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10대 엄마 JUNO

샘연구소 2011. 5. 18. 20:39

 

 

10대 청소년의 이성교제와 임신을 다룬 영화이다.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그것은 임신이라는 사실이나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의 대응이었다. 학교사회복지사들도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고등학교 밴드동아리에서 기타를 치고 락을 좋아하는 소녀 '쥬노'는 성경험을 하기로 결심하고 친구인 블리커를 꼬셔서(?) 첫 경험을 치른 뒤 임신을 한다. 헐-_-:: 

 

딸의 임신소식을 알게 된 부모는 깜짝 놀라지만 어느 누구도 쥬노에게 "왜 그랬니? 어쩔려구 그래? 이 못된 딸 같으니..", "호적을 파라!"...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기정사실을 인정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한다. 모든 것의 암묵적 원칙은 잘못을 벌 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딸인 쥬노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다.

 

쥬노는 처음엔 낙태하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가 심장이 뛰고 손톱까지 있다는 말에 차마 수술을 하지 못하고 벼룩신문에서 찾아낸 바네사와 마크 커플에게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심한다. 배가 불러오는 동안 입양을 받을 사람과 쥬노, 쥬노의 부모는 모두 긴장하여 기대하며 출생을 기다린다하지만 출산이 임박해오자 정작 입양을 받기로 했던 마크는 아버지가 될 준비가 안 됐다면서 여자친구인 바네사와 헤어지겠다고 한다

  

쥬노는 낙심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바네사는 태어난 아기를 소중하게 데려간다. 쥬노는 아기를 떠나보낸 후 아이아빠인 남자친구 블리와 경솔한 친구관계를 넘어서 사랑하는 이성으로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아버지는 염려하는 눈빛으로 그러나 기대를 담아서 블리크가 쥬노를 만나게 해준다.

 

놀랍기도 하고 흥미로웠던 것은

우선 배가 불러오는데도 여전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점이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친한 친구인지 동생인지 하는 애는 심지어 부른 배를 두고 큰 소리로 농담까지 던진다. 이게 가능하다니!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퇴학감이지. 그리고 부모역시 가정퇴출을 선언하거나 동네와 친척에 비밀로 하고 서둘러 낙태를 종용할 것이다.

 

모든 윤리와 가치가 혼란스러운 시대이지만 과연 미성년자, 10대 학생의 성관계와 임신은 어디까지 허용해야할 것이며 또, 어떻게 대우해야할 것인가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옳은가왜 그래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년 전쯤이었나? 인권위원회에서 미혼모의 교육권 보장 문제로 잠시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교육계나 보수적인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교육개발원 교수와 당사자인 여학생들의 학습권과 삶의 질에 대해 옹호하고자 하던 사회복지학 교수, 미혼모 수용시설장님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졌던 장면도 떠오른다. 이후 인권위원회는 교육부에 권고하였고 교육부도 한참 후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학교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처음 성관계를 한다고 한다. 성의 개방정도도 매우 넓게 퍼져있다. 내가 거의 10년 전에 모 전문계 고교에서 조사했을 때 거의 절반의 학생들이 성경험을 보고했다. 지금은 훨씬 더할 것이다. 내가 아는 중학교 여학생 아이들도 몇몇은 조용히 낙태를 했고 어떤 아이들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또 어떤 고등학교 여학생은 임신 후 자퇴를 했고 아빠인 같은 학교 남학생은 무사히 졸업을 했다그때에도 내가 모르는 많은 아이들이 성관계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곁에 어떤 10대가 임신을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영화 JUNO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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