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영화 "Three Idiots"

샘연구소 2011. 4. 4. 02:19

세 명의 얼간이라고 해야할까?

우리나라에서 개봉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다운을 받아서 보았다.

인도 영화(2009.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인데 정말로 길다.

 

 

거의 끝날 무렵의 장면이다. 파르한, 피아, 란초, 라주.

뒤의 흰 모래사장과 바위산, 옥색의 물이 너무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색조...

 

인도 최고의 공대라는 ICE에 들어간 세 명의 유별난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입학 첫날부터 선배들의 묘한 신고식 고문이 벌어지고 란초는 창의적이고 짖꿎은 공학적 재능으로 이 신고식을 거부하면서 자기만의 유별난 신고식을 한 셈이 된다. 그리고 이후 졸업 때까지 계속되는 별난 사건들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최고의 공대라는 이름답게 총장은 인생을 끝없는 경쟁이라며 자녀도 학생들도 모두 성공만을 위해 채찍질할 뿐 인간 자체를 보지 않는다.  우리 교육계 연장자들, 높으신 분들의 모습이 바로 그럴 것이다.

인간적인 우정으로 똘똘 뭉친 idiots(또라이? -_-;; 만년 성적 하위자들: 란초, 파르한, 라주)는 총장의 방침에 계속 맞선다. 특히 란초가 그 우두머리 격이다. 친구들도 '란초 신님'이라고 빈정거리지만 결국 그와 함께 움직인다.

란초는 "써커스의 사자가 채찍질로 의자에 앉는 걸 배우지만 그것을 보고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교육됐다’고 하지 않는다."고도 말하고 "재능을 따라가라, 니 맘이 원하는 것을 하라. 그러면 성공은 찾아온다"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깊은 마음 속에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진리의 목소리인 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그런 교육을 직접 실현하고 있다.

파르한은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할 수 없이 공대를 다니고 있지만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유능한 재간꾼이다. 결국 마지막에 용기를 내서 아버지를 설득한다. "돈은 덜 벌겠죠. 집도 더 작고 차도 더 작겠죠. 하지만 저는 행복할 거에요."라면서 진정한 자기를 드러냈을 때 아버지도 결국 눈물로 그를 격려해준다.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있는 라주는 자살기도에 실패하고 죽었다가 살아나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고 홀로 서기에 성공한다.  

한편 차투르라는 학생은 생각없이 성공만을 위해 공부하는 '머리는 빈' 유형으로 그런 방식이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성공도 하는 모범생으로 희화화된다. 그의 스승의 날 기념연설 사건은 정말 대박이다.

그 외에도 밀리미터, 란초의 애인이 된 총장 딸 피아 등이 등장한다. 

 

인도영화의 특색답게 중간중간 상상을 보여주고, 우스운 막춤도 추고, 음악도 나온다.  아뭏튼 세 시간인가? 긴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즐거움을 준다. 뭐 좀 억지스런 면도 있고 비현실적인 면도 많지만 그래도 그런 면이 영화의 맛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웃는 동안

찐한 의리와 우정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과연 교육이란 무엇일까? 저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이러고 있나?  

같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교훈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신만의 재능을 따라가도록' 격려하는 교육, 교수에게 순종하고 경쟁만을 위해 충성하는 학생보다 창의적 재능을 발휘하는 학생을 발견하고 칭찬하는 교육, 그런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고 신명나게 일하는 사회, 그래서 부자는 못 되어도 먹고 살만큼은 벌 수 있는 사회. 불가능한 것일까?

 

흰 자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짖꿎은 란초의 눈동자가 오늘 밤 꿈에 나타날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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