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빵과 장미

샘연구소 2011. 5. 11. 23:33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too>

-캐서린 패터슨 /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25일

 

 

‘빵과 장미’.......이 두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었을까.....어쩌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선택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후,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책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늘 그렇듯이 ‘너무 바쁜 일상’이 그 핑계였다.

그래서였는지 책의 전반부를 읽는 내내 책에 집중하지 못했다. 사실 빨리 읽어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한 두 페이지씩 끊어 읽다보니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왜 이 책의 제목이 ‘빵과 장미’인지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집중도 되고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내 생각엔” 엄마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p114~115)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였던 로사의 엄마가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푸치니의 음악과 같은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가슴이 짠해졌다. 로사의 엄마가 말하는 ‘푸치니의 음악’에는 이민노동자로서 겪고 있을 삶의 무게가 온전히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이 부분은 파업에 참여하는 엄마가 영 마땅치 않았던 로사가 엄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사회문제를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엄마와 언니의 파업 참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책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기 좋아하는 딸 로사의 눈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문제를 어떤 면에서는 매우 담담하게,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내용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부모-자녀의 관계를 통해,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접근함으로써 마치 동화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약 100여년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빵과 장미’를 입력하니, 수많은 검색결과가 화면가득 나타났고, 그 중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에 띄었다.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7회 한국여성대회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 200여개 여성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략)

여성연합 권미혁 상임대표와 김경희ㆍ김금옥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 슬로건으로 빵과 장미를 택한 것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빵(생존권)과 장미(인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해결됐다고 착각하는 여성생존권과 인권을 다시 2011년의 주요 문제로 꺼내들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을 여성운동이 반드시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http://www.womennews.co.kr/news/48738

박길자/여성신문 기자(muse@womennews.co.kr)

 

힘없는 공장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얻기 위해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이 책의 내용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한 영원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이 최소한의 인간다움-물론 ‘빵’뿐만 아니라 ‘장미’까지도-을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아직은 당연하지 못한 것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 스스로는 과연 내 삶에 있어서 ‘빵’과 ‘장미’는 무엇일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보았다. 그리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연히 드는 생각들......우리 아이들은 과연 자신들의 ‘빵’과 ‘장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우린 어떤 ‘빵’과 ‘장미’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빵’과 ‘장미’를 찾아 나서보자!!!!

 

<최세나 /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조교>

 

-----------------------------------------------------------------------------------------------------------------------------------------------

 

 

 

 

 

 

 

 

 

 

 

영화 <빵과 장미> 포스터

 

켄 로치 감독은 사회적 관심에서 불평등과 부조리를 고발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고 속살을 드러내는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 중 2000년에 발표된 <빵과 장미>는 제목만 보고 꼭 봐야겠다 생각해서 찾아가 보고 역시 공감했던 영화이다. 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가 '잘 사는 나라 미국'의 밑바닥을 사는 아주머니들의 삶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과정이 때로는 안타깝고 눈물겹게 때로는 즐겁고도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최근 여러 대학교에서 청소아주머니들의 노동투쟁이 있었다. 빵과 장미의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난 것이다. 책도 좋지만 영화도 강추한다.

(연구소장 박경현)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0) 2011.05.24
10대 엄마 JUNO   (0) 2011.05.18
핀란드 교육  (0) 2011.05.10
복지국가 스웨덴  (0) 2011.05.10
가족 family  (0) 201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