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경제교육

샘연구소 2020. 10. 17. 23:59

 

요즘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학교나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경제교육'이란 걸 많이 한다.

어느 기관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겸해 몇 회기 동안 경제교육을 했다. 

아이들은 가상의 물품을 그림그리고 가격을 붙여서 사고파는 놀이를 하기도 하고

금융기관에서 나온 직원 멘토와 시장에 가서 직접 몇 가지 물품을 사며 체험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즐겁게 놀며 돈을 쓰는 경험도 하고, 저축하는 방법, 절약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너에게 100만원/100억원이 주어진다면 뭐 할래?"

 

나는 한달에 100만원, 200만원 버느라 가랑이가 찢어진다.  

1억원이라는 돈도 작년에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실감을 느끼지 못했던 돈이다. 

아직도 ',' 두 개, 그러니까, 백만원 대가 넘어가면 숫자를 잘 읽지 못한다. 

그런데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다니... 한 번 생각해봐야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저소득가정 아이들이라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더 생각해봤어야 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보면 빈민층의 경제상황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가난하면 돈이 필요하지만 은행에서 꾸기 힘들다. 친척, 지인들에게 푼돈을 꾸기도 하고 큰 돈은 사채를 쓰기도 한다. 그 길은 폭망과 죽음의 지름길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 같은 영화를 봐도 저소득층의 삶이 나온다.

일을 열심히 할 수록 느는 건 빚과 병과 가족의 불화, 가정의 깨어짐이다. 

 

비정규노동자, 다시 말해 성인 알바의 불안정한 노동은 아무리 일을 해서 돈을 모아도 저축이 안 된다는 것이다. 늘 죽지 않을만큼만 벌린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모이면 반드시 크게 다쳐서 입원을 하거나 사고가 나거나 해서 그나마 모은 돈마저 날리고 그 기간 동안은 일을 못 하니 수입이 없어서 다시 빚 위에 앉게 된다. 

그래서 시도하고 시도하고 좌절하고 좌절하다가 우울증이 되고

몸만 버리고 돈도 못 모으느니 차라리 수급권자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니 죽어라 일하다가 죽어지거나 스스로 견디지 못해 극단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가난하면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다. 그게 정상인 세상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은 경제교육일까. 어떤 경제교육이 필요할까. 

 

옷이나 신발은 좀 쉽겠다. 

"니가 옷을 사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름다운 가게가 집 근처에 있는지 알아볼까? 혹시 당*마켓에 맘에 드는 옷이 싸게 나왔는지 알아볼까? 그런데 상거래 예절도 알아야 하고 주의사항도 유념해야 해. 

내가 당*마켓에 물건을 하나 올릴 테니 니가 사볼래? 한 번 연습해보자."

 

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지만 중고책방을 같이 가보든가, 근처 작은 도서관들을 가보는 것도 좋겠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책부터 시작해서 아주아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다.

나중에 할 일도 없고 돈도 없어서 무료할 때, 마음이 심란하고 외로울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와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찾아다니며 직접 듣고 알아두는 것은 상당히 필요하다고 본다. 노원구에서 좋은 강의가 많이 있는 걸 봤는데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잘 모르면 노무사를 모셔서 이야기를 듣든가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저축을 할 수 있을지 토론해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그래도 초등학생 어린아이들이 정작 "좋은 집을 갖고 싶은데, 나도 해외여행 가고 싶은데, 노트북 갖고 싶은데, 우리 엄마 병 낫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시작하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좀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어른 직장인이 함께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면서 '로또가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무얼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금액은 말을 안 했다.

멘토인 직장인들은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하겠다, 영어학원 수강권을 사겠다... 그런 애기를 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대부분이 엄마에게 드린다였다. 그 다음은 저축한다. 어떻게 써야할지도 잘 모르고 평소 사고 싶은 것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로또'라고 하니 뭔가 큰 걸 말해야 하는데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경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에서 오빠는 달리기 시합에 참가했다. 너무 잘 뛰지만 3등을 하려고 애를 썼다. 동생에게 상품인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수선 맡긴 동생의 구두를 실수로 잃어버렸지만 그의 집은 가난해서 신발을 새로 사지 못한 채 운동화 한 켤레로 동생과 번갈아가며 아침반, 저녁반으로 학교를 다녀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잘 달리는 바람에 3등을 못 했고 - 1등을 했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 펑펑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 아이들이 돈을 쓰고 싶은 것은 어른과는 다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가난한 가정이라면.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제교육은 꼭 필요하다. 우리의 삶이 경제이기도 하니까. 

그 경제는 정치와도 관련되고, 노동자의 권리와도 관련되며, 우리 가족의 관계와 삶, 친구관계, 내 재능이나 꿈과도 연관된다.

금융기관에서도 이런 봉사활동을 할 때 가난한 아이들에게 좋은 경제교육을 하도록 연구하고 공부해서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