 그것에 비해 약 7배 높게 나온다. 학대 가해자의 직업은 단순노무직 15.2%, 무직 30.1%로 아동학대 사건의 45.3%가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추정되는 직업군에서 나타났다.

 

또 다른 비극인 광주 세 아이 화재 참사 사건에서는 경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부모의 기초수급자 신청이 거절되고, 아이들이 간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굶주리고 지냈다는 것이 확인됐다. 계속 확대되고 강화되는 아동학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확대되고 강화되는 절대적·상대적 빈곤과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이 막막할 정도로 거대하고 급진적인 사회적 전환을 요구하는 일이라 해도, 논리와 통계는 그렇게 말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6350.html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투와 아동성보호  (0) 2018.03.07
마을에서 민주주주의 하기  (0) 2018.01.05
시골의 아이들  (0) 2017.10.01
이혼과 아동의 보호  (0) 2017.09.20
아동 주거빈곤  (0)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