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아동 방임과 학대-인천형제 화재사건을 보며

샘연구소 2020. 10. 26. 11:17

아이들을 혼자 두면 안 된다.

안 되나? 왜 안 되지? 몇 살부터 혼자 두어도 되지? 둘이나 셋이 있으면 괜찮은가? 엄마가 잠깐 수퍼에 다녀오는 동안도 안 되나? 아이들끼리 있지만 자주 전화하고 연락하고 그러면 몇 시간까지 괜찮은가? 

 

오래전이지만 사실 내가 학교에서 복지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 한 가지는 방임은 소리없이 서서히 아이를 죽여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치 흡연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죽여가듯이 

아이들은 몸보다도 마음과 영혼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내가 어렸을 땐 엄마가 항상 집에 있었다. 이제 집에 어른은 거의 없다. 아이들끼리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방과후도 하고 일부 돌봄교실도 하고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아동센터를 다닌다. 혼자 있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의미에서 초등생 대상 학원들은 교육부, 교육청 산하의 교육기관이지만 사교육기관의 기능 외에 이런 안전한 곳에 아이를 맡기고 어른이 일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돌봄기능이 매우 크다.  

 

이번 사건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며칠 전 관할 교육지원청에 갔다가 행사 시작에 묵념을 했다. 눈물이 왈칵 차올라서 참느라 애썼다. 모두가 애도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는 가난해도 살아보려고 열심히 일을 했다. 아이들은 둘이 지내면서도 명랑하고 스스로 먹을 것을 사다가 둘이서 잘 해먹었다. 둘이라 다행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보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동안에도 동생은 까불까불 몸을 흔든다. 생기가 있다. 교육복지사는 두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도록 지원했고 계속 지켜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그 동네에는 이와 비슷한 가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애도하고 동시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방치되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에 더 신경써서 일해야할 것이다. 후원금도 많이 모였다니 잘 쓰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뉴스 제목들에서 볼 수 있듯이 모두 가난한 집 아이라서 불쌍해하고 개인적으로 돕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나는 좀더 거시적으로 볼 것도 제안하고 싶다.

즉,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아이들이 무료로 또는 1000원만 내면 자존심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마을식당을 만드는 일을 하면 어떨까?  

집값이 싼 지역에 소방서를 가까이 두는 일, 집이나 인근 공공시설에 소방시설을 보완하는 일, 취가기구를 가스 대신 전기쿠커를 쓰도록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을 하면 어떨까? 

 

굳이 가난해서가 아니더라도 라면은 적은 돈으로 끼니도 때우고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한국인의 중요한 끼니이다. 라면이 문제가 아니다. 취약계층에게 불리한 주거환경, 아이들 돌봄을 가정, 부모 개인에만 맡기는 마을공동체와 지자체의 무관심이 다시 생각해야할 문제라는 생각도 해야한다.   

 

그림출처: https://www.yna.co.kr/view/MYH2020092101690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