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가족 family

샘연구소 2011. 5. 10. 10:22

5월은 바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불자가 아니라면 의미있게 놀아야하는 공휴일...), 스승의 날, 가족의 생일까지 겹쳐있다. 나처럼 친정이며 시댁이며 대가족이 크고 끈끈한 사람은 생각만 해도 5월이 버겁다.  가장 바쁜 건 역시 지갑이다. ㅠ.ㅠ

 

가족이란 무엇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Ron Clark Story> 란 영화에서 뉴욕 할렘가의 초등학교에 들어간 Ron Clark 선생님은 수업 첫시간에 난장판같은 교실에서 칠판에 몇 가지 중요한 규칙을 내건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We are family'라는 문장이다.

 

 

 

 

 

family.

 

그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버지도 모른 채 미성년의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 양부모에 입양되어 살면서 늘 양부에게 폭력을 당하는 아이, 여자라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는 아이, 맏이로서 많은 형제자매들을 돌보며 보모 겸 반 가장의 역할을 해야하는 아이...

 

이 아이들에게 가족은 보통 생각하는 '모범'적인 가정은 아니다.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사람 이상이 늘 빠져있기 일쑤이고 그나마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들은 가장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엄마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학대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We are family라니!

 

어떤 아이가 "가족이라니! 당신은 나랑 하나도 안 닮았어!"라고 비웃는다. 실제로 아이들은 모두 유색인이기도 했다.  그래도 론클락은 가족이란 떠나지 않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부모는 가족은, 늘 떠났는데도 말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내 마음 속에 분노와 빈정거림이 솟았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뭐야! 가족? Shit! 꺼져버려!"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어딘가 희미한 사랑과 신뢰, 배려와 포용은 '가족'이란 말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봤던 그 '깨어진' 가족이란 인식이나, 아이들이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았다고만 생각한 것조차 내 편견이었다(!). 

 

비록 깨어졌고 버림받았지만, 비록 찌질한 부모이지만 아이들에게 여전히 그들은 이 팍팍한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이고 끈이고 기댈 언덕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못난' 부모라도 함께 살기를 원한다. 오히려 그런 못난 부모들 보호하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그들만의 '가정'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다. 또 내가 만난 그런 부모들은 대부분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소위 '반듯한' 부모인 교사나 사회복지사보다 훨씬 더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책임질 당사자였다.   

 

론클락은 부임하자마자 맨 처음 가정방문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가족을 설득하고 참여시켰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아이들이 변화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가족도, 교사도, 학교도 아마 지역사회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미국의 경직된 불평등구조는 제쳐두기로 하자).  실제로 우리 현장에서도 아이들이 개입으로 변화하면서 할머니나 부모님의 인식과 아이들에 대한 태도, 관계를 변화시키고 지역사회까지도 달라지는 것을 본다. 

 

많은 학교사회복지사들이 가족과 함께 한다고 하고, 가족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 안에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이 가족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처럼 생각하는 편견이 있지는 않은지, 또 틀에 박힌 '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월마 프로시는 <가족과 레질리언스>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족(부모)로부터 이런 저런 방임과 학대, 결핍등을 당했다는 논문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그런 가정환경에서, 그런 가족들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며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이고 자원이고, 힘이다. 

 

가족의 달,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그리고 세상에서 힘든 아빠와 엄마들이 아이들로 인해 행복하길 기원한다.

 

 

 

론클락스토리에 대한 참고 싸이트들

http://blog.naver.com/tmvlem00700?Redirect=Log&logNo=80055040150

http://blog.naver.com/renjugirl?Redirect=Log&logNo=15009798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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