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성미산 마을살이 ‘우린 마을에서 논다’

샘연구소 2011. 5. 4. 16:21

 

 

 

 

 

이 책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성미산으로 이주해 온 이들의 노력이 담긴 책이다.

 

성미산은 특정 행정구역이 아니고 2001년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계기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성미산엔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고, 학교가 있고, 안전한 먹거리가 있고, 소통의 중심인 극장이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커뮤니티가 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마을’을 만들었고, 이제는 마을 네트워크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성미산 탐방 후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기쁨과 함께 묘한 불편함과 불만족스런 느낌이 떠올랐다. ‘친환경 먹거리와 체험이 가득한 성미산의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구나. 그런데 부모가 사회경제적 여유가 되는 아이들에게만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현재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성미산학교는 공적 자금의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대부분 참여가정의 출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 아이를 위한 일, 특히 교육에 부모가 앞장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갈 수 없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드니, 순간 내가 만나는 많은 가난하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떠올랐고 ‘이 또한 교육적 불평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이 근대교육의 이념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평등, 사회정의 실현이었다. 오늘날 교육은 저출산,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내 아이, 남의 아이를 가르지 않고 ‘우리’의 아이들로 미래세대를 길러내야 하는 중요성까지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이념, 이상과 달리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제도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적어도 의무교육기간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교육적 욕구에 맞는 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아닌가. 의무교육의 3대 정신은 의무성, 무상성, 중립성이라고 알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많은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높은 교육비 비중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담보다도 가계 부담이 크게 높은 것은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과 함께 교육적 불평등이 재생산될 구조적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비 규모면에서 소득 상위 10%는 하위 10% 7~8배에 이르는 격차를 보인다.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 관계없이 생득적 여건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교육적 경험과 성취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가난하고 가방끈이 짧거나 소외된 지역의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녀에게 만족스럽고 자랑스런 부모구실을 할 수 없어 또 한번 좌절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한편 성미산 마을을 보며,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 그 마음을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소통’, ‘신뢰’, ‘진정성’의 중요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다만 이런 변화가 1대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려면 성미산 마을과 학교가 어떻게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해나갈지 궁금하다. 또한 중산층 또는 중상층을 벗어나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그 경험이 퍼져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며 나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을 커뮤니티의 구심점인 학교... 마을의 변화에 함께 하기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며,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가져본다.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상임연구원 황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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