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학교 중퇴

샘연구소 2011. 5. 27. 22:33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취학률과 출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중학교까지 9년 의무교육제도가 실시된 이래 우리나라 초․중학교 취학률은 거의 98% 언저리까지 육박했다. 극소수의 비인가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모두다 ‘학교’에 다니며 청소년기를 ‘학생’의 신분으로 지낸다.

 

그런데 최근 점점 중퇴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유학자를 빼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보면 부적응 학생들의 중퇴가 부쩍 눈에 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많은 수가 다시 가정을 떠난다는 것이다.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가출 청소년은 20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허걱...). 사실 외박까지 친다면 현장에서는 ‘가출’이라는 딱지를 붙여야 할지 잠시 외출(외박)이라고 해야할지도 혼란스러울 정도이긴 하다.

 

오늘도 어느 교육복지사업 중학교를 방문해서 교감, 부장 선생님,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지역교육청 프로젝트조정자와 함께 사업 컨설팅을 하고 왔다. 사업 3년차인 이 학교에서 초창기의 어려움은 많이 해소되고 사업이 차분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다.

그녀는 “이제야 아이들이 보인다”면서 최근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만 두는 아이들이 늘어나서 걱정이에요. 집중지원대상 학생들 중 졸업한 아이들의 거의 절반 정도가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날까?

왜 유난히 교육복지사업 대상학생인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일까?

왜 사서고생을 하려는 것일까? 자기들 말로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실제로 아이들은 학교가 행복하지 않다. 얼마 전 신문에 의하면 서울시내 중․고생의 32%가 한 번 이상 자퇴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1/3 이다.  

학교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는 △학습부진과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어서가 39.5%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학교에 대한 불만 16.8%, △진로적성 문제 16.2%, 그리고 △친구나 가정문제의 순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 마침내 자퇴라는 행동으로 옮긴 아이들의 중퇴 이유는 조금 달랐다. 가장 큰 이유가 △학교에 대한 불만 30.7%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학습부진 23%로 나타났으며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가정문제가 11.6%였다.

 

 

(출처: 한겨레신문 2011년 5월 23일자 10면)

 

학습부진과 학업에 대한 흥미 상실은 학교에서 문제아나 부진아로 '찍히게'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학교를 좋아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 결국 학교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가정문제가 불을 붙여서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 학습부진의 이유 속에도 오랜 가정사정이 계속 누적되어 왔을 것이다. 사실 ‘교출’은 ‘가출’로 이어지고 ‘가출’하면 ‘교출’할 수밖에 없다. 가정과 학교가 서로 나몰라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진다.

중퇴, 가출 고민이 행동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가을, 겨울에 가출한 아이들이 1주일 안으로 돌아온다면, 봄과 여름에 나간 아이들은 한 달도 버틴다. 그러다가 방학이 되면 장기 알바에 들어간다.  방도 얻고 새로운 친구들과 '가족'을 꾸리기도 한다.

 

하지만 집나가면 고생이다. 가출해서 자수성가하고 독학으로 성공하던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막상 집이 싫어서, 학교가 싫어서 뛰쳐나갔지만 아이들은 학교가, 집이 그립기도 하다. 후회도 되지만 처음엔 뻘쭘해서 돌아가기를 망설이다가 차츰 바깥생활에 적응이 되면 영영 돌아가지를 못한다. 기껏 돌아가봐야 학교에서는 다시 '문제아'로 징계대상자가 되고,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기 일쑤이다.

 

오늘도 거리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재잘대는 아이들이 부럽고 얄밉다. 때려주고 싶고 삥을 뜯어서 괴롭히고 싶어진다. 친구나 후배를 꼬셔내서 같이 데리고 놀고 싶기도 하다. 다시 수업에 들어가고 선생님들을 만날 걸 생각하면 에휴! 차라리 지금이 낫다고 생각된다. 쓸쓸하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낯선이에게서 받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따스한 말 한 마디, 시선 한 자락에 모든 걸 주어버리기도 한다.

 

...

 

얘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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