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위기학생 지원체계

샘연구소 2011. 5. 31. 23:26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월 26일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청소년상담관련 기관 협의회를 열고 경기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지역 내 위기 학생·청소년 지원 체계 강화 방안 마련과 협력체제 구축을 협의했다고 한다.(일간경기, 2011년 5월30일자, http://www.ilgankg.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344)

 

이 회의에는 경기도내 13개 Wee센터 담당 장학사와 실장, 경기도청소년상담센터 소장과 상담원, 시군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 등 50여 명이 참석해서 위기 학생과 청소년 지원 협력체제 구축 방안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고 한다.

 

표현은 계속 진화해왔다. '문제아'에서 '부적응학생'으로, 그리고 특히 청소년학계에서는 '위기학생'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어쨌든 학교에서는 공부 안 하고, 숙제 안 내고, 선생님 지시대로 안 하고, 규칙 위반하는 학생들이 골치아픈 '문제'이다.

 

나는 사실 '학교부적응학생'이라는 표현에도 거부감을 가진다. 학교는 무조건 '적응'해야하는 곳이고, 아이들이 부적응하면 아이가 문제라는 인식을 전제하는 것 같아서이다. 학교가 문제라면, 학생의 부적응은 당연한 것이고 바뀌어야 할 것은 학생이 아니라 학교이고, 교사이고, 교육제도이다.

 

최근에는 문제학생이나 부적응학생에 대한 사후개입적 생활지도나 상담보다도 이들을 '위기 청소년'으로 지칭하고 '고위험군'의 학생들에 대한 예방적 개입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난 또 이 '위기'학생이나 '고위험군'이란 집단화도 거슬린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위험요소가 많은 여건에서 사는 위기의 아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잣대로 검사를 하고 '고위험'이나 '저위험'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 내가 그 아이라면, '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이 세상이, 우리 집이, 우리 학교가 위험하기 때문에 내가 이러는 거에요!'라고 외칠 것 같다.

 

학교는 1950년대부터 미국의 학교상담제도를 받아들였고 그 이래 각종 상담 및 생활지도 정책과 기준들이 개발되어왔다. 학교에서는 교도교사제에서 진로상담교사로, 그리고 1998년에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서 수업을 하지 않고 상담만을 하는 '전문상담교사'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학생수가 감소하고 교사정원이 묶이면서 이 법은 유명무실해졌다. 게다가 '전문상담교사'자격을 취득한 교사들조차 진급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할 뿐 정작 지원하지 않아서 막상 법을 실행하려고 할 때 그동안 비축한 자격자들도 부족했다. 결국 이제껏 전문상담교사는 극소수이고 연간 9~10개월 계약직의 '인턴상담교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한편 늘어나는 학생비행과 일탈, 학교내 폭력사건과 규칙위반 학생에 대한 효과적인 지도방법의 개발을 위해 이명박정부 들어 Wee 프로젝트가 마련되었다. 이것은 미국의 학교상담 체계를 본뜬 것으로 사실 최영희 의원이 청소년위원장이던 시절 CYS Net으로 전국 지역사회 청소년안전망이란 이름 하에 청소년상담원 산하 상담센터들을 확충한 것과 거의 같은 유형이다. 

 

당시 교과부 박정희 연구관이 임상심리학자, 학교상담가(상담교사와 상담사), 사회복지사들이 팀을 이루어 직접서비스를 줄 수 있는 체계로 추진한 것이다. 위프로젝트의 구상과 추진에는 청소년상담원 출신의 금명자 교수가 큰 몫을 기여했고  나역시 학교사회복지사파견사업 시절부터 책임자였던 박정희 연구관에게 이런 체계를 건의해왔었기에 사회복지계를 대표해서 소소하나마 프로젝트 개발과 초기 추진에 참여했다.

 

논란도 많았지만 사실 상담센터는 더 많이 필요했고 특히 학교장들 중에는 교육부-교육청-학교의 시스템 안에서 학교내 학생문제를 처리하기 원하는 정서가 있어서 교육청에 종합상담지원센터가 마련되자 환영받았다. 위프로젝트는 학교단위에서 위기학생 발굴과 일차적 개입을 하는 위클래스, 교육청에서 다체계적 상담을 제공하는 위센터, 그리고 기숙형 대안학교인 위스쿨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위의 기사는 그동안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완보다는 어느 정도 반목과 갈등이 숨겨져온 위센터와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간에 협의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야심차게 출발한 위프로젝트는 상담이 부족한 학교에 기댈 언덕을 마련해주었지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과제 또는 문제점은 이런 것들이다.

 

1. 위클래스의 확충과 내실화가 필요하다.

아동상담의 원칙은 즉시성, 현장성, 통합성, 지속성이라고 배웠다. 아이들을 옮겨 보내기보다 서비스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처럼 저임금에 연간 9개월 채용이라는 불안정한 임시직으로 적당히 부적응학생들을 떠맡기는 것은 '전문상담'체계가 결코 될 수 없다. 12개월로 확대하고 보수도 높여야 한다. 지금은 거의 알바생 수준이다. 그런 인턴상담원에게 10년, 20년 된 교사도 다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맡기고 변화시키라는 게 도대체 제정신 갖고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소수의 전문상담교사들은 초창기 학교사회복지사들 못지 않게 활발한 개입활동을 하고 있다. 향후 학생수가 계속 줄면 현직 교사들을 짧은 시간제 연수로 '상담교사'로 전환시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 위센터가 앓고 있다.

너무 일이 많아서 애초에 의도했던 직접서비스보다 의뢰가 더 많은 곳도 있다. 또, 지나치게 상담구조로 폐쇄화, 미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문제는 소위 '빈곤가정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생 개인에게만 개입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 그런데 위센터 책임자가 상담교사이다보니 그런 환경체계를 크게 보고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작 채용된 사회복지사들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다학문협업구조로 구성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협력이 잘 안 되고 있어서 서로를 알고 배우게 하는 연수가 필요하다.

 

3. 위프로젝트와 교육복지사업 간의 협조체계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교육복지집중지원학생이 위센터에 의뢰되어 장기상담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위센터에서 교육복지학교에 집단프로그램을 하러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서로 연계협력이 잘 안 되는 곳들이 많다. 적어도 교육청 교육복지 프로젝트조정자와 위센터장은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사회복지계에서도 준비할 일이 많다.

당장 자리에 배치되면 아이들을 만나고 직접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준비된 사회복지사들은 찾기가 힘들다. 지식도, 기술도, 경험도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나 이 일에 대한 소명감 모두 부족하다. 이런 역량을 갖춘 사람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귀하다. 그러니 제대로 임상기술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사회복지 전공자들이 채용되기도 한다.

 

그래도 위스쿨이든, 위센터나 위클래스이든 사회복지사로 채용된 이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그나마 학교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습을 했던 이들, 정신보건을 공부한 친구들은 일을 잘 하는 편이다. 학교나 교육청이 좋은 일자리이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많은 보람을 주지만 그러려면 전공할 때부터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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